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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Jul 05. 2021

기억 조각 모음 14

요 며칠은 작업을 잠시 멈추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체적으로도 많이 고되기도 했고요. 또 집중도 제대로 안돼서 붙들고 있어 봤자 성과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죠. 마음을 비우고 친구들을 초대해 수다도 떨고, 맛있는 것도 먹었답니다. 그렇게 며칠 보내면서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지요.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니, 다시 작업의 원동력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고생한 나에게 와인 한잔을.

작업을 하다 보면 주변에서 별별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좋은 이야기, 안 좋은 이야기, 나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질문과 동시에 작업을 진행하지 말라는 말 까지 듣게 되지요. 처음에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듣게 되면 상심에 빠지곤 했었답니다. 왜 내가 하는 작업을 이리도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걸까, 하면서요. 하지만 결국 그런 것도 관심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좋은 감정이건, 나쁜 감정이건 상관없이 말이죠. 가장 큰 악플이 무플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내 작업에 관심을 가져주고 어떤 말이든 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작업에 대한 자신만의 믿음이 흔들려서는 안 되겠지요. 정말 아니다 싶은 것은 스스로가 알 것입니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습관은 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내가 왜 계속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내가 나를 알아야 남을 알기 때문이죠. 남을 알면, 우리를 알고, 우리를 알게 되면 사회를 아는 겁니다. 나는 창작 활동을 해 나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 이야기를 비롯하여 나아가 공공의 이야기를 다루어야 하겠지요. 한마디로 다수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을 해 보니, 나의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한 모두의 이야기더군요. 결국 우리는 동시대를 살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예술가라고 해서 비 예술가와 다를 것은 없습니다. 그냥 남들보다 감각에 조금 더 예민할 뿐이지요. 나를 연구하며 내가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알게 되니, 타인의 욕구가 눈에 보이더군요. 어차피 예술이라는 것이 정서적 목마름을 채워주는 것이라면, 어떤 갈증을 해소해 줄지를 생각하면 되는 겁니다. 저는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어요. 내 작업이 비록 위대하고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나름 여러분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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