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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Oct 20. 2024

느린 아이라서 감정도 느릴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한다.


어! 어~ 하고 목구멍 어딘가에서 나오는 소리로 자신의 의사를 대신한다. 때로는 눈을 마주치며 마음에 담긴 감정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잘 읽지 못할 때가 있다.


어쩌면 장애아이라서 그리고 말을 못 한다는 이유로 아이의 감정 또한 느리고 더디며 무딜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로서 내가 느끼는 힘듦이라는 감정에 더 집중했는지도 모른다.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아 느낀 답답함, 온전했으면 좋겠는데 아작이 나버린 거 같은 아이의 인지적 상태에서 오는 속상함, 어디서부터 손을 보고 고쳐야 할지 모르겠을 막막함 , 때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구나 싶은 절망감이 나만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되질 않아 또다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혀 끝에서 차고 나오려는 걸 겨우 참고

혀 위로 쳐 내리며 눈물을 머금었다.


쯧! 이라는 소리에 한숨이 섞여 나왔을 때

아이는 그 순간 내 비친 엄마의 감정을 알아채고 서러워했다.




엄마의 속상함, 아이는 그것을 느꼈다.


원하지 않은 장애의 문제로 태어난 자신을 보며 엄마가 속상해한다는 느낌을 깨달았다. 

서럽게 우는 아이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덩그러니 아이의 우는 모습을 기운 없이 쳐다봤다.


너의 연약함에 지쳤어...

온종일 언제 부스러질지 몰라 조심하지만
 
해결할 수 없어서 힘들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답답해...





퇴근해서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더이상 도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2달이 가까워지는 시간 동안 다시 아이의 몸에 건강함이라는 힘이 들어가기를 애쓰고 애써봤지만 상태는 더 나빠졌다.


또다시 우울감이 찾아왔다. 

 

해볼 수 있는 노력을 다 해보다 지쳐 희망이라는 빛을 찾기 어려울 때 결국 우울이라는 구렁텅이에 머리를 박았다. 그 곳에 내 고개를 쳐 박아놓고 울어버리고 싶었다.


이 괴로움은 ..도대체 언제까지 인데..... 묻고 또 물었다.


기약이 없는 문제를 안고 있기에 버거웠다.

수없이  문제를 내가 해결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부둥켜안고 다시 일어서버려고 했다. 그 때마다 절절절 거리는 발목 끝 쯤에 겨우 버티고 있던 힘이 할 수 없다고 울부짖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어..
아니 못해....
차라리 다 끝내버리고 싶어...


임신초기 하혈을 하고 유산이 되려던 아이가 생명을 힘겹게 유지했고... 태어났다...

먹지 못하고 퓍퓍거리며 새던 입 안에  

한 수저 한 수저 분유를 흘려 먹여가며

6살이 될 때까지 키워왔는데...


다시 아이의 온몸이 말라 비틀어져버렸다.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몸이 엉켜가며 숨을 헐떡거렸다. 그걸 바라보는 나는 죽고 싶었다..


차라리 그때 유산기가 있을 때 문제가 커져서..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왜 내가 가장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로 나를 힘들게 하는지... 나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나의 자식으로 나를 괴롭히는지... 모성애로도 쉽게 고난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 포기의 마음이 쯧! 소리에 담겨있었다...


내 마음의 괴로움을 느껴버린 아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어 하는 엄마의 마음을 읽어버린 아이.. 힘들다 지친 것을 넘어 그 어디에도 따지듯이 뻗칠 수 없는 주먹을 쥐고 휘둘르고 싶었다. 나한테 이러지 말아 달라고... 아이는 자신의 아픔으로 힘들어하는 엄마의 속상함을 느끼고 마음 아파하며 울었다.




아이를 안고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의 뒤틀리고 딱딱해진 다리를 만지며 말했다.


루아야.... 엄마가 미안해....


루아도 힘들지... 말하고 싶고 걷고 싶은데...

아픈 몸으로 누워있는 거 힘들지....


