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황선우의 대화 네번째
프리랜서 혹은 프리워커를 위한, 김하나 황선우 작가님의 대화입니다. 4편.
여자 둘이 일하고 있습니다.
1편 - 프리랜서 프리워커 적성검사 https://brunch.co.kr/@rory/861
2편 - 프리랜서 프리워커 나만의 리듬 만들기 https://brunch.co.kr/@rory/862
3편 - 프리랜서 프리워커 강점 발견 https://brunch.co.kr/@rory/863
4편 - 프리랜서 퍼스널브랜딩 (셀프브랜딩)
https://www.youtube.com/watch?v=B-Udgu7RGk4&t=1256s
*김하나 작가와 황선우 작가의 책을 읽었고, 그들과 관련된 유튜브 콘텐츠를 보다 '여자 둘이 일하고 있습니다'까지 이르게 되었다. 프리워커 3년차에 접어든 내게, 너무나도 꿀같은 이야기들이 흐르는게 아닌가. 그들 대화 일부를 채집해야지 싶었는데, 퍼블리에 그들 이야기가 연재되었단 걸 알게되어~ 회사 계정으로 입장해 주옥보다 더 빛나는 그들 대화 몇을 기록한다. 아래는 지극히 일부고 전체 본문을 보는 걸 추천한다(본문을 보기 어렵다면,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도 방법이다)
*본 채집글은 '문장채집' 매거진보다 '퍼스널브랜딩' 매거진이 더 어울릴 거 같아 이곳에 심는다.
1. 황 : 우리가 어떤 상품을 선택할 때 제품 하나하나를 따져보기보다 브랜드 이름에 대한 이미지로 고르고 또 호감을 가지잖아요. 사람에 대해서도 그런 믿음을 바탕에 둔 채 여러 결정이나 판단, 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
2. 김 : 개인브랜딩이란 스스로에 대해 파악하고, 자신의 강점이나 소신을 따라 설정한 어떤 범위에 지속적으로 집중할 때 사람들 머릿속에 연관 단어나 이미지가 생겨나는 작용. 그 범위가 뾰족할수록 더 명확한 인상. 브랜딩을 한다고 하면 내가 사람들 머릿속에 뭔가를 심는다고 여기기 쉽지만, 그보다는 나의 활동으로 사람들 머릿속에 자라나는 식물 같은 거. 내가 마구잡이로 한다면 나는 사람들 머릿속에 잡풀 같은 게 되어 있겠.
3. 김 : 누구든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해나간다면 다른 이들 머릿속에 나무처럼 자라나게 될 거 예요. 잡풀은 비유. 타인이 보았을 때 이 사람이 뭘 잘하는지, 무슨 색깔을 갖고 있는지를 종잡을 수 없는 상태. 나의 활동을 보여주면서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 수 있도록 조금씩 다듬어주는 식. 은근하고 총체적인 심리 작용이 개인 브랜딩.
4. 김 : 본인의 고유함은 그냥 개성. 브랜딩의 특수성은 커뮤니케이션과 긴밀하게 관련. '나는 이런저런 사람이야'가 아니라 '사람들 머릿속에는 내가 어떻게 자라 있을까'를 살피는 과정. 적극적 포장이나 홍보 활동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것과 좀 달라요. 능동적 행위에 초점이 되기 보다 결과적으로 구축되는 것
5. 김 : 그러니 브랜딩을 하지 않아도 브랜딩이 되어 버리는. 역설적으로 그걸 피하기 위해 셀프 브랜딩이 필요. 친구들은 나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종합적으로 받아들이겠지만, 클라이언트들은 나를 단면적으로 파악. 그렇다면 내가 업무상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지 생각해 봐야.
