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4월 6일, 문장채집 no.83
롱블랙 4월 6일, 문장채집 no.83
슬로우파마씨 : 비커와 약봉지에 넣은 잎, 식물로 하는 힐링 비즈니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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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슬로우파마씨는 2015년 출발한 식물 디자인 스튜디오. 이구름 정우성 대표 부부가 시작. 많은 사람이 식물을 보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에서 시작. 7년 간 300곳이 넘는 공간에 식물을 들였어요.
2. 잠이 오지 않는 밤마다 이끼를 바라봤어요. 있는 듯 없는 듯, 화려하게 뽐내지 않는 모습이 좋았어요.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더라구요. 이끼는 천천히 자라요. 하지만 의리가 있어서 잘 죽지 않죠. 그래서 좋았어요.
3. 비커에 선인장 심고 뿌듯한 마음에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어요. 그게 바이럴. 한 달 만에 팔로워 만 명이 늘었어요. 무서울 정도의 반응. 사람들이 작디작은 선인장 하나에도 위로 받는다느 걸 알게되었죠.
4. 슬로우파마씨의 시그니처 제품 '식물표본'은 관찰의 시간을 우리에게 줍니다. 유리병에 보존액과 이파리를 넣어 만듭니다. 부부가 핀셋으로 잎의 모양을 한겹 한겹 잡아낸 100% 수제품. 테스트만 1년. 보존액에 넣었을 때 안 썩는 식물, 색감이 그대로 유지되는 식물만 골랐죠. 투명한 분홍잎이 겹겹이 모인 수국, 얇고 뾰족한 연두잎의 루스커스는 스테디셀러. 반응은 유럽에서 뜨겁. 그 비결로 퀄러티를 꼽습니다.
5. 슬로우파마씨가 크게 성장한 계기는 2015년 성수동 카페 자그마치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으을 때. 인테리어 업계에서 내노라하는 실무자들도 슬로우파마씨 조경을 보려고 그곳을 방문. 화려하고 웅장한 실외 조경이 아닌, 실내 공간에 부담없이 어우러지는 도시형 조경의 가능성을 본 것.
6. 전시를 통해 브랜드를 한 단계 진화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식물을 파는 브랜드에서, 식물을 제안하는 브랜드로 말이죠. 공간 스타일링을 의뢰하는 기업이 늘어납니다.
7. 조경은 식물을 그냥 갖다 놓는 일이 아닙니다. 그건 누구든 할 수 있죠. 사람이 자주 머무는 공간, 자주 눈길 주는 방향에 식물을 놓습니다. 넝쿨식물로 벤치를 감싸거나, 밋밋한 회색 파티션 대신 행일 플랜트로 사무공간을 나누도록 제안합니다.
8. 작은 디테일의 총합이 중요합니다. 문을 열면 내가 다른 공간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전하고, 다섯 발자국 걸어가면 커다란 잎사귀가 몸을 간질이고, 몸을 숙이면 숨어있던 이끼가 모습을 드러내는 경험. 이런 순간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짜야 좋은 공간이 완성됩니다.
9. 의뢰인에게 반드시 '식물관리 담당자'를 두라고 합니다. 어떤 것이든 관심받지 않으면 죽어요. 작업 후 pdf로 관리법을 정리해 보냅니다. 담당자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관리 상태를 체크합니다. "집요할 정도로 소통합니다. 작업 대부분의 시간은 의뢰인이 진심으로 원하는 조경이 뭔지 파악하는데 쓰죠. 문자로 틈틈이 취향을 공유해 달라고 합니다. 지나가다 본 풍경, 좋아하는 색, 기억에 남는 장면을 그때그때 던져달라고 하죠. 그 힌트를 레퍼삼아 그들이 원하는 조경에 다가 갑니다."
10. 조경은 제가 아는 가장 정직한 인테리어예요. 잘 살 수 있는 환경, 잘 키워주는 사람이 함께 한다면, 그 공간은 오래오래 빛이 납니다. 그렇지 못하면 세상 어느 인테리어보다 처치곤란한 장애물이 됩니다.
슬로우파마시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slow_pharma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