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할머니

피어싱 여덟 개 타투 네 개

by 로사 Rosa


내 귀엔 피어싱이 많다. 왼쪽에 네 개, 오른쪽에 네 개가 있으니 총 여덟 개.

피어싱 샵에 들를 때면 열 개를 채우고 싶어 매번 고민한다.


처음 피어싱을 뚫고, 눈에 띄게 개수가 늘어갈 때 주변 사람들의 관심 어린 걱정을 자주 들었다.


“너 나중에 후회한다.” A

“아프진 않니. 많이 걱정돼.” 김연우 B

“할머니 돼서는 좀 창피하지 않겠어?” C


그런 말을 듣는 즉시 화려한 피어싱을 뽐내는 할머니를 상상한다.

멋지기만 하군. 나이 들어도 계속 유지하고 싶은데, 뭐가 문제란 말인지.


보란 듯이 계속했다. 딱히 개인적인 신념이나 소신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남들의 걱정과 관심을 온전히 무시한 고집.

바란 적 없는 우려에도 고집스럽게 피어싱 샵을 찾았고 귀에 1.2mm 크기의 구멍이 하나씩 늘어갔다.


귀를 괴롭히기 시작한 건 중학생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중간고사가 끝난 해방감에 들뜬 어느 날, 팬시점 이모님께 아직 솜털이 보송한 귀를 맡겼다.


"총으로 할래, 바늘로 할래?"


당시 팬시점 귀 뚫기는 이모님의 기술에 따라 두 가지 시술 방식 중에 고를 수 있었다.
총이 바늘보다 의외로 더 아플뿐더러 비뚤게 뚫린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고민 없이 바늘을 선택했다.
귀한 용돈을 써서 99.9% 은침에 하늘색 큐빅이 달린 귀고리를 골랐다.

귓불을 손톱으로 꽉 눌러 얼얼하게 만든 후, 순식간에 바늘이 귓불을 관통하는 느낌이 났다.
귀가 뜨겁고 욱신했지만, 하늘색 큐빅이 얼굴 옆에 반짝이는 게 무척 만족스러웠다. 기말고사가 끝나거나 학교를 졸업할 때, 사연있는 구멍은 하나씩 늘어갔다. 주변의 걱정을 무시한 채, 나름대로 특별한 기념 의식을 행한다는 고집이었다. 한창 가수 보아에게 푹 빠져 책받침이나 '권보아'라고 쓰인 허접한 명찰을 사모을 시기였다. 보아 언니 피어싱을 따라 뚫겠다며 '보아 귀'를 엄청 검색해 본 기억이 난다. 결국 언니와 같은 위치에 피어싱을 꽤 보유 중이다. 특별한 경험과 깨알 같은 의미 부여로 더욱 소중해진 피어싱. 관리가 귀찮을 때를 빼고 피어싱이 많은 게 창피해서 후회해 본 적은 없다.


나의 몸에는 작은 타투도 네 개 있다.

세 번째까지는 신중하게 의미를 담아 새긴 것들인데, 올해 한 마지막 타투는 그냥 예뻐서 했다.

타투 또한 주변 누구 하나 잘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다만 몇 명이 타투를 한 나를 보고 용기를 내어 타투를 저질렀다. 묘하게 뿌듯했다.


요즘 체구가 작던 크던 나이가 어리던 많던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온몸에 타투와 피어싱을 한 것이 보인다. 타투이스트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사람도, 타투를 받는 사람도 눈에 띄게 늘었다. 피어싱도 얼굴, 몸을 가리지 않는다. 어떤 타투는 작고 귀엽지만, 목을 타고 올라 얼굴까지 대담하게 새겨진 타투를 마주하면 헉하고 놀라기도 한다.

대담한 피어싱도 마찬가지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위를 뚫은 사람과 마주치면 생생한 고통을 상상하게 된다. 윗 세대를 전전긍긍하게 했던 걱정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표현을 하는 평범한 방식이 되었다.


무슨 의미일까? 혹은 의미가 없을까?

분명 그들도 고집이 있는 사람이겠지. 바라보는 시선들을 무찌르는 고집.


나이가 들어서 혼자 피어싱이 많은 할머니가 될 줄 알았는데, 노인들이 모여 너도나도 타투를 자랑하는 장면을 떠올리니 어쩐지 외롭지 않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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