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노래 소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경아 Mar 07. 2016

[노래 소설] 다이나믹 듀오의 "불면증"

그렇게 내 궁금증도, 불면증도 풀려버린 것이다.





‘지금 시각은……16일 PM 11시 48분!’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85시간 22분!’

‘1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한 지……72시간 16분!’


 잠이 오지 않아 천장에 불 꺼진 형광등을 바라보며 쓸데없는 숫자들을 기억해내고 있었다. 나는 원래도 잠을 잘 못 자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집에 이사 온 후로 나는 더욱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예전에 살던 집은 유흥가 주변 다세대 주택이었다. 밤낮이 바뀐 동네라 어쩔 수 없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아주 조용한 동네로 이사를 온 것이다. 지하철과 버스정류장이 멀어도 아주 조용한 동네라 잠을 자기는 좋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이사 온 방은 해가 빨리 들어오는 옥탑 방이 아니라 해가 가장 늦게 드는 반 지하 방이었다. 하지만,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사를 온 후 더욱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똑……똑……똑……”


바로 이 소리 때문이었다. 조금 산만한 낮에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밤이 되어 TV를 끄고 잠자리에 들면 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 소리는 물이 세는 소리 같기도 했고,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 같기도 했다. 아니, 누군가 노크를 하는 소리 같기도 했다. 소리도 소리였지만, 나는 이 소리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서 더 잠이 오지 않았다. 아니, 이 소리의 정체만 알아도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또 3일이 지났다. 이제는 약간 무섭기까지 했다. 한참 동안 소리가 들리지 않아 어렴풋이 잠이 들라 치면, 갑자기 동굴 소리처럼 소리가 크게 들렸다. 어쩌면 나처럼 잠을 자지 못해 죽은 귀신이 붙은 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내 직업이 출퇴근을 하는 회사원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하지만, 정말 어제부터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낮이면 간혹 책상에 앉아 졸기도 했지만,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잠에서 깨어났다. 그때마다 그 이상한 소리는 환청처럼 내 귓가를 맴돌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소리가 아무도 없을 때만 내게 들린다는 것이다. 어제는 너무도 힘들어서 주인집 아주머니를 불러 이 이상한 소리를 들어 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주머니가 30분을 방에 머물렀지만 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아주머니에게 실없이 예민한 놈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3일 밤을 꼬박 세고, 나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습관처럼 시간을 보고, 또 쓸데없는 숫자들을 나열해 봤다. 하지만, 어김없이 그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뚝……뚝……뚝……”


이제는 제법 그 소리가 묵직해졌다. 나는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서 나도 모르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저히 이 방에 있다간 미쳐버릴 것도 같았다. 시간은 밤 12시를 약간 넘어 서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온다. 역시 동네는 조용했다. 그래서 갈 곳도 없다. 맥주라도 한잔 해야겠다는 생각에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큰 길가까지 걸어가야 했다. 그렇게 10분을 걸어 나는 편의점에 도착했다. 편의점 창가에 서서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마치 좀비처럼 보였다. 편의점 직원이 나를 보고 왜 그렇게 깜짝 놀랐는지 알 것만 같았다. 버터구이 오징어와 함께 맥주 한 캔을 홀짝이며 마셨다. 왠지 아쉬운 마음에 소시지 몇 개와 맥주 몇 캔을 더 샀다. 그렇게 편의점을 나서는데, 갑자기 요란한 소리를 내며 소방차 여러 대가 내 앞을 지나갔다. 불이난 건가? 이렇게 조용한 동네에 이제 소방차까지. 오늘 밤도 잠을 자기는 틀린 것이다.  


집에 거의 다다를 무렵 저만치 우리 집 방향 골목에 소방차와 응급차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혹시 우리 집에 불이 난 건가? 나는 황급히 집 쪽으로 뛰어갔다. 다행히 불이 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집 건물이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폭삭 주저앉아 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등골이 오싹하면서 땀줄기가 등 뒤로 흘러내렸다. 순간, 나는 며칠 전부터 들리던 그 이상한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내 궁금증도, 불면증도 모두 풀려버린 것이다. 순간, 내 다리의 힘도 함께 풀렸다. 그리고 그 건물처럼 나도 주저앉아 버렸다. 


                                                                                      끝.


>>다이나믹 듀오의 불면증 노래 듣기


매거진의 이전글 [노래 소설]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