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5월 25일, 문장채집 no. 121
롱블랙 5월 25일, 문장채집 no. 121
찰스바버샵 : 조선호텔 출신73세 이발사, 홍대 앞 바버샵을 낸 이유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299
1. 이발을 한 지 57년. 코오롱 사옥에서 시작해 조선호텔 20년, 신라호텔 6년, 힐튼호텔 4년. 이재용 삼성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단골. 그가 2015년엔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 바버샵을 열었어요.
2. 16살쯤. 운좋게 이발소 시다로 들어갔어요. 열심히 일하다보니, 주인이 이발 기술을 배우면 어떻겠냐고 물었어요. 덥석! 하겠다고 했죠. 1966년 일입니다.
3. 삶이 그리 간단치 않다고 생각해요. 내 수준을 높이려면 좋은 이발소에 들어가 좋은 주인을 만나야 해요. 그러려면 남들이 기억할 장점이 있어야. 그래야 입소문이. 나에겐 서글서글한 미소가 강점. 기술 좋은 베테랑은 많으니, 나는 그들 옆에서 늘 웃었어요. 어느샌가 '정철수는 서비스맨의 자세가 돼 있다'라고 소문이.
4. 호텔 이발사로 일하기 시작한 건 1985년. 얼마 안 가 조선호텔 이발소를 매입. 한 달 매출만 8000만원. 나는 평범한 이발사보단 정/재계 인사의 전문 스타일리스타가 되려고 노력.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싶었어요. 그들이 머리 깎는 한두시간만이라도 쉬다 가길 바랐어요. 적게 말하고 많이 들었어요. 정숙을 유지하며, 분위기 봐 가면서 농담을. 정치/경제 얘긴 금물. 헤어스타일이나 맛집, 자식 키우는 얘기 정도. 긴장을 풀만한 주제들.
5. 헤어스타일을 조금씩 바꿔 자른 것도 비결. 신문에 보도 사진이 크게 걸려요. 자세히 보면서 보완할 부분을 체크해요.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준 거죠.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 비굴하면 안 돼요. "와 주셔서 극진히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내가 당신의 헤어스타일을 바꿔드릴 유일한 전문가입니다"라는 인식이 들게 해야해요. 손님의 규모보다 충성심이 사업의 성패. 섬세한 관찰력에 친절한 멘트가 더해지면, 단골은 10만원을 주려다가도 100만원을 던져요. 손님을 공부하면 매출은 알아서 따라와요.
6. 위기를 모른 체하면, 크게 다치는 건 자기 자신. 2015년 67살의 나이에 힐튼 호텔을 끝으로 호텔 이발사를 그만뒀어요. 미국으로 떠날 참이었는데, 단골 손님이 나를 끌고 홍대로 갑니다. 그렇게 바버샵을 시작합니다.
7. 젊은 친구는 자기가 좋다면 주변에 적극적으로 홍보할 줄 알아요. 어떤 청년은 60만 회원이 있다던 인터넷 커뮤니티에 바버샵을 소개해줬어요. 정점은 sbs 생활의달인을 찍은 뒤였어요. 방송 다음 날 전화만 1600통. 1~2년 예약 꽉!
8. 이발사는 한쪽에선 가윗날을 갈면서, 한쪽에선 유행하는 스타일을 공부해야 해요. 아는 만큼 보입니다. 최근 5년 동안 유행한 스타일은 60~70년대 인기있었던 포마드 리젠트 컷. 지금은 유아인 머리로 잘 알려진 아이비리그 컷이 대세. 유행이 돌고 도는 걸 아니까, 57년 이발기술이 더 빛나는 거죠.
9. 좋은 이발사가 되기란 힘들어요. 그런데 타협할 수 없죠. 남성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의 모든 경험 수준을 높여야 해요. 그게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찰스바버샵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charles_barbershop_hongd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