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힘들 거야. 마음 아픈 일들도 있겠지. 상처도 받겠지. 하지만 그보다 힘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실은 우울을 얕보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의 우울이 내 마음을 병원에 가서 해결될 일이 아님을 명확히 알고 있었고 무엇이 임시방편인지, 본질적인 처방인지도 알고 있었다. 알고 있길 바라는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코 그 감정을 얕봐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나약하다고 채찍질하기보다는 결린 곳을 꾸준히 풀어줘야 맞다. 마음의 감옥에서 해방되고 나서야 그 모든 것을 바라볼 용기가 생겼다.
악몽을 꾸었다. 고립되어 막막한 상황이 그대로 내 몸을 뚫어 마음까지 다치는 그런 상태. 진퇴양난 딱 네 글자에 딱 떨어지는 나의 사정. 게다가 가상의 설정 안에 있을지언정 그 시절의 나는 불안하고 위태로웠다. 운동 에너지가 응축된 원자 하나하나가 나를 구성했달까. 마치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를 통째로 삼킨 기분. 그 와중에 남편이 깨우는 소리에 나는 안심하고 깨어났다. 이제 악몽에서 탈옥하고 싶다. 어렵지만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