번호 다시 저장해 봐! 그리고 꼭 연락해~ 알았지? 꼭 해야 되는 거야~! 나 기다린다~꼭 해!!
거듭 강요된 연락 해라는 말에 살포시 웃으며
속으로 말했다. (연락 안 해야지....)
내가 싫어하는 깍쟁이 스타일, 필요할 때만 친한 척하는 사람, 내가 조금 더 잘난 거 같으면 배가 뒤틀리는 게 눈에 보이는 사람, 내 삶에 우환이 끼어있으면 생각해 주는 척만 하는 사람,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나의 슬픔을 여기저기 말하고 다닌 사람, 모를 줄 알았겠지만 이미 속을 다 봐버린 사람. 자신의 허점은 감추고 잘난 척만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는 사람, 내가 무엇인가를 하면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사람
그 사람은 나에게 인스타 친구 신청을 하였다. 그리고 나와 공감을 될만한 자신의 피드를 올리지도 그리고 댓글을 통해 나의 안부를 묻지도 않는다. 슬그머니 아니 그러면서 자세히 나의 근황을 살피고 알고 싶어 한다.
그 사람은 나의 팬일까? 나를 좋아하는 걸까?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떤 존재일까?
슬그머니스러운 작은 문 틈 사이로 숨어서 보는 듯한 그런 마음은 무엇일까? 문 뒤에 서 있는 게 다 보이는데... 시절 인연에 대한 아쉬움 아니면 나의 근황을 통해서 느끼고 싶은 자극이 있는 것일까?
차츰 그런 사람이 늘어갈수록 나는 나의 인간관계가 잘못된 건가? 하며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괜찮은 척하며 나의 마음을 감추면서 살갑게 그들과 그럴듯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걸까?
너무 빤하게 보여버린 행동과 말에 모를 줄 알고 있다. 스스로에게만 감쪽같이 숨긴 이미 내 눈에는 훤히 보이는 진심에 나는 상처를 받았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앞에서는 웃었지만 그 사람 날 뒤에서 어떻게 말할지 이미 대본을 읽어버렸고 그다음 이야기의 예고편 이상 본편을 봐버렸다. 그래서 알고 싶지 않을 만큼 관계가 시시해져 버렸고 식상함을 느껴버렸다. 시시함과 식상함이 주는 게 결국의 나에게 상처뿐이라면 더 이상 보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애써 웃으며 마음과 다른 가식의 관계를 갖는다는 게 익숙하지 않다. 감추지 못한다. 그만큼 나 자신을 스스로 속이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살포시 웃고 만다.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씁쓸하면서도 감사한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