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방해자인가 조력자인가

새벽 이야기

by 로로

새벽에 일어나 하는 운동을 하자 마음먹고 처음에는 집에서 동영상을 보면 따라 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20분 남짓의 스트레칭과 운동 사이의 그것을 하고 뭔가 했다는 뿌듯함이 들곤 했다. 그러던 중 새벽 기상을 미션을 함께 하던 이가 매일 러닝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도 해볼까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어둑한 새벽에 집을 나서는 건 역시 조금 무서웠다. 아이가 깨어 엄마를 찾으면 어쩌나란 핑계도 대어보았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할 때쯤이 봄을 지나 여름의 입구에 다 달았을 때였다. 새벽이라고 하지만 이미 해는 온 세상을 비추어 어둠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 한번 해보자.'


그렇게 나의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집 앞의 공원을 처음으로 달렸다. 결혼초 집 앞의 공원에서 운동을 하자며 신랑이 나를 이끌었지만, 나는 폐활량 부족을 핑계로 뛰기를 거부했었다. 그랬던 내가 뛰고 있었다. 그것도 새벽에.


그렇게 뛰고 돌아와 씻고 명상과 나마주글을 쓴다. 씻을 때 콜드 샤워로 마지막을 장식하며 온몸을 깨운 뒤 개운하게 명상을 하고 나를 만나는 글쓰기는 하는 것이다.


그런 고요한 시간이 나의 새벽 있었다.


그런데



"잘 잤어?"



나만의 그 고요한 시간에 침입자가 나타났다.


그 침입자는 바로, 신랑.


빠짐없이 새벽 기상을 하고 있는 내가 신기했던 신랑의 마음속에 무언가 변화가 생겼고, 그 변화는 행동을 만들었다.


그 잠 많던 사람이.

자신의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 그렇게 나의 새벽에 비집고 들어왔다.


사실 새벽 시간의 나는 묵언수행을 하듯 입 밖으로 말이란 형태의 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다. 당연히 혼자여서 그랬으리라. 혼잣말은 머릿속으로 가능하니 말이다.


그런 묵언수행의 새벽에 불쑥 신랑이 들어와서 말을 건다.


블라블라블라


말을 거는 이에게 모른 척을 할 수도 없고, 말을 주고받다 보면 리듬이 깨진다.


신랑은 자신도 새벽 달리기를 하겠다며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달렸다. 그렇게 잠이 많던 사람이 며칠을 계속 일어나 새벽 달리기를 했다. 그 모습이 그저 신기했다. 누군가를 변화 시키보 다는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말이 참으로 와닿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에게 일어나라고, 게으름 피우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 좀 하라고 잔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일을 했는데, 그것이 그 어떤 잔소리보다 효과적이었나 보다.


내가 새벽 기상을 계속해서 유지했던 동력 중의 하나가 신랑의 기상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새로이 마음을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나에게 즐거움이었다. 20대의 나는 한 권을 책을 만났고, 그 책으로 인생의 비전이 만들어졌다. 바로 누군가의 마음을 1도만 바꿔보자. 그럼 그 1도는 그를 완전 다른 곳으로 데려가 줄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것이 눈앞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 재미있었다.


그렇게 방해자였던 그는, 어쩌면 조력자로 나의 새벽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신랑은 간헐적 새벽 기상을 한다. 물론 출근이 이미 새벽이긴 하지만, 내가 말하는 새벽 기상은 새벽의 여유로움을 갖느냐 마느냐의 차이이다. 시간에 맞춰 일어나 허둥지둥 출근을 위해 새벽을 사용하느냐,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는데 새벽을 사용하느냐는 하루를 다르게 만든다.

하루가 달라지면 일주일이, 한 달이, 일 년이 달라지게 된다.


나 하나 변하기도 어려운데, 누군가 함께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면 그건 아주 커다란 동력이 된다.


그저 나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었더니 옆짚의 시간도 멋들어지게 변하는 것.


나의 옆집, 방해자이자 조력자 신랑의 앞으로의 변화도 기대해본다.


그리고 나도.


"기대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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