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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하 Iam Oct 07. 2023

혼자 춤을 추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솔로재즈 연습팀

스윙댄스 에세이


혼자서는 춤을 추지 못해서

스윙댄스에는 남녀가 같이 추는 파트너 춤이 있고, 혼자서도 춤을 추는 솔로재즈가 있다. 


처음 스윙댄스를 시작하면 파트너와 같이 추는 지터벅을 시작으로 린디합, 발보아, 블루스를 추게 된다. 그러다 다 같이 추는 라인댄스를 접하게 된다. 


라인댄스에는 심샘, 트랭키두, 지터벅 스트롤, 빅애플, 두인 더 자이브 등이 있다. 같은 노래에 같은 동작을 각자 추는데 다 같이 춘다. 아이돌 댄스를 다 같이 서서 추는 것과 같다. 다만 동작들이 모두 솔로재즈무브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 솔로재즈 첫 입문을 라인댄스로 하게 된다. 


창피하지만 나는 10년이 넘도록 스윙댄스를 췄지만 라인댄스를 추지 않았다. 아니, 못 췄다. 


왜냐하면 혼자서는 도저히 음악에 춤을 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가 아닌 파트너와 함께 연습하려고 했고, 파트너와 추는 린디합을 더 좋아했다. 


혼자서는 춤을 추지 못해서 파트너에게 의존했던 거다.



탄로 날 까봐 참 무서웠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혼자 춤을 춘다는 것은 나에겐 화장을 지우고 난 후 민낯을 보여주는 행동처럼 느껴졌다. 


파트너와 춤을 출 때는 민낯을 화장으로 가린 것처럼 그럴 싸해 보인다. 동작이 서툴러도 둘이 패턴을 잘 맞추면 잘 추는 것처럼 보인다. 혹여나 틀리더라도 같이 틀리니까 그나마 덜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혼자 솔로재즈를 추면 내가 박자를 잘 못 타서 엇박으로 타는 것도 보여주게 되고,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두리뭉실하게 넘기는 것도 탄로 난다. 오 마이 갓. 



'다른 사람들이 내가 박치에, 몸치인걸 알면 어떡하지?'



나는 그동안 스윙댄스를 추면서 파트너와 춤을 추며 춤을 못 추는 내 모습을 오묘하게 잘 숨겨왔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을 만큼 대충 라인댄스를 췄고, 파트너와 같이 추는 린디합, 발보아, 블루스를 더욱 열심히 췄다. 들키지 않도록. 내 춤추는 실력이 드러나지 않도록.


이제는 숨기는 것에도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것을. 안다. 그것도 부정적인 에너지가. 


음악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남들이 어떻게 추는지 신경 쓰고, 남들과 비교한다. 아, 더 이상 이렇게 불쌍하게 춤을 추고 싶지 않다.


이제는 혼자서도 춤을 추는 스윙댄서가 되고 싶다.

음악을 재즈무브로 표현하고 싶다.

남들에게 들켜도 좋으니 더 이상 숨고 싶지 않았다. 


재미있게 춤을 추고 싶어서

나는 매주 일요일 서울 합정에 있는 트리플크라운 스윙댄스 학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솔로재즈 초급도 배우고, 용기 내어 스윙댄스 솔로재즈 연습팀 필쏘굿 Feel so good에 들어갔다. 


솔로재즈 초급과정은 나에게 딱 적합한 클래스다. 재즈무브 동작 하나하나 알려주고, 어떻게 음악에 출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다. 1시간 10분 동안 배우고, 음악에 재즈무브를 하면서 어떻게든 몸에 새기기 위해 집중한다.


반면 솔로재즈 연습팀은 나에겐 아주 난도가 높다. 따라가기도 버겁고, 이미 경력이 쌓인 댄서들과 실전을 연습하니 못 따라가서 미안한 마음도 크다. 그럼에도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서 따라가고 있다. 나는 더 이상 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겨우 한 달 됐지만 나는 스윙음악에 조금씩 혼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여전히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이지만 라인댄스를 추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박자를 놓쳐도, 동작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음악을 듣으며 춤을 추는 건 참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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