차라리 네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너도 엄마도 편했을까?라는 생각을 한 거 미안해...


차라리 네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너도 엄마도 편했을까?라는 생각을 한 거 미안해...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러다 말하지 못하는 아이의 속 마음을

나라도 대신 말해주고 싶었다.


하나님...저 루아에요..
저.. 말하고 싶어요... 건강하고 싶어요.. 아프고 싶지 않아요...
저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평범하고 싶어요..
말하고 싶어요.. 걷고 싶어요..
아파서 누워있고 싶지 않아요..
잘 먹고 싶어요.. 약하고 싶지 않아요...
저... 도..정말이지... 말.. 하고.. 싶어요..
아픈 거 이제는...싫어요.. 힘들어요...


그렇게 한참을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말해주었다.


아이도 어~! 어! 하며 내 말에 그렇다는 듯이 대답하며 울었다.


그렇지 루아야 너도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말하고 싶지.. 답답하지....

하루종일 말할 수 없는 게 얼마나 힘든지

엄마도 몰라줘서 속상하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할 수 없어서

가장 괴로운 건 루아지...

엄마가 미안해...

그런 루아 마음 몰라줘서 미안해....


눈물을 흘리며 한참을 아이와 울었다...


엄마가 미안해라고 말하며 우는 나를

바라보며 함께 울던 아이는 힘겹게 팔을 올렸다. 그리곤 뒤틀린 팔로 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바라보며 함께 울던 아이는 힘겹게 팔을 올렸다. 그리곤 뒤틀린 팔로 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감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아이는 나를 위로하고 싶어 했다.. 말을 하진 못했지만  울지 말라는 마음을 담아 손을 뻗어 엄마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만지며 나의 목을 끌어안았다.


잘 키우고 싶었던 아이..


그런 아이가 아픔에 괴로울 때

아픔을 고쳐주려고만 했지

아픔에 함께 울어주지 못했다.  


치료되지 않아 괴로워만 했지

아이가 얼마나 아플지 공감하지 못했다.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을 생각하느라

말하지 못해 답답한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그렇게 그날 밤 우리는 서로 대화를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마음을 주고받았다.  



몸이 아프고 병으로 자유롭지 않다고 해서

감정도 아픈 건 아니었다.


어쩌면 묶여버린 질병에 감정이 나오지 못할 뿐 아이는 또래 아이보다 민감한 감정을 갖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날 이후로 아이의 감정은 또래와 비슷하다는 것을 늘 기억하려고 한다.


지금 속상해 아파 나도 슬퍼라고 말하진 않지만 아이의 마음 안에는 그런 감정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려고 한다. 행복할 때는 마음껏 웃으며 행복하라고 슬플 때는 소리를 내서 엉엉 울더라도 마음껏 울어보라고 한다.


언젠가는 엄마 너무 좋아!라고 말하며 마음의 소리를 입술로 표현하는 날이 올 거라고 기대해 본다....






그날 엄마의 눈물을 닦아줘서 고마워.. 루아야~~!




그날 밤.. 3가지를 깨달았습니다.



하나는 오늘 나눈 이야기처럼 장애를 가진 아이가 말하지 못하고 느리더라도 감정은 느리지 않았고 다 느끼고 있는 아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감정이 느리고 무딜 거라고 생각하며 미처 아픈 딸아이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을 아이와 울며 치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초등학교 3학년 10살 때쯤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나의 잘못을 사과하지 못하고 지나와버린 친구와 친구의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었습니다. 아픈 아이의 모습을 엄마로 바라보며 두 사람의 그때 마음을 깊이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10살 어린 시절의 내가 미처 하지 못한 사과를 하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내 안에 깊이 숨어있던 진실된 마음을 꺼내게 되었습니다.  나조차도 깊이 감춰서 몰랐던 진심을 꺼내자 나는 왜 그리 자주 우울함이라는 감정에 깊이 박히게 되었는지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우울의 근본을 치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그 뒤로 다 포기하고 싶은 우울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야기들을 차츰 나눠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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