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장인 열전] 3. 독도문방구 김민정 대표

2025년 소싱인페어 특별행사 소싱인스토리 현장 리뷰

굿즈장인들이 품었던 좀 특별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2025년 소싱인페어 특별행사로 진행된 소싱인스토리 이야기 입니다.

이번 행사에는 총 10명의 굿즈 장인들이 함께 해 주셨습니다. 그 중 6명의 이야기를 플라잉웨일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4명의 이야긴 여러가지 이유로 공개가 어렵게 되었어요. 양해부탁드립니다)


[ 굿즈 장인들의 좀 특별한 이야기 _ 연재 소개]
1. 소싱인페어는 35년 된 코엑스 주최주관 행사입니다. 국제판촉물전시회가 전신입니다.
2. 2022년부터 플라잉웨일은 코엑스와 협업해 굿즈컨퍼런스(소싱인스토리)를 기획/진행해 왔습니다.
3. 올해는 전하영 아트라이터님이 플라잉웨일 파트너로 참여해, 이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4. 순서는
1) 노플라스틱선데이 _ 이건희 대표
2) 서울디자인재단 (해치 굿즈) _ 서혜영 팀장
3) 독도문방구 _ 김민정 대표
4) MPMG MUSIC (쏜애플 굿즈) _ 최성민 팀장
5) 한화이글스 _ 김정민 과장
6) 바반투 (불교굿즈) _ 김서현 대표


ㅡㅡㅡㅡㅡㅡㅡㅡㅡ

<대한민국 유일 독도멀티샵 독도문방구 이야기>, 독도문방구 김민정 대표


바야흐로 굿즈 전성시대, 그중에서도 유독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굿즈엔 어떤 스토리들이 숨어 있을까요? 단순히 아이템을 넘어 하나의 서사와 세계관을 만드는 굿즈 장인들은 또 어떤 인사이트를 품고 있을까요? 어느덧 4회째인 국내 유일 굿즈 컨퍼런스 <소싱인스토리>


세 번째 현장리뷰는 독도문방구 김민정 대표님 이야기입니다.


이미지 1 크게.jpeg

이미지 1. 독도문방구의 김민정 대표. 10여 년간 영화 마케터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현재 고향인 울릉도에서 독도와 관련된 굿즈를 기획 및 제작하고 있다.


고향에 돌아온 울릉도 토박이, 로컬사업자가 되다


분명 우리 땅인데 종종 외국보다 멀게 느껴지는 그 이름 독도. 이 작은 섬을 끊임없이 우리 곁으로 가져오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국내 유일 독도 굿즈샵 독도문방구! 이곳을 이끄는 김민정 대표는 울릉도 5대째 토박이 출신이에요. 여기까지 들으니 처음부터 독도 사랑이 엄청났을 것 같지만, 사실 그가 독도에 대해 알게 된 건 서른이 넘어서였어요. 초등학생 때 부산으로 ‘유학’을 떠나 영화 마케터로 일하기까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육지에서 보냈거든요. 갑작스레 집을 비워야 했던 전세 사기 사건이 아니었더라면 고향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었을지도 몰라요.


20년 만에 돌아온 울릉도는 어렸을 때와 정말 똑같았대요. 항구 근처 가게들의 이름과 풍경도, 건어물이며 호박엿뿐인 기념품들도. 때는 2009년, 이민 열풍으로 다양한 브랜드와 굿즈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제주도와는 너무나 비교되는 상황이었죠. 이걸 본 김민정 대표는 생각했대요.


‘내가 사는 울릉도에는 왜 그런 게 없을까?’ 광복절 시즌마다 반복되는 독도 행사를 보면서는 이런 생각을 했고요. ‘매년 우르르 찾아오긴 하는데 독도 노래나 부르고 플랜카드랑 인증샷 찍는 것뿐이네. 나한테도 저 메시지가 식상한데 과연 누가 독도를 궁금해할까?’


그러다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 독도 강치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 거예요. 오래 전 독도에 강치라는 동물이 있었다는 것, 가죽과 기름을 얻으려는 일본의 불법 포획으로 수만 마리가 살육당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죠.


“충격이었어요. 울릉도에 살면서 왜 이제 알았을까? 싶어 부끄러웠어요. 동시에 이런 스토리가 독도를 알리는 데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고요. 제가 그랬듯 강치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독도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질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해서 2014년 독도문방구가 탄생합니다. 영화 마케터 시절 전단지와 인쇄물을 만들었던 경험을 살려 강치 캐릭터를 기획하고 노트와 메모지 같은 문구류를 만들어냈죠. 조그만 공간 한쪽, 테이블 2개에 제품 8개뿐인 작은 브랜드였지만 잊혔던 울릉도의 역사가 부활하는 순간이었어요.



