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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Oct 24. 2024

내 마음 깊이 숨어있던 진심

침을 흘리고 눈동자가 위로 들려올라가 뒤틀린 몸으로 아이는 굳어버렸다.. 누워서 허공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의 초점을 바라보는 것이 괴로웠다. 500원짜리 사과쨈 빵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어버렸다. 글루텐 알러지가 있는 아이


 아니 병원에서는 괜찮다고 했지만 아이는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가래가 들끓고 몸이 뒤틀리며 발작을 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과자를 먹는다든지 음료수나 사탕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런 아이가 제법 건강해졌다고 생각했다. 6살이니 또래 아이들처럼 과자를 조금씩 먹여볼까도 싶었다. 어느날 사과쨈 빵이 먹고싶었고 조금 떼어서 아이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아이의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 가보았다. 심각한 변비증세라고 하며 2주간 온 몸의 구석구석을 검사해보았지만 해결방법을 찾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아이가 편하게 대변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하다 더 심하게 아파버렸다.  혼자서 앉아라도 있었던 아이는 아예 누워서 몸이 비틀어져버렸다.  


그렇게 2달 60일가까이 아이의 병이 낫질 않자 나는 심한 낙심 가운데 있게 되었다. 외출은 불가능했고 집에서 삼키지 못하는 아이를 안고 한 수저라도 먹여보겠다고 실갱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 나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한 분이 기도를 함께 해주시겠다며 집으로 찾아오셨다.  나도 모르게 그 분이 집에 오시자 마자 눈물이 났다. 그 분은 내 손을 잡고 기도를 해주셨다. 그리고 내 마음 깊이 어딘가에 풀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눈을 감고 감춰버린 감정이 무엇인지 숨겨둔 마음이 무엇인지 찾아보라고 했다.


눈을 감고 내가 드러내지 못한 내 마음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좌절이 깊어서 기도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그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는 그분의 말에 나는 회복해야할 내 마음 깊이 있는 진심을 들춰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부끄러움이었다.



아픈 아이를 낳았다는 부끄러움..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아니 아들도 낳았으니 이쁜 딸도 낳아서 나는 아들도 있고 딸도 있고 잘 키우면서 당당하게 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잘 믿고 교회를 잘 다니고 헌금도 잘하고 교회 일이라면 순종도 잘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복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잘못된 일은 나에게 일어날 이유가 없었다.


임신을 하고 딸이라는 이야기에 세상 모든 행복이 부족함없이 가득 차 나에게 왔다고 생각했다.  건강하고 이쁜 딸만 낳아서 예쁜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를 입히고 사람들 앞에서 아이의 축복기도를 받고 싶었다.  그리고 사춘기 딸 아이와 손을 잡고 어떤 옷을 사면 좋을 까 함께 쇼핑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수다도 떨 나의 미래를 상상했다.


 누구보다도 나를 행복해줄 거라고 생각했던 딸 아이.. 그 아이가 온전치 못한 모습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고칠 수 없는 염색체 질환이었고 인지가 낮아도 너무 낮은 중증의 지적장애인이 되었다.


부끄러웠다.


 남들이 보기에 나는 망한 인생이었다. 손가락질을 하면서 저 집은 안 좋아도 한참 안 좋은 일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 번 생겼어! 하며 나를 비웃는 거 같았다. 누구보다도 믿음이 좋은 거 같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장 기구한 삶을 사는 사람이 되버렸다.  조롱 ,비아냥, 가십, 비웃음거리, ~ 카더라라는 소문의 주인공이 된 내가 부끄러웠다.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다.

그냥 마음의 생각을 솔직하게 기도하라고 했다.


목이 메여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나에게 왜그러시냐고 따져보고 싶었다.


겨우 말을 뱉으며 기도했다.


저요.. 제 마음 깊이 무엇이 숨겨있나 했는데요...그게  부끄러움이었어요....

사실 부끄러워요.. 너무 부끄러워요...

내 아이가 아픈 거 치료를 받으러 서울까지 새벽에 일어나 오고가는 거
남한테 다 말하지 못하지만
하루 하루  버티기 힘든것도 힘든건데...


내 인생이 너무 부끄러워요.

다들 ...나를 조롱하는 거 같아요.
그렇게 에수님을 잘 믿으면서
저 집은 왜 저래라고 비웃는 거 같아요.


이거 하나님한테 안 좋은 거 아니에요?
예수님 잘 믿으면 잘 살고 돈도 많고 건강하고 아무일도 없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근데 나한테 왜 그러세요.  
저 예수님 믿으라고 다른사람들한테 말 못하겠어요.
부끄러워서 못하겠어요.

나도 살기 힘든데 나도 이렇게 버거운데..
사람들이 그럴거 아니에요.

예수 믿으면  저렇게 되는 거 아니냐고
애도 아프고 집도 가난하고 더 박복해지고 궁핍해지고 고난스러워지는 거 아니냐고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 거 아니냐고요..


