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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 이충걸에 대하여

롱블랙 6월 16일, 문장채집 no. 448

롱블랙 6월 16일, 문장채집 no. 448

이충걸 : GQ 초대 편집장, 문장으로 독자를 압도하는 법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722 


1. 이충걸 작가의 전공은 뜻밖에도 건축공학. 이지만 뜻은 별로 없. 그러다 집은 책 한 권이 그를 에디터의 길로. 이탈리아 저널리스트 오리아나 팔라치의 인터뷰집. "그녀의 기개가 담긴 인터뷰집을 보며, 저도 어렴풋이 인터뷰를 '업'으로 삼지 않을까, 그랬습니다"


2.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4년여. 보그에서는 한국판 피처 디렉터. 그 후 GQ 편집장으로. 그동안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을 인터뷰. "인터뷰이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닌, 인터뷰어의 마음에 비친 상을 전한다"는 평을 들으며, 점차 유명.


3. GQ 편집장 시절 "전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응당 그래야 한다'는 규율을 지키지 않았어요. 맨날 모자 쓰고, 청바지에, 머리도 염색한 적이 있.. 브랜드 론칭 행사도 가지 않았어요. 그래도 용납이 됐던 건 어느 나라의 GQ보다 잘 만들었기 때문. 그때 저는 알게 되었어요. 일을 아주 잘하면, 그 사람이 가진 흠이나 결핍들이 어쩔 수 없이 무마된다는 걸"


이충걸 작가는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들을 인터뷰했다. 그러면서 ‘인터뷰어의 마음에 비친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평을 들었다. ⓒ강봉형


4. "이왕 만들거면, 세계에서 제일 책을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편집이란, 나의 미적 관점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자유롭게 던지는 일. 그래서 칼럼, 디자인, 비주얼, 기사 퀄러티 등 모든 부분에 저의 감각을 하나하나 채워 넣으려 했죠"


5. 간결함은 미덕, 명확함은 친절, 구체성은 배려. 지나친 간결함은 주의. 비브라토 없는 동요가 될 수 있어요. 더해 적확한 단어를 골라야 합니다. 그리고 문법과 맞춤법을 지키는 것


6. 내가 쓴 글이 타인에게 좋은 영향, 교훈을 준다고 생각 하지 마세요. 독자들은 내 의도와 무관한 지점에서 감흥을 얻는 경우가 많아요. 글을 쓰는 사람은 그저 적합한 영양소로 반찬을 만들고 그걸로 상을 예쁘게 차리는 데만 집중. 어떤 반찬을 먹고, 어떤 영양소를 취할지는 독자의 몫입니다.


7. 인터뷰이를 다각도로 해석하려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알고, 또 듣는 게 중요. 인터뷰이의 마음을 열어야 하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걸 아무도 모르는데, 그걸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마음의 빗장은 풀리게 돼 있어요. '저사람이 어떤 의미로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구나' 혹은 '와전히 간파당했구나' 느끼면 상대의 마음이 스르르 열리는 거지요"


8. 교만하게 아는 척은 하지 않으려 해요. 또 필요한 순간, 던질 수 있는 나만의 관점을 연구하죠. 경청은 기초. 사람은 상대방의 진지함 때문에 더 많이 얘기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9. 인터뷰이에게 하나 마나 한 질문은 쓰레기에 불과해요. 흔한 글을 보기에 인생은 너무 짧고 똑같은 걸 보기에 세상엔 더 화려한 것이 많죠. 인터뷰할 때는 인터뷰어가 '권능'이 있다고 생각하며 다른 질문을 하고 다른 대답을 끌어내야 해요. 


10. 인터뷰는 그 순간 나만 본 그 사람의 모습을 적는 겁니다. 흐르는 시간을 제가 붙잡는 거죠. 마치 사진처럼. 이 순간은 한 번밖에 없는 영원히 중요한 가치이고, 저는 그 순간을 힘을 다해 잘 응고시키는 데 집중합니다. 이걸 극대화하는 게 '편집'이에요. 모든 걸 다 적을 수 없어요. 편집이란건 그 상황이 갖고 있는 소량의 진실을 다 발휘하는 거죠. 장면도 언어도 내가 하고 싶은 말도 편집해서, 마치 영화처럼 또 보고 싶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기도 해요.


11. 저에게 훌륭한 명분 같은 건 없어요. 그래도 제 작은 존재감으로 글을 가르칠 때, 학생들이 자기 문체를 가지면 굉장히 기쁠 따름입니다. 


12. 우주는 빛보다 빨리 팽창하고 있어요. 그 안의 우리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나아가고 있죠. 그래서 굳이 동서남북으로 분주하게 의미를 찾진 않아요. 그냥 하루의 즐거움과 하루의 우울로 포화된 오늘을 살아갈 뿐입니다.


이충걸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leechoongkeol/ 


스누트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welcome.sn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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