이미지 2 크게.jpeg

이미지 2. 독도를 상징하는 강치를 캐릭터화하며 시작된 독도문방구. 특유의 엄숙한 분위기가 오히려 독도를 대상화한다는 생각에, 학교 앞 문방구처럼 편하게 드나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붙였다.


위기는 기회가 된다


이후 독도문방구의 여정은 예상보다 순탄하게 이어집니다. 참이슬 로고를 쓴 강병인 캘리그라퍼의 도움으로 로고를 제작했고, 이듬해에는 롤모델 같던 브랜드 마리몬드에서 사회적 기업이라는 키워드를 포착한 후 새로운 포부를 품게 되었죠. 타이밍 좋게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이라는 지원 프로그램을 발견한 덕에 컨설팅과 멘토링을 받으며 법인 변경도 할 수 있었어요. 여기에 무려 프로그램 1등 선정까지! ‘경력단절 여성이 고향에 돌아와 독도 관련 사업으로 수상까지 했다’는 영화 같은 스토리 덕에 기사도 굉장히 많이 실렸대요.


그러면서 일도 연달아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포항 불꽃 축제의 굿즈 관련 디자인 용역, 패션브랜드 K2와의 티셔츠 콜라보···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 건 그 무렵이었어요. 어린이들이 보듬을 수 있는 굿즈를 만들고 싶어 제작했던 독도 강치 인형에 문제가 제기된 거예요.


“홈페이지에 항의글이 올라왔어요. 독도 강치를 만든다면서 어떻게 ‘메이드 인 차이나’로 만들 생각을 했냐고요. 그 글을 보고 망치로 맞은 것 같았습니다. 사실 단가와 최소 수량을 맞출 수 있는 공장을 찾기가 너무 어려워서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거든요.”


이 사건은 김민정 대표에게 큰 깨달음을 남겼대요. 고객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하지 말 것.그래서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위해 이를 악물고 준비했죠. 메이드 인 코리아는 기본, 인형 색깔이 플로리다 강치에 가까워 보인다는 피드백을 참고해 독도 강치를 더 많이 공부했어요. 인형 안쪽에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솜을 사용해 의미까지 담았고요.


이미지 3. 리뉴얼을 거쳐 현재 독도문방구의 시그니처가 된 독도 강치 인형. 고객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봉제부터 전과정 메이드 인 코리아를 고수한다. (출처: 독도문방구)


그렇게 두 번째 제품이 출시된 건 공교롭게도 코로나가 번지기 시작하던 2020년. 박스에는 강치 인형 1,500개가 쌓여 있는데 가게는 열 수도 없었대요. 크라우드 펀딩으로 어찌어찌 위기는 넘겼지만 이러다 정말 망하겠구나 싶던 그 해 여름, 울릉도에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하늘길이 막히자 해외로 나가던 스킨스쿠버며 다이버들이 국내로 눈을 돌린 거예요.


수영복을 입고 물을 뚝뚝 흘리며 가게를 구경하러 온 손님들 덕에 독도문방구는 SNS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울릉도 여행코스’, ‘#울릉도 핫플’ 등의 태그가 붙자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1억 남짓이던 매출은 2년 사이 3배 가량 성장했어요. 코로나가 끝난 후에도 성장세는 멈추지 않아 4억 5천까지 올랐고요. 그 과정에서 다양한 협업의 기회도 생겨났대요. 스타필드 고양과 광화문 교보문고에서의 팝업스토어, 커피웍스와 함께 출시한 독도커피처럼요.


12년차 로컬브랜드의 인사이트


이미지 4 크게.jpeg

이미지 4. 볼펜과 AI 레퍼런스로 굿즈를 기획한다는 김민정 대표. 만들고 싶은 것만 확실하다면 누구나 굿즈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라고 믿는다.


온몸으로 부딪히며 성장해 온 지난 12년, 그런 만큼 독도문방구의 인사이트도 빛났습니다. 그 중 하나가 ‘요즘은 누구나 굿즈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이었어요.