6. 황 : 퍼스널 브랜딩은 내가 보여지고 싶은 모습과 다른 사람이 보는 나의 모습의 갭을 줄이는 일도 되겠네요. 자기 PR과 브랜딩이 종종 혼동되어 쓰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이번에 진행하는 북토크를 미리 알리고 모객 하는 일, 그것의 성과에 대해 알리는 활동. 이런 건 자기 홍보. 내가 책을 전문 영역으로 삼겠다고 결정하고, 다른 사람들 머릿속에 인식되게 보여주는 일을 꾸준히 의식적으로 한다면 이건 브랜딩. 브랜딩은 멀리 보는 전략과 큰 그림의 영역. 홍보는 한 걸음 한 걸음 실천과 디테일의 영역. 브랜딩의 고민이 선행되지 않은 홍보는 시끄럽게 흩어져 버릴 수 있어요.
7. 김 : 브랜딩은 뭔가를 적극적으로 벌이는 것보다 정리하고 집중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 내 강점이 무엇인가 파악하는게 1번. 그것을 계속하며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그 상대의 머릿속에 나라는 브랜드가 식물처럼 자라겠죠? 떠드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내가 관심을 가진 그 분야 일을 하고 보여주는 것. 이때 중요한 것. 그 분야가 아닌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굳이 드러내지 않는 거죠.
8. 김 : 저는 작가로 사람들 머릿속에 어느 정도 자리잡았다고 판단한 뒤. 더이상 카피라이터 출신이라는 설명이 필요 없어졌어요. 그 커리어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요. 마치 로켓 추진체가 발진할 때처럼 카피라이터 경력이라는 연료탱크를 잘 활용해 궤도에 올랐으니 분리시킨 거죠. 지금은 제가 작가 외 중요하게 생각하는 커리어는 '진행자'예요. 셀프 브랜딩에 있어서도 이 부분을 유의하고 있죠. 들어오는 일 중에 행사 진행이나 강연 등 말하는 쪽으로 집중해 '작가/진행자'라고 하는 것을 사람들의 머릿속에 심으려고 노력. 책 <말하기를 말하기>도 이것과 밀접하죠.
9. 김 : 사람들은 한 번에 하나의 공만 받을 수 있어요. 제가 작가라고 하는 게 사람들 인식에 유의미하게 자리잡았다고 판단하고 나서야 진행자 타이틀을 더 붙여도 되겠다 싶었죠. 사람들 머릿속의 내 색깔이 무엇인지 미묘한 현실을 캐치하려 노력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가져온 이 이미지가 나에게 필요한가 아닌가,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은 어느 쪽인가 계속 가늠하며 조금씩 커리어 전환을 시도했죠. 회사원에게 커리어 전환이라고 하면 이직인데. 프리랜서는 본인 자신이 회사라 나라는 브랜드의 변화 혹은 확장이 곧 커리어 전환.
10. 김 : 저는 광범위한 진행자가 되려는 생각은 없고 책과 문화에 관란 말하기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TV 연예 프로그램에서도 제안이 몇 번 왔는데 다 거절했어요. 3년 전 '책읽아웃' 진행을 맡게 된 것은 우연. 반응이 좋고 스스로도 여기에 강점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어 선순환. 제 커리어에서 나가고 싶은 방향이라는 판단이 들어 완전히 집중.
11. 황 :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책을 쓰는 것도 자기 브랜딩에 보편적이고 확실한 방법. 책이라는 것이 뭔가 권위와 지식을 가진 사람들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닌 자신의 관심사와 역량을 좀 더 깊이 정리하고 드러낼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는 거 같아요. 저자가 커리어를 뒤돌아보는 결과물일 뿐 아니라 어디로 나가겠다는 방향성을 드러내기도 하죠.
12. 김 : 브랜딩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려면 작더라도 그 카테고리에서 제일 처음 사람들 머릿속에 들어가는 게 중요해요.
13. 황 : 카테고리 선점이나 특화는 브랜드 사례나 타인을 통해 들으면 이해가 되는데, 자신에게 적용하기 어려운 거 같아요. 제가 에디터 후배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어요. "퇴사하기 전에 너의 연관검색어를 만들어라"고요. 잡지사 다니는 동안 어떤 카테고리의 콘텐츠에 대해 전문성을 키우고 그것과 관련되 기회를 많이 만들어 쌓고 알리라는 얘기.
