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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Apr 03. 2024

53/100 나의 멜랑꼴리아

웃음에 서툴다.

 웃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래서 가끔씩 일이 잘 안 풀린다는 생각이 들면 조커처럼 입 모양을 만든다. 그러고 나면 진짜 묘하게 기분이 누그러지곤 하지. 표정도 부드러워지고 말이다. 긴급 웃음 처방이 필요하다. 다만 오남용은 언제나 안 좋다. 한때는 너무 억지로 웃음 처방을 아침부터 장착하며 버티곤 했는데 그러자 약발이 떨어지더라. 웃어야 버틴다가 아니라 버텨야 할 때 살짝 웃어야 하더라.

 한편, 웃는 낯도 이뻐야 한다. 나는 미소가 이쁜 타입은 아니다. 오히려 웃으면 싸우자는 오해를 받곤 했다. 입 꼬리를 한쪽만 올려서 그런 듯하다. 웃는 것이 무기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더라. 그래서 아예 웃음 때 눈을 감아버렸다. 그랬더니 이번엔 조금 사람이 모질라 보이기도 했다. 어휴, 웃는 것도 힘이 든다니까. 그래도 그런 상황들이 웃기니까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후에 뭐든지 웃긴 쪽으로 상황을 해석하게 되는 개그 욕심이 생겼는데, 그 이후로는 그 상황들조차도 웃으며 넘길 수 있게 되더라. 코미디언이 되었어야 했는데, 아쉽게 되었지 뭔가. 오늘도 씩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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