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도둑맞다
"오늘 뭐 했지?"
"우리 주말에 뭐했어?"
"3월에 나 뭐했지?"
"벌써 4월이야?"
"한 것도 없이 한 달이 지났어."
"헉! 벌써 한 살 더 먹는 거야?"
그때 나는 시간을 도둑맞았었다. 나의 하루는 어디로 갔으며, 나의 일주일은 어디로 갔는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시간을 도둑맞은 나는 참으로 시간이 빠르다고 느꼈다. '벌써'라는 말이 항상 따라붙는다. '아직'이란 단어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벌써'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기록을 시작했다. 듬성듬성하던 시간들이 채워지고 빠르게 흐르던 시간이, 다시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흘러 흔적 없이 사라졌던 나의 시간들이 촘촘히 모여 빛을 내기 시작했다. 기록은 그렇게 나의 시간들을 채워주었다.
매일을 30분 단위로 기록한 적이 있다. 매번 기록하기 어려우니 한 번에 몰아서 기록을 할 때면 구멍이 뚫리는 시간들이 생긴다. 도통 뭘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시간.
'대체 나는 저 1시간 동안 뭘 했지?'
그때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
지금은 하루를 30분 단위로 쪼개어 기록하지는 않는다. 요즘은 시간을 기록하기보다는 생각을 기록한다는 말이 더 알맞을 듯하다. 그 시간의 행동, 상황, 생각들을 기록함으로 그 시간을 지킨다.
나의 시간을 채우던 기록이 커지면 그 기록은 나의 증거가 되어 나를 증명해준다. 사람들은 보이는 증거를 신뢰한다. 처음 시작은 미비하여 눈에 보일까 말까 하지만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높은 산이 산다.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기록은 그 자체로 그 사람을 대신하기도 한다.
어떤 기록은 어떤 사람을 만들기도 하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록한다. 나의 생각을, 나의 말을, 나의 단어를.
이렇게 나의 증거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