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삶의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불안 대신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

영화 <줄리 앤 줄리아>는 미국의 전설적인 프랑스 요리 전문가 줄리아 차일드와 유명 요리 블로거 줄리 파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두 개의 시공간을 연결합니다. 1949년 외교관인 나면을 따라 프랑스에 온 줄리아(메릴 스트립 분)와 2002년 뉴욕의 중급 공무원인 줄리(에이미 애담스 분)의 삶이 교차로 진행됩니다. 나이도 다르고 사는 공간도 다른 두 사람의 공통점은 요리였습니다.

남편을 따라 프랑스에 왔지만 너무나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던 줄리아는 모자 만들기, 게임 배우기 등 당시 주부들이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 이런저런 사교모임에 나가 봅니다. 하지만 그녀는 내내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프랑스 요리를 만나게 되고 그것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게 됩니다. 더불어 요리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기록하여 책으로 출간하게 되는데 이 책은 당시 베스트 셀러 된 것은 물론, 훗날 미국에서 전설적인 요리책이 됩니다.

시간이 흘러 2002년 뉴욕, 줄리는 소설가를 꿈꾸지만 정식 출간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줄리는 무슨 일이든 '끝까지 해내는 일'이 없어 항상 자책을 하다 우연히 줄리아의 프랑스 요리책을 보게 됩니다.

이 책을 보고 '365일 동안 524가지 요리법'을 익히기로 결심하고 이를 매일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합니다.

줄리의 블로그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고 무료한 공무원이자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줄리는 파워블로거가 되어 마침내 책 출간까지 하게 됩니다.

그녀들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가져다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기록'입니다.

기록은 쓰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기록은 한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삶의 모습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힘은 바로 기록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페터 비어리는 저서 <자기 결정>에서 "타고난 것들을 결정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아갈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살아가는 방식은 각자의 몫입니다. 타고난 것이 다르기에 각자의 삶은 모두 존중받아야 하고 마땅히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옳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하는 과정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타고난 성격이 다르고 경험, 꿈과 열망도 다릅니다 그러니 피테 비에리의 말처럼, 우리는 스스로 삶의 목표와 방향을 정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주인공이자 감독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외부의 영향과 압력, 사회적 기대와 규범 그리고 자기 내부의 두려움과 불안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평가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삶의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자기 인식을 통해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내면의 힘을 키우는 데  기록만 한 것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기록은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기록은 우리가 목표와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울 때, 우리는 기록이라는 과정을 통해 어떤 것이 유효했고 어떤 것이 개선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영화 <줄리 앤 줄리아>의 주인공들처럼 타인에게 공개하는 글을 써도 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면 먼저 노트에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조금씩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과 나눠보는 겁니다.

영화 속 줄리와 줄리아의 경우처럼 그 글이 공개되는 순간, 다른 '가치'를 얻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입니다. 혼자 하는 새벽 글쓰기도 좋고, 나만의 일기 쓰기도 좋습니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의 기록도 좋습니다. 요즘에는 온라인 플랫폼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기록할 수 있는 수많은 매체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한 한두 가지 방식을 택해서 꾸준히 기록해 보세요.

그 기록이 당신이 삶의 방향을 정하는데 유용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죽어서 육신이 썩자마자 사람들에게 잊히고 싶지 않다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쓰든지, 글로 남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해라"

- 벤자민 프랭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