제가 생각한 인생은.. 이게 아닌데... 저한테 왜그러세요...

저 부끄러워요.. 예수님을 어떻게 전해요....
저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실 거냐구요..


목이 메인 상황에서 꺼이꺼이 울면서 겨우 한마디씩 말을 꺼내 방언으로 기도를 했다.

마음속 이야기는 하나님만 아시는 대화였다.  


그동안 나와 불편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잘 됐네! 꼴 좋네! 라며 조롱하는 거 같았다.

나를 보며 딱한 표정을 하는 사람들이 겉으로는 나를 위로하지만 내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


나는 웃는 거 같았지만 잘 지내는 거 같았지만 어찌어찌 잘 버티는 거 같았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숨겨둔 부끄러움이라는 진짜 감정이 사실 난 너무 부끄러워서 힘들었어라고 울기시작했다.


그 때 함께 기도해주신 분은 내 등을 다독이며 안다 너의 마음을 안다 하나님이 알고 계신다하며 함께 우시며 기도해주셨다.  내가 방언으로 기도했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그 말의 전체적인 의미를 다 아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딸아 내가 그 마음을 안다 그리고 너가 얼마나 괴로운지도 안다하며 하나님의 마음을 나에게 전해주셨다.  그리고 눈을 감고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보라고 하셨다.





눈을 감고 있는 내 앞에 어떤 광경이 펼쳐졌다. 수 많은 사람들 앞에 이야기를 하는 장면  수천명의 사람들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앉아있었다. 그러면서 한 말씀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내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내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그 음성이 나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부끄러워 하지 말아라 너의 시작은 미약하나 내 나중은 심히 창대하도록 내가 계획한단다. 너를 내가 이끌것이다. 부끄러운 인생이 되지 않도록 너를 인도할 것이니 나를 믿어라. 라는 마음이 와닿기 시작했다.  언제 일어날 지 모를 광경과 이뤄간다는 말씀이 나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날 밤 나는 2가지의 깨달음과 1가지의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그 뒤로 4년이 흐르고 고난이 10년차가 될 때까지 위의 말씀을 위로는 받았지만 믿지를 못했다.  


4년이라는 시간이 아이의 뇌전증으로 계속된 고난과 염려의 시간이었다. 나아지지 않는 아이의 아픔이 반복되자 믿음이 강해지기보다는 막연했고 차츰 지쳐있게 되었다.  남편은 그 때마다 그 날 밤 기도 중에 본 환상과 음성을 믿으라고 했다.


하나님이 정확하게 전해주신 말씀과 보여주신 광경이 있는데 왜 믿지 못하냐고 했다. 믿고 싶었으나 나의 믿음이 적었다. 믿고 싶었으나 믿을 만한 한 가닥이 보이지 않았다. 자식이 없는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주고 수 많은 자손의 아버지가 될거라는 말을 얼마나 믿기 힘들었을지가 나는 공감이 된다. 나또한 그랬다.  매일 아픈 아이를 돌보는 반복된 일상에 지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미약하기만 할뿐 창대해질 거라는 기대를 할수없는 일상이었다.






그렇게 올해 1월 1일이 되고 새해 첫 신년예배에서 나는 희망의 한가닥을 느꼈다. 올해도 고난이 반복이 되려나하는 염려가 먼저 찾아오려고 했다. 예배중 전해진 더 든든해지고 풍성해질것이다라는 말씀을 믿어봐야지 하는 다짐의 순간 그동안 믿음이 없던 내 마음에 알 수 없는 희망이 생겼다.


정말이지 빛줄기라고 하면 한 줄기.. 어떤 작은 줄기같은 가닥이 꽉 막힌 어둠 사이로 아주 작게 미세한 틈으로 비치는게 느껴졌다.  그 빛을 느끼는 순간


 아! 희망


드디어 10년동안 기다렸던 희망

그게 느껴졌다. 아니 보이기 시작해..!!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날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며 수 많은 시간 고난을 겪고 좌절했지만 그 시간 속에서 특별한 기적을 보기도 했잖아.

하지만 나는 아직 말하지 못하는 아이를 키우며 절망적인 마음을 느낄 때가 많아~~

언제 발병될 지 모르는 뇌전증이라는 병이 주는 두려움도 커서 희망을 생각하기 힘들었어..

그런데..오늘 새해가 시작되고 희망을 아주 옅게 미세하게 느꼈어..  희망을 기대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조금씩 더 넓게 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희망의 문이 아주 막혀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열리겠구나라는 마음이 드디어 들기 시작했어.. 그래서 이제 믿음이 생겼어..



언젠가는 적어봐야지 했던 둘째 아이를 키우며 겪었던 일들을 올해는 글로 적게 되었다. 어쩌면 그 날 받은 틈 사이의 느껴진 희망이 나에게 글을 쓰는 용기 :  힘을 주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서서히 열리고 있는 그 희망의 빛 한줄기가 온전히 나에게 쏟아지는 날이 올거라고 믿는다. 그게 모두에게 창대한 희망이 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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