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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대학 프리퀄, 앞서 어떤 흔적들이 있었나?

2016년에 시작했으니 2020년은 낯선대학이 5년 차가 된다.  3년 차에 EBS 에 소개되었고(낯선대학을 너무 잘 소개하는 5분짜리 영상/내레이션은 낯대3기 용경빈)

https://news.v.daum.net/v/20180926205857749

낯선대학 가을 운동회(맨 오른쪽 후드티를 보면, 뭔가 낯설다. 스티커로 낯을 만들었다.)

4년 차에 여러 미디어에 소개가 되면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다.

https://brunch.co.kr/@rory/172


5년 차인 올해, 낯선대학은 4개 학교로 확장된다. 낯선대학, 낯선대학Y(oung), 낯선대학M(arketer), 낯선대학C(reator). 1월부터 본격 준비에 들어갔고 2월에 '건너 건너'의 지인을 초대했다. 낯대와 낯대Y는 앞선 기수의 추천과 초대로, 새롭게 시작하는 M과 C는 낯대와 낯대Y의 시작 때처럼 스텝 추천으로 참가자들을 초대했다.

ㅡㅡㅡ

그러던 중 코로나 19가 한국을 덮쳤고, 금세 잠잠해질 거 같았는데 어느새 3월까지 그 기세가 넘어왔다. 결국 개강은 4월로 연기가 되었다.

ㅡㅡㅡ

연기가 되었지, 취소가 된 건 아니다. 준비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생각한다). 그간 브런치와 인터뷰를 통해 낯선대학 이야길 많이 했는데, 어떻게 만들게 되었고(격변의 40대를 맞이해, 새로운 관계가 필요했다) 어떻게 운영했는지(3월 입학 - 12월 졸업 사이에 있는 일들) 주로 얘기했다.


오늘은 낯선대학 프리퀄이다. 낯선대학은 최초 7명(김연지, 손석호, 박종환, 오지원, 김상미, 이현재 그리고 록담)이 모여 판을 펼쳤다. 갑툭튀가 아니다. 각자가 가진 경험과 흔적들이 섞여 이 판이 등장했다. 나에게 영향을 미친 5개의 흔적을 살펴봤다.


2016년 3월3일 페북에 올린, 낯대 최초 7인의 첫 미팅 풍경

그에 앞서 낯선대학의 특징 4가지를 소개한다. 이 특징들이 바로 (스텝들 각자가 가진) 흔적의 결과다.

1. 초대로만 학생이 될 수 있다.

1) 1기때는 스텝의 초대

2) 2기부터는 앞선 기수가 초대를 하고, 스텝들이 밸런스를 고려한 초대를 진행한다.

3) 입학을 하려면, 기존 멤버와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한다.


2. 돌아가면서 발표를 한다.

1) 외부 강사 없이, 참여자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이야기(워크 앤 라이프)를 한다.

2) 낯선대학의 경우, 7번의 참석과 1번의 발표가 졸업조건이다.

* 올해 시작되는 낯선대학 M의 경우, 외부 강사(매거진 편집장) 강의가 메인이다. 실험이다.

2019년 낯선대학4, 수업 장면(이때는 작은 펍을 빌렸다. 종종 뜻 밖의 공간에서도 진행한다)

3. 평일 저녁 시간을 활용한다.

1) 낯대는 매주 월요일에 진행되었다.

2) 낯대 Y는 격주 금요일에 진행되었다.

3) 낯대 M과 C는 격주 월요일 혹은 화요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4.학교 시스템을 적용했다.

1) 학생회가 있다.

2) 조교가 있다.

3) 엠티가 있고, 방학이 있다.

4) 휴학도 있다.

5) 입학식과 졸업식이 있다. 졸업 조건도 있다.

6) 동회회가 있고, 활발하다. 어떤 동호회는 다른 기수, 다른 학교와도 함께한다.

7) 등록금이 있고(40만원대), 1년 과정이다.


이런 낯선대학의 특징. 그것을 만든 프리퀄은 다음과 같다.

1. 공사장

1) 2016년 1월. 공사장 10주년, 제주로 여행을 갔다. 어떤 막연함과 막막함에 우린 웃으며(소주 때문이었다) 걱정했다. 인생의 위기가 들이닥치는 마흔 즈음의 나이 때라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그날 밤 '낯선대학' 아이디어를 던졌다. 그때는 이름도 없었다. 돌아가면서 우리 얘기를 하는 정기모임을 제안했다. 여행을 다녀와서, 생각을 정리한 후 기획안을 준비해 공유했다.


2) 그 여행에 함께 하지 못한 석호와 판교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러고 이 얘길 했다. 그때 낯선대학이란 이름이 나왔다.


3) 공사장은 공연을 사랑하는 장사꾼의 줄임말이다. 공연 마케터 모임이었는데, 그중엔 제작자도 있었다. 낯선대학이 건너 건너의 연결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공사장이 딱 그랬다. 오지원(당시 신시컴퍼니)과 손석호(당시 PMC)가 각자의 지인을 초대해 만들었다. 난 지원이 초대로 참여했다. (지원이는 대학원 선후배로 만났다.)


