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댄스 에세이
스윙댄스에는 남녀가 같이 추는 파트너 춤이 있고, 혼자서도 춤을 추는 솔로재즈가 있다.
처음 스윙댄스를 시작하면 파트너와 같이 추는 지터벅을 시작으로 린디합, 발보아, 블루스를 추게 된다. 그러다 다 같이 추는 라인댄스를 접하게 된다.
라인댄스에는 심샘, 트랭키두, 지터벅 스트롤, 빅애플, 두인 더 자이브 등이 있다. 같은 노래에 같은 동작을 각자 추는데 다 같이 춘다. 아이돌 댄스를 다 같이 서서 추는 것과 같다. 다만 동작들이 모두 솔로재즈무브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 솔로재즈 첫 입문을 라인댄스로 하게 된다.
창피하지만 나는 10년이 넘도록 스윙댄스를 췄지만 라인댄스를 추지 않았다. 아니, 못 췄다.
왜냐하면 혼자서는 도저히 음악에 춤을 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가 아닌 파트너와 함께 연습하려고 했고, 파트너와 추는 린디합을 더 좋아했다.
혼자서는 춤을 추지 못해서 파트너에게 의존했던 거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혼자 춤을 춘다는 것은 나에겐 화장을 지우고 난 후 민낯을 보여주는 행동처럼 느껴졌다.
파트너와 춤을 출 때는 민낯을 화장으로 가린 것처럼 그럴 싸해 보인다. 동작이 서툴러도 둘이 패턴을 잘 맞추면 잘 추는 것처럼 보인다. 혹여나 틀리더라도 같이 틀리니까 그나마 덜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혼자 솔로재즈를 추면 내가 박자를 잘 못 타서 엇박으로 타는 것도 보여주게 되고,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두리뭉실하게 넘기는 것도 탄로 난다. 오 마이 갓.
'다른 사람들이 내가 박치에, 몸치인걸 알면 어떡하지?'
나는 그동안 스윙댄스를 추면서 파트너와 춤을 추며 춤을 못 추는 내 모습을 오묘하게 잘 숨겨왔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을 만큼 대충 라인댄스를 췄고, 파트너와 같이 추는 린디합, 발보아, 블루스를 더욱 열심히 췄다. 들키지 않도록. 내 춤추는 실력이 드러나지 않도록.
이제는 숨기는 것에도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것을. 안다. 그것도 부정적인 에너지가.
음악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남들이 어떻게 추는지 신경 쓰고, 남들과 비교한다. 아, 더 이상 이렇게 불쌍하게 춤을 추고 싶지 않다.
이제는 혼자서도 춤을 추는 스윙댄서가 되고 싶다.
음악을 재즈무브로 표현하고 싶다.
남들에게 들켜도 좋으니 더 이상 숨고 싶지 않았다.
나는 매주 일요일 서울 합정에 있는 트리플크라운 스윙댄스 학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솔로재즈 초급도 배우고, 용기 내어 스윙댄스 솔로재즈 연습팀 필쏘굿 Feel so good에 들어갔다.
솔로재즈 초급과정은 나에게 딱 적합한 클래스다. 재즈무브 동작 하나하나 알려주고, 어떻게 음악에 출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다. 1시간 10분 동안 배우고, 음악에 재즈무브를 하면서 어떻게든 몸에 새기기 위해 집중한다.
반면 솔로재즈 연습팀은 나에겐 아주 난도가 높다. 따라가기도 버겁고, 이미 경력이 쌓인 댄서들과 실전을 연습하니 못 따라가서 미안한 마음도 크다. 그럼에도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서 따라가고 있다. 나는 더 이상 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겨우 한 달 됐지만 나는 스윙음악에 조금씩 혼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여전히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이지만 라인댄스를 추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박자를 놓쳐도, 동작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음악을 듣으며 춤을 추는 건 참 멋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