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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Oct 21. 2024

니가 뭔데 그렇게 말해! 니가 뭔데!

 어린시절 반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다리를 다친 친구가 있었다.  엄마와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그 앞을 지나가는 오토바이에 다리를 다치는 사고로 평생 다리를 절뚝거리며 몸의 왼쪽이 비틀어져 불편하게 걷고 생활을 해야 했다. 친구와 친구의 엄마는 그 사고로 낙심이 컸고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를 많이 받은 모습이었다.


 친구의 성은 신씨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은 친구를 병신이라고 놀리기 시작했다. 친구는 그럴 때마다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말하면서.. 아프지 않은 오른쪽 손을 휘두르며 아이들의 등을 매섭고 강하게 내리치며 화를 냈다. 친구의 상처는 마음 깊이 박혀있었는지 자신을 쳐다보는 아이들을 보고 먼저 사납게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친구의 상처에서 나온 모진 말인지 헤아리지 못하고 더 많은 무리의 아이들이 더 크게 병신이라고 놀려댔다.  나는 놀려대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자꾸 사나워지고 말이 거칠어진 친구는 지우개 좀 빌려줘라는 말에도 내가 왜! 하며 악을 쓰며 싸우기도 했다. 어느 날은 위협적인 모습으로 뽀죡한 것을 들고 휘두르며 소리치는 친구에게  누군가가 다칠 거 같아 걱정이 되었다.  "너 진짜 왜 그렇게 사납냐! 너가 너무 사납게 하고  애들 때리니까 . 애들이 자꾸 더 병신이라고 놀리는 걸 수도 있어!" 라고 말을 거들게 되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친구의 엄마가 우리집에 쫓아왔었다. 너는 그럴 줄 몰랐는데 너도 같이 놀렸냐면서 내 딸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면서 다른애들이 놀리면 하지 말라고 해야지 같이 놀렸냐며 내 옷 목덜미를 잡아채곤 나를 땅바닥에 내리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엄마가 없이 이모만 있는 상황에서 땅바닥에 내리쳐진 상태로


"저는 안 놀렸어요. 그리고 왜 저한테만 그러세요. 다른 애들이 더 많이 놀려요. 전 직접 그 나쁜 단어 쓴 거 아니에요. 자꾸 뽀족한 거 들고 친구들 위협하고 손으로 등을 치니까 애들이 놀린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거였어요 "


라고 말하며 억울해 했다.  그 엄마의 속상함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날카로운 고함에 무서웠고 왜 나한테만 와서 그러나 싶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 뒤로 그 친구를 보면 먼저 멀리 피했고 친구들이 놀려도 하지 말라고 말하기 보다는 여전히 엮이고 싶지 않아 모른척 하며 지나가는 나였다.






둘째 아이의 몸 깊이 박혀있는 병.. 몸을 뒤틀어버리고 왼쪽을 못쓰게 만드는 몹쓸 병.. 아이의 뇌세포를 파괴했는지 아이는 언어신경이 다쳐 말을 하지 못했다. 기형이라는 병이 염색체질환이라는 병명으로 더해졌고 뇌전증은 1+2처럼 따라붙어왔다. 편마비 언어장애 걷지 못하는 아이 아이에게 질병은 복합적으로 줄줄이 이어졌다. 장애인.. 그리고...병신... 그 아픈 말이 내 아이에게 붙어있었다.


한자의 뜻이 가진 의미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온전하지 못한 몸.. 그리고 태어나면서 기형의 몸을 가진 아이.. 지독한 병이 아이의 몸에 붙어있었다.




큰 아이는 어느 날 일년 전에 마음이 아프고 화가나면서 속상한 일을 겪었다고 말했다.. 엄마 아빠가 들으면 너무 속상해 할까봐 그동안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같은 학년의 한 남자아이가 지나가는 자기를 불렀다고 했다. 왜 부르나하고 가까이 가니 뜬금없이


야! 너 그거 사실이냐?
뭐?
니 동생 병신이라며?!!


아이는 그 말을 듣고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져 나왔다고 했다.  

주먹을 불끈쥐고 그 친구의 얼굴을 치며 말했다고 한다.


