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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Mar 15. 2024

39/100 나의 멜랑꼴리아

불행 안테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감탄했다. 불행은 잘게 쪼개서 맞아야 하는데 섣불리 막았다가는 더 크게 온다고. 사실 내가 쪼개봤자 다가올 불행의 총량은 변함이 없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예방주사 차원에서 작은 불행을 겪는 것이 마음이 단단해지는 데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여하튼 들개를 불러가면서 일부러 물리는 주인공은 고통을 고통으로 잊고자 하더라. 안타까워 보이더라. 그럼 나는 어땠을까? 나는 불행 안테나가 있었는데, 참 끌린다, 좋아 보인다 하고 선택한 길은 여지없이 '꽝'이었다.  두 갈래 길에서 내 마음이 끌리는 길에서는 그랬던 것. 그래서 내가 일단 끌리면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지배했던 적이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냥 어떤 길을 갔던지 간에 불행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가지 않은 길에서는 행복이 서운해하며 '왜 날 안 찾았어?'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무렵 나는 어떤 선택을 함에 있어서 망설이게 되었다. 심지어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도 일행이 고른 것을 슬쩍 참고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한동안 위축된 마음으로 지낸 거지. 만일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때의 나에게로 찾아가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너의 잘못된 선택의 끝에 불행이 있는 것이 아니니 걱정 마. 그냥 네가 꼬여 있어서 행복도 못 찾아먹고 불행만 남은 거란다. 네가 붙은 두 가지 직장에서 어떤 것을 골랐더라도 너는 퇴사를 했을 거야. ' 그럼 그때의 나는 화를 내겠지. '아주 눈물나게 고오오맙다. 그따위 말을 위로라고 건네냐?' 하면서 내심 개운해하리라. 그러고 마음속 꼬린 실타래를 푸는 일에 빨리 집중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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