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3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ㅅ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이름은? 김민섭
2.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구체적으로)소개해 주세요.
북크루라는 (독자를 위한 작가 초청 플랫폼) 회사에서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아닌 공간에서는 (작가로서) 책을 쓰고 (출판사 정미소의 대표로서) 책을 만듭니다.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생애 첫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어 항공권을 취소하려다가 이름이 같은 김민섭이라는 93년생 청년에게 티켓을 양도한 일입니다.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이 일에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고 '연결'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감각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 김민섭 프로젝트 이야기가 담긴 기사 https://news.v.daum.net/v/20191115171055151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 일은?
서른 남짓한 나이였을 때, 운전 중에 발견한 도로 위의 고양이를 보고 지나쳤던 실수를 되돌리고 싶습니다. 그를 구하기 위해 유턴을 해서 다시 돌아갔을 때는 늦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고양이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보다도 "지금 해야 하는 일", "지금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지 않으면 한동안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고양이를 구하는 일이 그 시기의 저를 구하는 일이 되었을 것입니다.
5. 바닥을 친(어쩌면 슬럼프) 경험을 소개해 주세요. 어떻게 극뽁했나요?
인생의 바닥을 친 경험은 아마도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쓰고 대학에서 나왔을 때입니다. 외롭고 두렵고 생계를 어떻게 영위해야 할지도 막막했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저를 구원한 건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와 일치하는 삶의 태도, 였던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해야 김민섭이라는 사람은 가장 행복할 것인가 그리고 그에게 가장 어울릴 것인가, 하는 고민을 했고, '글쓰기' 말고는 별로 떠오르지가 않았습니다. 대리운전을 하며 쓴 <대리사회>라는 글로 인해 계속 글을 쓰며 살아가면 계속 행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더욱 행복해졌습니다.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건? 왜요?
만화책 <슬램덩크>의 22~24권 (애장판 기준), 산왕공고와의 전국대회 3차전 부분을 꼭 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부분을 읽곤 했는데 그러면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천재니까.' (주인공 강백호의 대사입니다. 저에게는 부적 같은 거였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천재가 아닌 건 저와 제 주변인들이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라는 몸과 마음이 되면서 힘을 얻곤 했습니다.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무얼 하는 분인지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어떤 관계이고, 어떤 부분에서 영감/영향력을 주고 있나요?
1) <회색인간>을 쓴 김동식 작가입니다.
2) 그가 인터넷 게시판에 소설을 연재할 때부터 독자이자 팬이었고, 그의 책이 나올 때 기획자로도 관여했습니다.
3) 김동식 작가는 지금까지 제가 만나본 일이 없는 종류의 (느낌의) 사람입니다. 글을 잘/재미있게/기발하게 쓰는 것은 둘째 치고, 만나 보면 누구라도 '이 사람은 지금 나를 진실되게 대하고 있구나, 이 사람 앞에서는 진실하고 착한 사람이 되어야겠구나.'하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를 볼 때마다 저는 닮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아, 저런 사람이 있구나...'하고 계속 그의 곁에 있고 싶다거나 착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심정이 되고 맙니다. 중학생 200명이 집중할 수 있는 강연을 하는, 제가 아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
대학에서 일하던 때는 '어떻게 하면 타인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살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김민섭이라는 사람은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하고 그에게 어울릴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저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점점 김민섭이라는 사람과 멀어졌다면 지금은 하루하루 저와 가까워지고 있는, 어쩌면 저의 흩어진 조각들을 찾고 있는 기분이 됩니다. 저의 조각들을 다 맞추어 보는 삶을 살아 보려고 합니다.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운동을 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공부를 오래한 사람이지 잘한 사람이 아닙니다. 대신 어린 시절부터 야구부원이었던 친구들보다 야구를 잘했고 고등학생 시절에는 체력장에서 몇 개 종목은 전교 1등을 계속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원래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야구 선수의 길을 걸었더라도 아마 즐거웠을 것입니다.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장점, 고유성 등)?
