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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글쓰기에 조급한 당신에게

한량작가의다정한글쓰기상담소

봄꽃들이 만발하는 요즘,

나는 행복한 괴성을 지르고 있다.
굳이 내발로 찾아가지 않아도 제주, 대구, 부산, 수원, 대전, 강릉 등등 전국 각지의 글벗님들로부터 매일 수십 개의 꽃배달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벚꽃입니다"

"여의도의 밤 벚꽃이요"

"매화마을에 매화가 피었답니다"

벌써 16년째 글쓰기를 수업을 하다 보니 어쩌다 나는 전국의 글벗들이 참 많다. 마음만 먹으면 그들은 나에게 자신의 안부를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한 이메일, 쪽지와 비댓으로 전해준다. 뿐만 아니다. 온라인 수업을 통해 만난 해외 동포 글벗님(미국, 호주, 터키, 캐나다, 인도, 싱가포르, 남미, 동남아 등)들까지 합하면 글로벌하게도 꽤 많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그렇게 멀리에 있는 우리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해 주었다.


그들은 소소한 꽃소식부터 그동안 쓴 글로 자신의 바뀐 일상의 이야기까지 상세히 나에게 알려준다.


고맙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고 말이다.


가끔 인간에게 '쓰기'가 어떤 역할을 할까  생각한다.


군가는 남에게 차마 털어놓지 못하는, 헝클러지고 복잡한 마음을 글로 풀어내면서 자신만의 감정을 스스로 해소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타인을 향한 원망과 서운한 마음을 글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 자신의 일상을 소소한 기록의 형식으로 남기고 싶어 글을 쓰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작가'라는 꿈을 목표로 글을 쓰기도 한다.

다 소중하고 훌륭한 목적과 이유다. 나는 그들 모두의 목표와 생각, 글쓰기를 임하는 태도를 칭찬하고 독려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글을 잘 쓰기는 원한다.

그러기에 그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고, 글쓰기를 힘겨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이승환 님의 위대한 가사처럼 글쓰기의 길은 '예감한대로'만만치 않다. 처음에는 즐겁고 신나게 시작하게 되었다가도 이내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끝내는 뭐하러 자신이 힘들게 글을 쓰냐고 말하는 이도 많다. 글 잘 쓴 사람이 써놓은 좋은 글을 읽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는 것이 그들의 작은 '핑계'다.

나는 그들의 핑계를 탓하고 싶지 않다. 그들이 말이 어찌 보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이 풍진 세상에 이 좋은 봄날에 골방에 처박혀 글이라는 고리타분한 행위를 이어가는 것보다 즐겁게 사람들과 어울려 꽃구경하는 편이 때로는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시간의 활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꾸만 들춰지는 내 욕망의 끈이 나의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경험을 자주하는 이라면 그들은 쉽사리
글쓰기를 포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포기했더라도 이내 곧 돌아온다.

그러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다. 


조급해하지 말자. 조급함은 성급함을 부르고,

성급함은 내 손끝에서 영글어야 하는 글을 망치게 한다.

조금은 숨을 고르자. 그리고 주변을 다시 돌아보고 내 생각을 한 줄씩 옮겨 가다 보면 어느새 서서히 글이 완성될지도 모른다.

막연하지만 조급함에는 이 방법밖에 다른 방도는 없다.


벚꽃뿐만 아니라 꽃이 전국 각지마다 그 꽃을 피우는 시기, 만개의 시기가 다르듯 기다려보자.
내 안의 '글꽃이 필'  그날을 말이다. 

* 전국에서 꽃소식 전해주시는 글벗님들 감사합니다.

* 여러분들이 오늘도 편안하게 글을 쓰실 수 있기를 다정하게 응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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