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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Feb 14. 2024

14/100 나의 멜랑꼴리아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나의 우울감)

 20대의 어느 순간 나는 모든 것을 멈추고 집에서 칩거했다. 실제로 자주 잔병치레가 많았고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곤 했다. 가족들 입장에선 걱정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으리라. 하지만 나는 내 안에 파고 들어갔다. 나는 모아둔 돈으로 칸느영화제 수상작 모음 dvd(온라인 서점에서 세일 중이었던)을 구매해 몇 편을 보고 보고 또 봤다. 되지도 않는 실력으로 그림을 계속 그리기도 했다. 그리고 케이블 채널에서 나오는 영화들을 트는 대로 나오면 보고 또 나중에 이어서 봤다. 결국 그렇게 여러 영화들을 끝끝내 조각조각 다 이어 붙여 한편을 완성했다.  영화를 통해 위로받을 줄 알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는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었다. 예전에는 대체 뭐 하러 어떤 이야기를 그렇게 길게 끌고 나가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어떠한 세계를 담기에는 영화시간들이 너무나 촉박하다. 영화의 장르나 급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재미있으면 그만이었다. 물론 곱씹을 거리가 많은 깊이를 지닌 영화들은 또 다른 매력이긴 했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내 청춘은 너무 애매한 세상에서 낭비되고 있기도 했다. 목적도 없이 작품에 파고든다고 한들 생산성이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 물을 마시다가 거울을 보고 문득, 이대로 이렇게 살다가 내가 나이가 들어 부모님마저 떠나보내면, 나는 영원히 혼자겠지?라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세상에 나갈 생각도 못한 채, 학생신분의 유예기간이 끝난다면 말이다. 이러한 시기에 나 역시 나를 걱정해 준 가족에게, 특히 엄마에게 밝음을 주지 못했던 부분이 지금에서야 왈칵 느껴진다. 죄스럽고 죄송하고 한심하다. 그러나 당시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고회로가 작동했을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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