니가 뭔데! 내 동생을 병신이라고 말해
 
니가 뭔데 내동생이 얼마나 아파서 고생하는지 니가 봤어?

울엄마 아빠가 내동생 키우느라고 얼마나 힘든지 니가 알아?

니가 뭔데 그렇게 말해 니가 뭔데!
 
아픈게 얼마나 힘든지 니가 알아? 어! 말 함부로 하지마 알았어!!


하며 눈물을 닦을새도 없이 주르륵 흘리며 그 아이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고 했다.


엄마아빠에게 말하면 너무 속상해 할까봐 일년동안 그 일을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대신 다음날 담임선생님께 친구를 때리게 되었다고 말씀을 드리고 그 친구에게 동생에 대해서 그렇게 말한 것을 사과받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은 친구를 불러 상처를 준 것을 사과하라고 했고 아이는 다음부터 말 조심하라고 말하며 때린 것을 사과했다고 했다.




사고로 불편한 다리로 살아야하는 딸 아이를 보고 눈물을 흘렸을 친구의 엄마가 생각났다. 장애를 평생 갖고 살아야 하는 딸의 다리를 보며 그 날 버스에서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이라고 생각하며 오랜시간 마음 아파 했을 것이다. 어린 나는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6살이라는 나이가 되기까지 오랜 병으로 몸을 온전히 못 쓰는 둘째 아이를 보며 나는 그 때 그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힘들었겠구나.. 세상의 시선에 상처받았겠구나.. 어쩌면 아들이 병신이라는 말을 듣고 친구에게 눈물을 흘리며 주먹을 들고 휘두른 것처럼 그 날 나를 찾아온 그 엄마의 마음도 그랬겠구나...


니가 뭔데 내 딸을 그렇게 말해.
 
다른 아이들이 다 그렇게 말해도 너는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말해야지

너마저 아픈 내 딸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그랬어.
 
다른 아이들이 그럴 때마다 내 아이를 감싸주지도 못할 망정 속상한
내 딸 마음을 왜 더 아프게했니!!
 
내가 얼마나 힘든지 너는 아니..
 
평생 아픈 다리로 살아야 하는 내 딸을 보며 매일 무너져 내리는 내 감정을 너는 아니...
 
고쳐주고 싶지만 고쳐지지 않는 이 병을 가진 다리로 살아야 하는 심정을 너가 아냐고.. !!


장애를 가진 둘째 아이를 평생 키워야 한다는 마음을 받아들이고 또 다시 더 심하게 아파버린 아이의 모습을 보며 깊은 좌절로 무너진 마음에서야 11살 어린시절 그 친구 엄마의 마음이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알게되었다..



죄송해요... 얼마나 속상했을지.. 미처 몰랐어요.. 내 일이 아니어서 내가 온전히 걸어다니는 다리여서 내가 불편함이 없어서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아플지 나는 몰랐어요.. 지금와서 생각하니 정말 화가 나겠구나.. 아픈 내 딸 아이에게 그렇게 말한 모든 아이들이 미워겠구나.. 아니 내동댕이치며 악을 쓰던 그 마음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겠구나.. 싶어요.. 죄송해요.. 그 때 왜 나한테만 그러냐고 억울해했던 거 정말 미안해요.. 정말 죄송해요.. 만날 수는 없지만.. 그 때 전하지 못한 사과... 지금이라도 전하고 싶어요...



라고 말하며 15년 전 전하지 못한 사과를 그날 밤 전했다.. 부끄러운 나의 모습.. 친구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도와주지 못했던 나의 이기적인 모습이... 얼마나 누군가에게 상처였을 지 그리고 아픔이었을지를 내 아이의 아픔을 보며 깊이 깨달았다...


다양한 병을 가지고 태어난 둘째 아이는 어쩌면 이기적인 시선과 마음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나를 변화시켰다.  장애가 있는 딸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다른이들의 다양한 아픔에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엄마로 만들었는지 모른다.  이런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아픈 거구나. 아 이럴 때 속상한 거구나.. 다 말할 순 없지만 힘들겠구나 라며 나는 헤아리는 사람이 되어간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렇게 부족한 내가 누군가를 이해하는 어른으로 자라가고 있다....내 아이의 아픔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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