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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Jan 07. 2024

아침마다 " 회사 가기 싫다"는 남편

당신 쉬어 ~내가 붕어빵 팔게라고 말할 뻔했다.

 남편의 얼굴에 짙은 어둠이 깔린다. 이미 눈 밑과 관자놀이에 거뭇거뭇 15년 회사생활의 노고가 묻어있다. 월급쟁이는 회사생활 권태기가 있다고 하는데 3,6, 9, 12, 15년 차로 오는 건지 잘 버틴다고 생각했는데 회사 가기 힘들다고 요즘 들어 자주 이야기 한다.


당신이 처음 입사할 때의 마음을 생각해 봐~ 그때는 얼마나 취업이 하고 싶었어~ 회사에 처음 갔던 그 설레고 벅찬 기분을 떠올려봐~라고 과거 첫 입사날을 생각하게도 해보았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보다는 오늘의 소소한 일상을 감사해 봐. 당신이 회사에 갈 차가 있고 회사에 가서 앉아서 일할 책상이 있고 함께 일할 동료가 있고 당신을 사랑하는 나와 아이들이 당신을 항상 응원하고 있잖아라고 말하며 감사하기로 회유를 해보기도 했다.


 남편은 주말마다 누워있기를 좋아한다. 아침 10시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나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쯤부터 4시까지 또 잠을 잔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소화가 안되고 머리가 아프다면서 이미 두세 번 들락거린 화장실을 또 간다. 주말 생활 루틴이 자고 먹고 싸고 자고 먹고 싸고 아주 찰나의 순간처럼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고 이겨내지 못하는 피곤함에 누워지내기가 바쁘다.


회사에 가기 싫은 이유가 버텨내지 못하는 체력인가 싶어서 그래 누워있어라고 말해놓고 왜 저리 집에만 오면 힘이 없고 기력 없이 누워만 있는 건지....  타박이 생기고 속이 부글거리기 시작한다.  좀 더 쉬게 하면 나아질까? 좀 더 다독이면 나아질까? 했는데 이건  새해가 되어도 힘들고 피곤하다는 말이 쌓여서 나아질 기미가 없을 정도이다.


진짜 아픈 거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되다가도 적정 수준의  식사량보다  양껏 먹고 소화시키지 못해서 허덕이는 모습을 보면 저러느라고 몸이 기운을 다 쓰나 싶어서 제발 적게 먹어보라고 몸을 디톡스 해보라고 말하게 된다.


진짜 회사를 쉬게 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딘가 아픈 건 아닌지 몸이 버티지 못하게 힘들어서 저렇게 징징거리는 게 아닌가 싶어 진다.  본인도 잘 지내고 싶지만 몸이 힘들어 가기 싫다는 걸 내가 억지로 회사에 보내는 게 아닌가.. 학교가기 싫다는 아들 타이르는것과 비슷한건 뭐람? 


그럼 우린 뭘 먹고살지? 지나가다 본 붕어빵 자판에 사람들이 줄 서 있다. 붕어빵 사장님은 어묵이 떨어졌는지 어묵 뭉탱이를 한 아름 들고 다시 어묵통에 넣기 바쁘다. 얼마나 벌까? 한 달에 400만 원 넘게 버는 거 아니야? 남편이 말한다. 당신이 붕어빵이라도 팔아라~~~  정말이지 그래야 하나 고민이 되는 순간이다.


13년째 빠듯하게 살다 보니 진짜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붕어빵 100마리 팔면 5만 원. 하루에 400마리는 구워내야 하겠지? 나는 이래저래 계산을 하다가 붕어빵 파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러다 이내 다시 마음을 잡아본다. 차라리 책 100권을 읽고 책 한 권을 써보자라고 남편은 내심 내가 글을 쓴다고 할 때 진짜 뭐라도 해서 돈을 벌어오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서운하면서도 부담되는 그 마음에 알았어! 해보겠어 라며 나도 뭔가 하나 보여주고 싶긴 했다. 그러나 나는 체력의 한계점이 있는 사람이라서 버티지 못할 만큼 참아가며 어떤 일을 성취해 나가지 않는다. 엄마가 되고 아줌마가 되서 무수히 서럽게 아픈시간을 거치고 터득함이다.


"아프면 나만 서럽다"


남편은 가장이라는 무게에 나보다 더 책임감을 가지고 버티지 못할 상황을 견뎌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내향적인 성향이라서 섬에 가서 물고기 잡고 살고 싶다든지 시골에 가서 농장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렇게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 남편을 무슨 방법으로 달래야 하나 고민이 되는 밤이다.


내일 잠 많은 남편은 해가 어스름하게 뜬 아침 가장 먼저 문을 열고 힘들고 피곤한 몸으로 회사를 가겠지? 하고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러운 마음이다.


뭘 해줘야 아침마다 회사 가기 싫다는 남편에게 힘이 나는지 아시는 분들은 댓글로  팁을 주시면 남편에게 해 줘 보겠습니다~!!


모든 직장인은 월요일 아침 회사에 가기 싫은 건 마찬가지이겠지만 말입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남편과 같은 증상을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이라고 말하나보다.  자가진단 해보라고 해야겠다.출처 고용노동부

#사진출처는 네이버와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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