“저는 포토샵도 다룰 줄 모르는 디자인 문외한이에요. 그런데도 이렇게 볼펜으로 그려서 디자이너에게 보내면 그분이 찰떡같이 알아듣고 샘플을 만들어 주십니다. 그런 걸 보면 지금은 디자인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AI를 활용하면 필요한 이미지나 레퍼런스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잖아요. 기획할 수 있는 사람, 만들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굿즈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제안이라도 주변의 의견을 귀담아들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이어졌어요. 이름 모를 손님의 아이디어를 그냥 흘려보냈더라면, 무려 3만 켤레가 판매되며 시그니처로 자리잡은 독도 양말도 탄생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한번은 어느 고등학교에서 교내 독도 행사에 강치 디자인을 활용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디자인 파일을 보내드렸더니 고맙다면서 학생들이 강치 위에 캘리그라피까지 얹어 만든 부채를 선물해 주시더라고요.

기왕 받은 거 한번 활용해 볼까 싶어 허락을 구하고 그 디자인으로 L자 파일을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론 몇 만 장이나 팔린 제품이 됐어요. 덕분에 제 눈에 딱히 그럴싸해보이지 않더라도 누군가 제안을 해 준다면 한번 받아들여봐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제 시선이나 감각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이미지 5 크게.jpeg


한편 좋은 상품을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업체와 파트너를 찾는 법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독도문방구도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고 해요.


“매년 새 제품을 만들 때마다 새로운 공장을 찾아야 했는데 온라인으로 확인해보는 데는 한계가 있고,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일할 수도 없고··· 그러다 첫 콜라보를 진행하면서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런 데이터가 보장된 회사와 콜라보를 하자, 그들의 노하우에 내 디자인을 입혀서 의미 있는 상품들을 만들자! 프리미엄 타월 브랜드 TWB와 함께 독도 수건을 만든 것처럼요. 저는 제가 못하는 걸 직접 하려고 하지 않아요. 전문가와 함께 해야 더 좋은 제품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위기의 순간마다 영화처럼 살 길이 열렸던 지난 시간들. 김민정 대표는 ‘다 독도라는 키워드 덕분이었다’라고 정리했지만, 그 일이 가능했던 건 힘든 순간에도 결코 주저앉지 않았던 태도 덕분 아니었을까 싶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보너스: 미니 인터뷰


Q. 독도문방구가 다루는 소재들을 보면 정부 차원에서 조성했어야 할 문화를 묵묵히 만들어 오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쉽지 않은 일이셨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이 궁금해요.


처음엔 굿즈샵 하나 없는 울릉도에서 처음 이런 일을 시도한 사람으로서 욕 먹지 않게 잘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요. 독도를 소재로 사업을 한다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로고를 써 주신 캘리그라퍼 강병인 선생님도 그렇고, 공장 사장님들도 그렇고요.

독도라는 키워드 하나로 일이 풀리는 걸 보면서 ‘이건 내가 잘나서 잘되는 게 아니다, 정말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가끔 ‘이런 사업을 나 같은 사람이 해도 될까’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두지 않는 건 다 그 덕분인 것 같아요.


Q. 굿즈란 본질적으로 갖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독도의 이미지를 매력 포인트로 전환하기 위해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요즘 트렌드에 맞는 굿즈를 만들기 위해 많이 고민해요. 아무리 의미가 좋아도 관심 가는 소재의 굿즈가 아니면 구매하지 않을 테니까요. 울릉도는 12월부터 3월 사이 배가 거의 뜨지 않아 해당 시기엔 독도문방구도 겨울방학을 보내는데, 그 사이에 서울을 돌아다니며 요즘 어떤 굿즈가 유행하는지 트렌드를 살펴봅니다.

필요하면 외국에 다녀오기도 하고요. 구매하는 입장에선 그게 다 그것 같겠지만 제작하는 입장에선 키링이었다가, 지비츠였다가, 계속해서 달라지거든요. 그렇게 계속해서 공부하면서 굿즈를 만들고 있어요.


ㅡㅡㅡㅡㅡㅡㅡ

에디터 전하영님

1)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jjeonneo/

2) 웹사이트 https://jeonhayeong.creatorlink.net/

하나의 색으로 채운 100명의 세계보다 열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10명의 세계를 꿈꾸는 사람. 2017년부터 아트와 디자인의 관점에서 취재·인터뷰·칼럼 등 콘텐츠를 제작해왔으며, 글로벌 아트 플랫폼과 미술투자 플랫폼을 거쳐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 중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굿즈 장인 열전] 2. 서울디자인재단 서혜영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