14. 김 : 한 개를 정확히 던지려고 노력하면서 동시에 9개를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게 브랜딩에서 제일 중요. 불안함이 있을 때 '저희 이것도 저것도 잘해요'하면서 색깔이 흐려지는 거죠.
15. 황 : 뾰족한 연관검색어를 갖지 못한 채 '뭐든 하나 걸려라'하는 마음으로 넓게 시도했다가 남들의 머리속에서 정체성이 흐려지는 경우도 많이 봐요. 사실 단기적으로는 그게 나쁘지 않을 수 있어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뭐든 할 수 있다'고 어필하는 프리랜서들이 필요해서 찾게 될 때도 많고요. 그런데 이 방식이 문제는 일을 단기적으로 많이 받을 수는 있어도 빨리 지치게 된다는 데 있어요. 궁극적으로 셀프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는 장기적으로 자기 커리어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면서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집중해 길게 가기 위함.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많더라도 가능성 높은 일, 돈 잘 버는 일, 무리하지 않으며 나답게 지속 가능한 일. 그런 것을 뾰족하게 좁혀 볼 필요가 있겠네요.
16. 김 : 프리랜서는 '잡스러운'일들도 피할 수 없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잡스러운 일 중에 그나마 조금 덜 잡스러운 일, 내가 원하는 이상에 반 발자국 가까운 일을 따라가면서 그 궤적을 드러내야 해요. 내가 잡스러운 일을 하는 사람으로만 머물지 않으려면요.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모든 걸 다 넣으면 안 돼요. 조금이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에 가까운 것을 골라 드러내고 그걸 기반으로 반 발짝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야죠.
17. 황 : 젊을 때는 에너지 낭비하면서 살 수 있지만 나이 들수록 여러 가지로 내가 가진 자원을 아껴 최대의 효과를 내야겠구나 싶거든요.
18. 김 :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고 각도를 분명히 설정하면 하루에 1cm만 그쪽으로 음직여도 그 방향으로 가게 되는 거. 사람들은 내가 조금씩 한 방향으로 다가가는 걸 보면서 저 사람은 저런 걸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구나 라고 인식.
19. 황 : 커리어에 있어서도 자기 자신을 먼저 잘 아는 게 출발이고 기본. 선택이건 집중이건 기준이 필요한데, 그 중심이 타인에게 가 있다면 매 순간 흔들리겠네요.
20. 김 : 내가 뭔가 열심히 하면 세상이 알아줄 거라 기대하는 것은 나이브한 생각. 그런 분일수록 브랜딩을 천박한 포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브랜딩은 세상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인식의 과정. 인간의 두뇌가 가장 에너지를 덜 들이는 방식으로 활동 하려고 하기 때문에 필요한 일. '아 거기 피자 맛있는 집' '아 거기 손 빠른 디자이너'처럼 머릿속에 저장해 둘 때 효율성을 담보하게 되는 것. 브랜딩은 이 인식의 자리를 차지 지하기 위한 싸움. 품질의 싸움이라기 보다 '품질이 좋을 거 같은 인식'의 싸움. 이런 모든 게 가끔 진력이 날 때도 있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이 그렇게 돌아간다는 것은 각자의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분들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나는 진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는데 이런 나를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거야. 포장을 잘하는 사람들에 비해 드러나지 않는 거야' 이런 생각에 빠지면 여러 가지로 마음이 힘들어지게 되죠.
21. 황 : 비운의 실력자, 세상과 불화하며 은둔하는 장인. 이런 캐릭터가 떠오르네요. 저 역시 그런 성향을 많이 가진 사람으로서 '잘하는 자신을 잘 드러내기도 해보자'는 균형 감각을 가지면 도움이 될 거 같아요.
22. 김 : 요약해 볼게요. 개인브랜딩이란 내가 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 사람들에게 인지시키는 총체적인 과정. 나의 강점을 파악하고 내가 나가고 싶은 방향을 설정한 뒤 그걸 바탕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선점할 수 있는 좁은 카테고리가 무엇인지 생각해 거기에 최초로 들어가는 것이 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