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문장 채집 no.50
2021년. 카카오프로젝트 100. [문장채집] 100일 간 진행합니다.
1) 새로운 책이 아닌, 읽은 책 중에서 한 권을 뽑습니다.
2) 밑줄이나 모서리를 접은 부분을 중심을 읽고, 그 대목을 채집합니다.
3) 1일 / 읽은 책 1권 / 1개의 문장이 목표입니다(만 하다보면 조금은 바뀔 수 있겠죠).
마흔에 관하여 / 정여울
1. 너무 궁금해 시골 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처럼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어본다.(p. 18)
2. 단어의 모양새는 다소 경박한데, 풍기는 뉘앙스는 너무도 처절하다.(p. 19)
3. 내가 결코 어루만질 수 없는 슬픔의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안다. 누군가를 하염없이 걱정하는 내 마음보다는, 이런 내 걱정에 반응조차 하기 힘든 상대방의 슬픔이 더 크다는 것을 안다.(p. 19)
4. 빠르게 생각하고 민첩하게 행동하는 청년기와 달리, 중년은 '천천히, 다르게 생각'함으로써 보다 현명한 대답을 끌어낼 수 있는 시기이지 않을까(p. 20)
5. 이와 맞아버린 중년, 기왕 먹어버린 마흔, 되도록 즐겁고 행복하게 맞이하고 싶다(p. 21)
6. 나는 중년을 인생 최고의 전성기로 잡고 자기 자신을 착취하느 모범생 마흔이 되기는 싫다. 가끔은 우울한 감정에 빠져 있고 싶기도 하고, 어울리지 않는 객기도 부려보고 싶고,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실패를 하염없이 곱씹어보고 싶기도 하다. 창조성이나 생산성을 위해 내 소중한 권리, 예컨대 마음대로 망가질 권리를 포기하긴 싫다. 다만 이제 중년에 가까이 다가왔다는 이유만으로, 무언가에 새롭게 도전하는 삶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p. 22)
7. 이런 열망은 실용과는 전혀 거리가 멀기에 더욱 격렬한 순수성으로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p. 27)
8. 이제는 고독 안에서 슬픔이 아닌 안도감을 느낀다.(p. 38)
9. 마음속에 나도 모르는 새로운 아픔의 방이 존재하고 있었구나.(p. 39)
10. 가질 수 없는 것에 관하여 회한도 쓰라림도 없이 담담히 말할 수 있을 때, 나는 기쁘게 마흔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받아들이게 되었다.(p. 41)
11. 내 의견을 포기하면서까지 누군가의 호감을 얻고 싶지 않다. 내 생각을 숨겨하면서까지,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면서까지 환심을 사고 싶지는 않다. 나이 들수록 내가 점점 더 '진짜 나다운 나'로 바뀌어가는 것이 좋다. '나를 이렇게 봐주세요'라고 부탁하고 싶지 않아서 좋다. 아무런 꾸밈없이 그저 말갛게 '나'에 가까워지는 것이 참으로 좋다.(p. 63)
12. '그래도'라는 접속사가 지닌 치유의 힘은 크다. (p.73)
13. 때로는 내가 무엇을 선택하기보다 내가 무엇을 거절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의 향방이 결정된다.(p. 80)
14. 정 많이 주지 말자, 너무 많이 좋아하지도 말자. 그냥 일만 열심히 하자. 서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자. 그러나 첫날부터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발견하곤 이미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정을 의식적으로 준다기보다는 정이 마음속에서 분수처럼 제멋대로 뿜어 나와버린다. 이성과 논리로 무장한 내면의 시멘트로 아무리 분수를 틀어막아 보려고 해도, 이미 그 사람이 너무 애틋하고 걸핏하면 눈에 밟힌다. '절대 상처를 만들 만한 행동 자체를 하지 마라'는 알람이 매번 울려대면 뭘 하는가. 변함없이 정을 듬뿍 퍼주고 어김없이 상처를 받는데, 하지만 마흔의 문턱을 넘어가며 분명 좋아진 점이 있다. 내면에 파인 상처를 스스로 꿰매는 속도도 빨라지고, 마음의 새살이 돋아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른 이후 집중적으로 읽기 시작한 심리학 서적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마음챙김의 반대편에는 마음놓침이 있다는 것... 마음챙김은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의 변화를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인식'하는 것이다. (p. 83-84)
15. 나는 조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함께 어울리는 삶'은 그 무엇보다도 사랑했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지만 함께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조직 생활을 '효율적으로' '눈치껏 ' 해내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내가 사람을 좋아 한다는 것, 함께 어우러져 조금씩 삶을 바꾸어가는 노력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았다. 나는 조직 생활과 공동체적 삶을 혼동하고 있었다..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조직 문화에 동의할 수 없다. 공동체적 삶은 서로 다른 천차만별의 차이를 지닌 개인들이 조금씩 좌충우돌해가며, 때로는 얼굴을 붉혀가면서도 끝내 함께 어울러 살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체를 의미한다. 조직 생활엔 무력하지만, 공동체적 삶에는 끊임없는 열정을 느낀다. (p. 89)
16. 낯가림을 탈피하는 최고의 방법은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것이다. 어색하고 부끄럽지만, 그 사람의 디테일에 대한 작은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 볼펜이 참 예뻐요. 등. 상대방은 나의 이런 미숙한 말 걸기에 서린 안간힘을 알아봐주고, 나보다 더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대꾸를 해 주곤 한다.. 낯가림을 탈피하기 위해 애쓰는 나 자신이 낯가림의 그물망에 갇혀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는 나 보다는 훨씬 낫다.(p. 92-93)
17. 축복할수록 감사할수록 그 열린 마음의 틈새로 인생의 빛이 더 많이, 더 깊이 스며들 테니까.(p. 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