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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Feb 08. 2024

8/100 나의 멜랑꼴리아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나의 우울감)


두 번째 멜랑꼴리아의 방문.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반복된 꿈을 꾼다. 초록색 교복 상의와 남색 교복 하의, 짝짝이 양말, 넥타이와 리본이 흩어진 가운데, 어서 챙겨입고 나가지 않으면 지각 확정이다. 교문 앞까지 가면서도 제대로 교복을 맞춰 입지 못해 지적받게 될 걱정에 교문을 통과 하지 못했다.

그렇게 늘 같은 패턴의 꿈을 꾸고 나서, 어느 순간 그래도 그 관문은 통과해서, 교실에는 가까스로 들어온 장면부터 시작되는 챕터로 넘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나 빼고 모두 수업 진도를 나갔기 때문에 나만 시험을 앞두고 두꺼운 교과서와 문제집을 처음부터 다시 풀어야 하는 막막함과 긴박함으로 가득한 채 잠에서 깨곤 했다.

결혼하고 나서도 끙끙 앓고 있으면 남편이 '또 학교 꿈꿨어? 언제 졸업할 수 있으려나?' 하며 식은땀 흘리는 나를 슬며시 깨워줬다. 사실 나는 대학 생활 말고는 모든 학교를 전학 다녔다. 이사를 하여서, 해외로 가느라, 해외에서 오느라 그저 가족을 따라 이동했는데, 새롭게 적응할 만하면 떠나야 했기 때문에 늘 연속성이 없었다. 그럼에도 해외에서 돌아온 9살 무렵, 그리고 다시 해외에서 조각조각 고등학생 시절을 어찌어찌 끝내던 열아홉 무렵 (학제가 달라서 유급한 셈이다) 나는 차갑고 야박한 면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모든 사람을 우습게 봤다. 나 자신도 그 안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순수하게 나에 관한 호의를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들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과 경계를 하는 표범과도 같았다. 내가 관찰하고 거른 뒤 다가간 사람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은 내 등의 가시들로 인해서 베일 것 같다고 라고, 표현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고슴도치로서 살아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던 질풍노도가 펼쳐졌다. 10년 뒤 찾아온 멜랑콜리아기 때문이리라.

"그때 한 번으로는 너를 완전히 부서지지를 못했나보네. 진작 와 보지 못했더니 그래도 살만하구나?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대해줄게. 사람을 믿지 못하고 그럴 때마다 자기혐오에 빠지는 거야. 그럼 새로운 사람들이 다가올 때마다 마음속으로 구덩이를 파겠지? 그래도 잘 숨길 테니 잘 해봐." 하듯이 멜랑콜리아의 파장은 내 속을 이리저리 뒤집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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