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공백

by 수 진

마리아는 예전과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찾아왔다.

사람들은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의 구원처럼 보였고

그녀 또한 자신이 신을 대신하여

그들에게 길을 안내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날, 이상한 공허함이 느껴졌다.

눈을 감고 기도를 하고 신을 불러도

손끝까지 전해지던 그 울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왜.. 왜 이러는 거지?"


하루, 이틀, 사흘..

신의 손길이 점점 더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신당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녀는 신이 떠나감을 느끼면서도,

아닌 척,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단호한 그녀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눈치챌 수 없었으나

그녀 본인은 무너져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처음에 그러했던 것처럼

두통과 어지럼증이 다시 찾아왔다.

극심한 피로가 몰려왔다.


그러던 어느 날,

기도문을 외우려 입을 열어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있는 힘을 다해 울부짖었지만,

입술만 움직일 뿐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모든 문을 닫아 잠그고

몸부림치며 신을 불러보았으나

아무런 답을 받을 수가 없었다.


"왜 떠났지..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그녀의 궁궐 같은 '법당'에 쩌렁쩌렁 울려대던

그녀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마리아는 신의 사람이 된 후에

자신이 마치 원래부터

신의 사람으로 점지되었던 사람이었던 듯

그녀의 가족들을 부인했고

자식들을 부인했다.

한 번만이라도 아이들을 만나러 와 달라는

남편의 전화도 잊었고

사는 게 힘들어져 도움을 청하던

동생 내외도 모른척했다.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는 연락 한통에

돈뭉치를 가지고 한걸음에 달려와준 동생이었다.

다만 동생이 모시고 살던 부모님은 갈 곳이 없어

마리아의 신당 어느 작은 안채에 모시게 되었는데

자신의 부모도 남들에게 보이기 싫어

밖에서는 보이지 않은 안쪽 문으로만 통하는

작은 방 한 칸에 지내게 했다.


사람들에게는 신의 대리인이었던 그녀가

자신의 가족들에게는 누구보다 잔인했다.

자신의 부모의 장례에도

자신의 남편의 장례에도

마리아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헌데

그녀는 지금 왜 신이 자신에게 답하지 않는지

무엇을 잘못했기에 자신을 떠났는지를 알지 못한다.


몇 달 뒤, 그녀는 갑자기 쓰러졌다.

혼자였다.

누구도 곁에 없었다.

그녀의 몸은 신의 부재를 견디지 못했고

소리 한번 내지 못한 채 조용히 죽음을 맞이했다.


경미에게 경찰이 연락이 왔다.

시신을 확인한 후, 장례를 치르고

그녀의 재를 법당에 뿌렸다.

이제 그곳은 아무것도 아닌 곳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미 떠나 있었고

남은 건 텅 빈 법당과 그녀가 남긴 상처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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