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라니 2

아이 곱하기 아이<이제야… 겨우…>

by 로로Ror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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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겨우…>

이것으로 두 번째다.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짜장면을 남겼다. 기름지고 맛난 음식에 영 손이 안 간다. 신랑은 옆에서 계속 ‘더안 먹어? 다 먹었어?’ 물어본다. 나는 자동인형처럼 규칙적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린다. 가게 문을 나서면서도 나를 아픈 사람처럼 걱정하는 신랑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내가 평소에 어떤 이미지였던 것일까? 모처럼의 주말에 한가롭게 단둘이 지내는 내내 신랑은 옆에서 집에 있는 간식거리를 자꾸 내 주변에 놓으며 서성거렸다. ‘배 많이 고파요?’라고 묻자 신랑은 아주 배부르다며 배를 두드린다. ‘근데 왜 먹을 것을 자꾸 꺼내요?’ 그러자 신랑은 머쓱해하며 딴청을 부린다. 하지만 그 간식들을 걷어가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 나는 부스럭 과자 한 조각을 집었고 신랑은 갑자기 날카롭게 나를 관찰했다. 딱 두 조각 먹고 나니 성에차서 과자에 관심을 거두니 그 시선은 더욱 나를 집요하게 따라다녔다.

‘정말 입덧이 오긴 왔나 보다.’ 신랑이 참다못해 말했다. 그렇다, 정말 임신하면 속이 메스껍고 신게 당긴다더니 과일같이 상큼한 것을 좀 먹어야 그 느글느글함이 가라앉는다. 자극적인 파스 냄새에 못 견뎌하고 느끼한 튀김류는 손이 잘 안 간다. 하지만 드라마 주인공들처럼 변기를 향해서 달려갈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비 포장된 흙길을 낡은 마을버스를 타고 두 시간째 가고 있는데 옆에서는 누가 테이크아웃한 치킨 냄새와 청국장 냄새가 뒤엉킨 가운데 혼자 멀미에 고생하지만 앞으로 세 시간은 타고 가야 집에 도착하는 듯한 아주 곤란한 상태지만 말이다. 그래도 신랑이 내 입덧에 세세하게 반응해 주고 걱정해주는 듯해서 아주 고마웠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 네가 날씬이가 될까 봐 걱정이야.’ 신랑이 아주 희망찬 내일을 바라보는 눈빛과 해맑은 목소리로 말 했다. ‘돼지라서 미안합니다.’ 나는 주먹을 살짝 쥐며 대답했다. ‘그런 거 아냐, 너는 먹을 때가 제일 보기 좋아.’ ‘네, 음식 남기면 벌 받는데 제가 다 안 먹어치워서 죄송합니다.’ ‘그런 거 아니라니까.’ ‘흥.’ 괜한 토라짐에 사로잡혀있던 나는 갑자기 드라마에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 ‘근데 말야 드라마 여주인공이 임신했다고 하면, 남편이 번쩍 안아서 한 바퀴 돌던데 자기는그러지 않는걸 보니 별로 안 기쁜가 봐?’ 그러자 신랑은 ‘아니야, 정말 기쁘지. 업고도 다니겠다.’ ‘그래? 근데 왜 안아서 안 돌아?’ ‘돌려고 했어. 자 봐.’ 그러더니 신랑은 나를 끌어안아 올렸고 내 발은 지면과 약 1센티정도 떠올랐다. ‘끄으으으으으으으응차.. 으으으으으으으.’ 신랑은 소 한 마리를 번쩍 들겠다는 결연한 표정으로 온갖 곡소리를 내며 나를 안고 겨우 한 바퀴 돌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내가 뭐가 무겁다고!!’ 그러자 신랑은 ‘물론이지 너무나 깃털 같아.’ 하며 다시 그 괴성을 지르며 나를 겨우겨우 안아서 돌렸다. 내가 정말 치사하고 더러워서 날씬이로 거듭나야겠다는 다짐의 다짐을 거듭했다.

‘입덧이라고 하지만 완전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나는 저녁식사도 다 비우지 못한 상태에서 신랑에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아는 너는, 절대로 음식을 남기지 않고 나보다 많이 먹었어. 네 몫을 다 먹고 내 몫을 조금씩 더 먹었는데, 갑자기 이러니까 너무 걱정되는 거야.’ ‘내가 그때는 일 특성상 식사시간이 불규칙적이라서 그랬던 거고 요즘에는 안 그래.’하지만, 이제야 겨우.. 보통 여자아이들처럼 먹게 되었는걸.’ ‘장정만큼 잘 먹어서 미안합니다.’ 나는 다시 주먹을 쥐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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