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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불안 대신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찾게 되는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대문호 톨스토이입니다. 19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그의 작품은 인물들이 복잡한 내면을 잘 드러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그의 3대 장편소설인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얼마 전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인 <부활>을 다시 읽었습니다. 30대의 끝자락에 처음 읽고는 한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오십을 목전에 두고 다시 꺼내본 것입니다.


1899년 발표된 <부활>은,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에 비해 예술적 성취도가 낮다고 평가받기도 합니다. 예술가 톨스토이의 모습보다 사상가로서의 면모가 많이 드러나기 때문이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가 조금 많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처음 읽을 때는 냉소적으로 다가왔던 문장들이 이제는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그중에서도 이래의 문장에서 저의 시선은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인간은 강물과도 같다.

강물은 언제고 변함없이 흐르지만 어느 곳에서는

폭이 좁고 물살이 빠르기도 하다가 다른 곳에서는 넓어지면서

물살이 느려지기도 한다.

맑은 곳이 있는가 하면 탁한 곳도 있고

차가운 곳이 있는가 하면 따뜻한 곳도 있다.


인간도 이와 마찬가지다.


어느 인간이건 인간의 모든 특질의 싹을 안에 지니고 있어

어느 때는 이런 특질이 나타나고

어느 때는 저런 특질이 나타나기도 하며

여전히 똑같은 사람이면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 톨스토이, <부활>



문학을 읽는 이유에 대해, 특히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상상하게 됩니다. 이러한 간접 경험을 통해 책 밖에서도 타인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삶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우리가 경험한 선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톨스토이의 작품은 그런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가 그리는 책 속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들의 삶과 내 삶을 동일시하게 됩니다. 그렇게 켜켜이 타인의 삶을 만나게 되면 우리가 너무 겉모습만 보고 한 사람에 대해 쉽게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문학이 존재하는가 봅니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며 그 속에서 또 다른 나를 성찰하게 하는 힘, 그것이 바로 문학이 주는 강력한 에너지입니다.


판단은 사물을 인식하는 논리나 기준에 따라 판정을 내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옳고 그름, 좋음과 나쁜 등을 헤아려 가리는 것을 말합니다. 중국 드라마 <겨우, 서른>은 화려한 상하이에서 살아가는, 비슷한 듯 다른 30대 여성들의 우정, 사랑, 일에 대한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주인공인 왕만니는 명품 부티크에서 일합니다. 어느 날, 매장에 허름한 차림의 중년 여성이 들어오고, 왕만니는 그 여성에게 '신상품'을 소개합니다. 하지만 동료 직원은 왕만니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시간이 아깝지도 않아?"라고 말합니다. 중년 여성의 옷차림만 보고 그녀가 이 매장에서 물건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왕만니는 동료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여성의 곁에서 친절하게 상품을 안내합니다. 한참 이것저것 물건을 고르던 그 여성은 더 비싼 제품은 없는지 물어봅니다. 그리고 왕만니에게 그 물건을 삽니다.


사람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자칫 오만함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다변적이고 변화무쌍하듯 현실에서의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에게는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고 이를 상황과 맥락에 맞게 하나씩 꺼내게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강물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폭의 강을 흐르느냐, 얼마나 많은 돌이 있느냐, 전날 비가 얼마나 많이 왔느냐에 따라 강물은 수시로 변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무르익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타인에 대해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타인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할지라도 그들은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요' '아마 무슨 일이 있었나 봅니다' '설마 그런 강점은 아닐 겁니다' 등의 말로 타인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보류합니다.


그런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를 판단하기에 앞서 그 사람을 관찰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히 함께 일을 해야 하거나 오래 봐야 할 사람이라면 더더욱 차분히 관찰할 것을 권합니다. 나보다 약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는 것도 좋고,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헐뜯는 주변의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살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더불어 그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버리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중년이 되면 많은 경험치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아집과 편견이 쌓이게 됩니다. 그렇게 편견에 사로잡히면 정말 좋은 것, 진실한 것들을 놓치게 됩니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합니다.


이미 생겨난 편견을 버리는 일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신에 대해, 그리고 타인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편견을 버리는 일은 지속적인 과정입니다. 습관처럼 자기반성을 통해 성장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대면하고 대화하는 기회를 가져봅시다. 다른 사람의 경험과 감정을 공감하려 노력하는 것이 편견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요.


<불안 대신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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