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낙천주의자

끈기와 인내의 미묘한 차이

by 로로

한때 나는 스스로를 게으른 낙천주의자라 생각했다. 게으르고 끈기는 없지만 행복한 사람.

그런 게으름과 끈기부족은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나름의 방패가 되어주었다. 쉽게 포기하고 다른 곳에 관심을 돌리기는 것이 쉬웠다. 나는 게으르고, 끈기가 부족했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함께 시작했으나 내가 중도에 포기했던 일들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생겼다. 약간의 질투심과 '그래, 그건 저 사람이라 가능한거야.'라는 자가방어가 동시에 나타났다. 그것은 내가 무언가를 했으나 중도에 포기하고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엔 어김없이 나타났다.


나는 나름 나를 쓰고 있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신이 나서 달려가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돌보는 것을 즐거워했다. 그런데 문제는 꽃이 피기도 전에, 열매가 맺기도 전에 다른 곳에 눈을 돌린다는 것이었다. 나는 새로운 것에 눈을 반짝이며 꽃피지 않은 것들에 대해 '이건 안 되나보다.'라며 쉽게 손에서 놓아버렸다.


그런 일이 쌓이다보니 문득 이러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무언가 손에 쥐고 싶었다. 물론 아무것도 못 이루고 산 것은 아니다. 내가 의식하지 않고 행하던 일들은 누군가가 보면 잘 된 일이었고,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붙인 게으르고 끈기없는 사람이란 꼬리표는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끈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렸을 때 무엇을 해야할 지도 알았다. 조급증을 버리고 지긋이 지켜볼 줄 아는 여유를 가질 것. 당장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두고 볼 줄 아는 인내심을 키울 것.


그렇게 나는 게으르고 끈기없는 사람이란 꼬리표를 떼어냈다.






나는 여전히 조금 게으르고, 새로운 것에 눈을 반짝이는 사람이다. 동시다발적으로 무언가 하기를 좋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흥분한다. 그렇지만 솟아오르는 새로움에 대한 흥분을 지긋이 눌러둘 줄 알고, 지루하지만 하기로 한 일은 늦더라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이 정도면 게으르고 끈기없는 사람에서 조금 게으르지만 끈기있는 사람이 된 셈이다. 그리고 그 성과들은 느리지만 조금씩 나타나며 내가 바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셀프 쓰담쓰담.


앗, 그런데 또 하나의 숙제가 주어졌다.

이번에는 선택과 집중이란다. 이것도 참 부족한 사람인데 말이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은 맥시멀리스트에겐 필수인 선택과 집중. 천천히 그 숙제를 풀어가보자. 나는 조금 게으르지만 끈기있는 낙천주의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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