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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Feb 02. 2024

2/100 나의 멜랑꼴리아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나의 우울감)


 핼리가 외로웠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저 내가 외로워서다. 그것은 가족도 친구도 채워줄 수 없는 온전한 내 뇌 구석탱이의 문제니까.

"여러분, 나의 멜랑꼴리아가 맴돌고 있어요. 안 들리나요? 지이이잉, 회전할 때마다, 저래요. 사실, 저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이루다가도 끈질긴 그 규칙성 때문에 결국은 잠들게 하는 이상한 소리랍니다. 빛을 낼 때는 너무 뜨거웠다가 그 빛이 꺼지면 냉기가 스쳐요. 저 골치 아픈 녀석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나서야 떠난답니다. 'I'll be back'하고 엄지를 척! 올리면서요."

라고 말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미치려면 곱게 미쳐야지, 세상천지에 떠들 일 있는가? 게다가 저 묘사는 그저 일종의 비유일 뿐이다. 믿어달라. 나는 지금 이상하지 않다고 온 힘을 다해 입증하고 있다. 그렇지만 멜랑꼴리아의 존재를 말하지 않고서는 안될 만큼, 외롭다. 그래서 이런 넋두리를 하는 것이다. 멜랑꼴리아가 와서 싫지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기도 하다. 떠나갈 일만 남았으니까. 그러고 나서는 한동안 해방감이 들 테니까. 당분간은. 행복하기 위해선 불행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기꺼이 맞이하는 중이다. 적어도 그 주기가 10년이라는 보장만 있다면 말이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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