'관조'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사실 나와 주변과 사회를 관조하는 일입니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개인들을 그 처지와 상황에 대입해 나가면서 그것이 지금의 사회와 시대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를 계속 살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김민섭을 살펴보는 또 다른 김민섭이 생기는 기분인데, 그것이 일상화되고 나면 여러 상황에서 많이 도움이 됩니다. 나를 나로 서가 아니라 또 다른 나로서 제대로 살피는 일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달라졌나요?
20대 중반부터는 대학원에서 계속 공부를 했고 그 이후에는 대학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말하자면 사회 초년생이랄 것도 없이 학교에만 오래 있었습니다. 그때는 교수가 될 수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지금은 모든 교수가 반드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으로서 제대로 하루하루를 단단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어떠한 직업을 가지고 있든 어떠한 처지에 놓여 있든, 자신이 가져야 할 최대치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니까 누군가를 만났을 때도 그의 사회적 지위보다는 그가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먼저 살피게 됩니다. 그러면 결국 좋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글을 마감했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반대로 밀려 있는 글들이 생각나면 편집자들께 무척 죄송합니다.)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여전히 저와 주변을 기록하는, 글을 쓰는 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합니다. 그와 별개로 북크루와 정미소 출판사의 일도 계속하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14. 13)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혹은 당신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지금도 계속 쓰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저런 일로) 이전보다 글 쓰는 시간이 많이 줄어든 것이 고민입니다. 제가 쓰는 사람으로 계속 단단하게 살아가야 다른 일도 그와 연결되며 잘되리라 믿고 있는데 요즘 저의 딜레마입니다.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없다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싶나요?)
조금만 시간이 나면 휴대폰으로 두 가지의 일을 합니다.
1) '김민섭'이라는 이름을 검색해서 서평이 올라온 것이 있는지 봅니다. 저는 그만큼 가볍다 못해 개벼운 사람입니다.
2) 몇 군데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추천을 많이 받은 글들을 봅니다. 하루에 500개 정도는 보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재미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 소재와 문법이 글이 되는지에 대한 감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16.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사실 2년 동안 400개 가까운 강연 요청을 받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고 그만큼 감사해서 대개의 요청에 비용이나 시간을 별로 관계치 않고 모두 응했습니다. 강의를 할 때면 글을 써야 하는 이유와 방식에 대해서 저의 경험을 사례로 들어 주로 전합니다.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3개 이상)?
김민섭 작가, 북크루, 김대흔 씨와 김린 씨의 아빠.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우선 밀린 글들을 다 마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게 나 혼자 보낼 수 있는 1년이라면 제가 상상하지 못했던 어느 따뜻한 나라에 가서 (예를 들면 독일이라든가 체코라든가) 낮부터 맥주와 함께 소시지나 슈니첼이나 족발(무슨 슈바인학센이던가...) 같은 것들을 먹고 기분 좋게 취하고 싶습니다. 어디에선가 본 사진 한 장이 저에게 잊히지가 않는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어느 술집에 앉아 있고 거기를 유럽의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맥주를 한 손에 몇 개씩 들고 돌아다니고, 뭐 그런 것이었습니다. 저기는 정말 정말로 천국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언젠가 거기에 가서 맥주를 마시면 '아, 이제 죽어도 괜찮을지도 몰라.' 하는 심정이 될 것 같습니다.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하는 질문을 대학원생 때 들었습니다. 그때 행복하지 않다고, 지금 행복의 점수는 0점이라고 답했습니다. 그건 내일의 내가 오늘보다 불행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 질문을 다시 듣는다면 "행복합니다. 100점이에요."하고 답하고 싶습니다. 내일의 내가 오늘보다 조금은 더 행복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계속 김민섭이라는 사람의 조각을 수집하면서 살아가면, 행복의 점수는 계속 100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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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해 준 김민섭 작가님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