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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전성기에 대하여

불안 대신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

"'당신의 전성기는 지났다'는 말은

절대 믿지 마세요."


2023년 아카데미 여주주연상을 받은 배우 양자경의 수상 소감입니다. 앞에 '여성 여러분'이라는 말이 더 있었지만 비단 이 말은 여성에게만 국한된 메시지를 아닐 것입니다.


'전성기'는 형세나 세력 따위가 왕성한 시기를 말합니다. 개인으로 보면 재능과 능력이 가장 정점에 오른 시기이고, 한 사회나 국가를 예를 들면, 그 사회나 국가가 가장 활발한 문화, 역사, 예술, 과학 등의 분야에서 특출한 성과를 드러낸 시기를 일컫기도 합니다.


영어로는 'prime time' 'glory days' 'heyday' 즉 '최상의 시기' '가장 번성한 시기'라고도 합니다.


중년이 되면 주변에서 '좋은 시절 다 갔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분명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오십이 되어도 여전히 달라진 것은 없고, 그나마 자신 있었던 건강과 젊음마저 빼앗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온 시간을 반추하며 좋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중년의 시기야말로 본격적으로 나를 위해 제대로 살아볼 수 있는,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할 최고의 시기라는 것을 말입니다.


20,30대에는 며칠 밤을 새워도 끄떡없는 체력이 모자란 경험을 대신했고 웬만해선 꺾이지 않던 패기가 노련함 대신 부스터가 되어줬습니다. 중년이 되면 '젊음'이라는 갑옷도, '패기'라는 내피도 한 겹 벗겨집니다. 중년이 라말로 순수하게 내 실력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고 그 결과를 누릴 수 있는 시기입니다.

중년 이후의 삶이 전성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내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20,30대에는 가족을 위해, 사회적 관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내 시간을 희생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중년이 되면 그런 시간들이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으로 집결됩니다.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한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내면 깊숙이 잠들어 있던 이야기들을 마구 꺼낼 수 있는 여유와 용기가 생깁니다. 이 과정에서 삶의 만족도가 더 높아지기도 하면서 진정한 인생의 전성기로 향하는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되는 겁니다.





앞서 양자경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양자경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배우입니다. 1980~90년대 활약한 홍콩의 대표적인 액션 배우 중 한 사람이죠. 학창 시절이나 젊은 시절, 한 번쯤 그녀가 나온 액션 영화를 접해보지 못한 분은 아마 드물 겁니다. 그만큼 홍콩 배우로서 승승장구하던 그녀는 2000년대에 들어와 돌연 활동무대를 옮깁니다. 미국에서 영화나 tv 드라마 시리즈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그녀는 20,30대와는 다른 모습으로 중년의 삶을 꾸려나갔습니다. 그리고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 그녀의 활약은 다른 홍콩 배우들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그녀는 점점 자신의 배역을 늘려갔고 2023년에는 마침내 단독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영화가 개봉해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나이 육심을 넘긴 시점에서요.


중년 이후에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배우 중엔 콜린 퍼스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40대 이후의 작품으로 국민적 배우의 자리에 올랐으며, 역사적인 화가 클로드 모네는 젊은 시절 혹평받는 화가였다가 50대에 이르러 회화 역사상 이정표가 되는 작품들은 완성했습니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거는 93세 때 한 기자에게 "당신은 평생 직업만 7개가 넘었고 교수로만 40년을 일했는데 언제가 전성기였나"라는 질문을 받고 "열심히 저술활동을 하던 60대 후반이었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중년 이후에 삶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특정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남다른 도전 의식이 있었습니다. 나이라는 틀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새로운 분야와 창조적인 상황에 자신을 데려다 놓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건강하게 살았습니다. 자신의 몸을 정갈하고 하고 주변을 정리하며 신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가꾸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또 과한 행동과 지나친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고 자기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이른바 '탈꼰대'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중년 이후의 삶에서 전성기를 맞이하기 위해 제가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는 습관을 나누고자 합니다. 바로 '회고'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회고는 반성과는 다릅니다. 반성은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을 돌아보고,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살피는 과정입니다. 반성이라는 말에는 왠지 '꾸지람'이 함께 떠오릅니다. 괜히 위축도 됩니다. 반면 회고는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을 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개선해야 할 점을 짚어보는 과정을 일컫습니다.

보다 진취적입니다.


예를 들어 한 달간 매일 운동을 하기고 계획하고 마지막 날 이를 회고한다고 해봅시다. 우선 30일간의 운동 기록을 보며 잘한 점과 부족했던 점을 살핀 후 다음 달에는 계획을 어떻게 수정하고 실천해 나갈지 생각해 보는 과정을 거칩니다. 30일 동안 며칠 운동을 했으며 하지 못한 날에는 어떤 사정과 특징이 있었는지 자세히 기록해 보는 겁니다. 그리고 다음 달에는 100% 목표 달성을 위해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웁니다. 이때 운동일수를 조정하거나 시간을 조절하는 등의 개선점을 생각하는 것이 바로 회고입니다.

이렇게 매달 혹은 분기별, 해마다 회고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의 인생 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해 나간다면 전성기는 매일 갱신될 것입니다.


인생의 전성기는 스스로 자기 삶의 의미를 찾고 그 안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자기 만족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입니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아졌다면 오늘이 인생에서의 전성기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윤영작가 [불안 대신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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