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물

by Rosa Kim

[2021.08.17.]

'선물'은 내게 가장 좋은 관계의 방법이다. 표현을 잘 하는 사람도 아니고, 유머러스 하지도 않고, 말수가 많거나 달변가가 아닌지라 평소에 마음을 전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선물 하나면 그간의 감사한 마음을 한 번에 표현 할 수 있다.
선물을 정하는 때, 어쩌면 내가 가장 영악해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영악할지라도 진심은 담고 싶기에 매 순간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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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인간관계의 폭이 좁았던 나이지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범위는 좁고, 깊이는 깊어지는 관계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람에 대한 판단의 기준도 달라진다. 가끔이지만 어느 때는 오랫동안 보고 싶은 사람이 더러 생기기도 한다. 지금과는 다른 관계로, 지금보다 더 좋은 상황에서 만났으면 하는 욕심나고 안타까움이 생기는 사람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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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내가 다 할 수 있다는 오만이 가득 차있을 때, 내가 어디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정도가 되는지까지 떨어져봤고 그러면서 수많은 감사한 도움을 받았다. 결코 당연하지 않았고, 어느 순간에도 가볍지 않았으며, 늘 최선이었고 진심이었다. 한동안은 너무 힘들어서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반복이 일상이 되고나니 그때서야 늘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한 명씩 눈에 들어왔다.
꾸역꾸역 살아가는게 쉽지 않았다. 빨리 벗어나고 싶은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일상은 일상이 아니었고, 그저 반복되는 일정 단지 그 뿐이었다. 어쩌면 내가 그것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내가 그대로 멈춰지게 될까봐.
하지만 나의 걱정스러움은 단지 걱정에 그쳤고 일상이 되어버린 병원 일정은 현재 조금씩 청신호를 띄고 있다. 전보다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편해졌고, 컨디션으로 인해 홀드했던 치료들도 다시 시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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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라는 것, 의지라는 것, 소통이라는 것은 인간이 연약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인간이 조금 더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와 내 일상을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조금씩 이것들은 다져가다보면 결국에는 견고하게 얽혀진 것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그렇게라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된다면 어쩌면 당장은 내가 많이 연약해보일지라도 그것을 나 스스로가 부끄러움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선물이자 축복이라 여겨보면 어떨까. 그래서 이 시간을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내 일상 속의 이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음이 영광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