4) 공사장은 대학로 카페 장에서 처음 모였고, 그날 공사장이란 이름을 만들었다. 매달 1번씩 모이기로 했다. '각자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하고, 도와주는 모임이었다.


5) 공사장은 매해 연말 공사장 송년회 파티를 기획했다. 우리가 그랬듯, 각자가 6~7명을 초대했다. 낯선대학 지인 초대는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다. 


2. 통통배

1) Daum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문화마케팅 담당자였다. 공사장 활동을 하던 서울예술기획 마케팅 팀장으로 있을 때, Daum(당시 담당자가 현재 신한카드에서 마케팅 일 하는 문주원님)과 여러 제휴를 했던 게 인연이었다.


2) 문화판 경험과 네트워킹을 가지고 동호회를 만들었다. 이름이 다공동이었다. 다음 공연 관람 동호회. 동호회 규모(50여명)가 컸다. 매달 한 편의 공연을 관람했다.


3) 두 번째 만든 동호회가 통통배였다. 인문학 동호회였다.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를 찾아(인문학 동회회니깐)가는 느린 배, 통통배. 그 통통배에 탑승한 동호회 멤버를 선원이라 불렀고, 난 갑판장이 되었다.


4) 주 수요일 점심 때 출항했다. 출항에는 늘 선장님이 동반했고, 선장님은 내가 섭외를 했다. 강신주, 윤태호, 김태형, 박원순(2014년때는 인기가 으마으마 했다) 등 여러 선장님들이 이 작은 배에 탑승해 한시간의 항해를 이끌었다.


5) 주 수업을 듣는 형태의 실험이 이어졌다. 선장의 이야기를 들었고, 함께하는 선원들의 이야기다. 사람들의 진심 어린 이야기가 귀했다. 그게 사람의 이야기, 인문학이라 생각했다.(낯대의 메인 콘텐츠도 각자의 이야기다))


https://culturemarketing.tistory.com/16?category=792477

https://culturemarketing.tistory.com/19?category=792477


3. 사람책 프로젝트

1) 합병하기 전, 제주에서 근무중이었다. 그곳에서 또 하나의 동호회를 만들었다. 바로 사람책 프로젝트다.


2) 사람들의 특징을 읽고, 그 특징(경험, 노하우 등)을 공유했다. 원래 외부인과 연결하려 했는데, 일단은 동료로 국한했다.


3) 동호회 멤버가 모였고, 각자 자기들이 알고 있는 동료들의 멋짐을 소개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10명의 사람책을 섭외했고, 동료들과 그들을 만났게 했다.

https://culturemarketing.tistory.com/14?category=792477

https://culturemarketing.tistory.com/15?category=792477


4. 예술경영 대학원

1) 20대 후반에 대학원에 입학했다.


2) 공대를 졸업하고, 문화판에 뛰어들었는데 막막했다.


3) 좋아하는 마음으로 버티는데 한계가 보였다. 그래서 대학원을 택했다.


4) 대학원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5) 그곳에서 만난 선후배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이직에 크나큰 역할을 했다.


6) 야간대학원이었다. 화요일과 목요일 2일간 총 4교시가 진행되었다.


7) 정규수업도 있었지만, 간혹 특강도 있었다.


8) 야간대학원, 그리고 특강이 낯선대학의 수업의 모델이 되었다.


5. 책, 낯선 사람 효과

1) 페이스북 지인이 그 책을 소개했고, 타이틀과 내용이 나와 너무 잘 맞아 사서 읽었다.(그러니까 이 책도 낯선 이의 추천으로 읽은거다)


2) 가까운 사람 만큼 건너 건너의 사람이 주는 임팩트도 중요하단 얘기다.(가까운 이는 또 다른 측면에서 인생에 어마한 영향을 준다.)


3) 그 책에서 낯선대학 이름이 나왔다.


이상이다.

정리하자면,

1) 공사장 운영을 통해 얻은 정기모임과 지인 초대 행사 경험

2) 통통배와 사람책을 통해 얻은 경험, 누군가의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다

3) 대학원 시스템(야간 수업과 특강 형태, 그리고 기본적인 학교의 제도들)

4) 책, 낯선사람효과에서 빌려온 이름(그리고 이 모임의 이론적 근거)


돌아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했다. 그런 것들이 흔적으로 남았고, 이렇게 뭉태기로 얽히고설켜 <낯선대학>이란 걸 생각할 수 있었다.(생각에서 행동으로 갈 수 있었던 건, 함께 손잡은 '최초 스텝'들 덕분이다.) 어떤 경험을 하느냐, 어떤 경험을 만들어가냐가 결국 다음 경험을 만든다.


이팔청춘이면 사방팔방 다니며, 시간을 마구 써도 좋을 때(다양한 방향을 모색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지만. 서른과 마흔의 지점에선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나의 기울기를 생각해보고,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점과 흔적을 만들자. 작은 결과가 쌓이고, 작은 성취가 쌓이고, 작은 관계가 확장되다보면 어떤 것이 나올지 모른다. 좋은 걸 먹어야 좋을 걸 싸듯(아이의 응가를 보면 안다), 우리! 좋은 것들을 애써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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