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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경아 Dec 31. 2015

[노래 소설]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아네스. 제가 자신의 마음을 읽는 방법 하나 알려 줄까요?


 "신부님! 신부님은 정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건가요?"


 아네스가 디모테오 신부에게 물었다. 디모테오는 말없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아네스를 바라본다. 순간, 아네스는 자신의 진짜 마음을 디모테오에게 들킬까 두려워 고개를 숙인다. 그러자 디모테오도 아네스에게 시선을 거둔다. 아네스 다시 조심스럽게 디모테오 신부의 눈부신  옆모습을 바라본다. 아름다운 얼굴이다. 아네스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디모테오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


“일종의 초능력 같은 거잖아요. 아니, 은사라고 해야 하나?”

“하하, 아네스가 잘 몰라서 그래요. 사실, 그건 초능력도 은사도 아니에요."


 사실, 디모테오의 이런 신비한 능력은 교단 내에서도 쉬쉬하는 능력이었다. 은사라고 하기에 성도들이 이런 디모테오의 능력을 몹시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의 능력은, 아니 은사는 정말 특별했다. 누군가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감추어 두었던 누군가의 마음을 자신에게   털어놓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모테오는 사제의 일 외에 다른 외부활동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말 못할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상담하고 치유해주는 상담사 역할은 그가 가장 많이 하는 일이었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아네스는 언젠가부터 이유 없이 몸이 아프고, 여러 가지 심리장애를 앓게 되었다. 이를 걱정하던 아네스의 어머니가 특별히 디모테오 신부에게 아네스의 상담을 부탁한 것이다.


“그럼 신부님께서는 뭐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일종에 마술?”


아네스가 오랜만에 웃는다. 디모테오도 함께 웃는다. 하지만, 아네스의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다. 디모테오 신부가 자신을 보며 웃고 있기 때문이다. 그랬다. 아네스는 오래전부터 디모테오 신부를 마음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절대로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혼자 마음 앓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아네스는 깊은 죄책감에도 시달렸다. 사제를 사랑하는 자신을 스스로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데, 그건 왜 물어요? 아네스?"

“그냥, 저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해서요."

“근데 그거 알아요? 사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건 그리 특별한 능력이 아니에요.”

“왜요?”

“원래부터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법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되면, 자신이 자꾸  귀찮아지고 힘들어지니까 어느 순간부터 외면하게 된 거예요. 그리고 그런 일들이 오랜 시간 계속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은 아예 그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 거죠.”

“하긴, 남의 마음을 다 알게 되면 괴로울 것 같기도 해요.”

“문제는 그러다가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까지 잃어버렸다는 거예요. 어쩌면 그래서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걸지도 몰라요.”


 순간, 아네스는 디모테오 신부가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될까 두려워 마음을 감추려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아니, 자신의 마음을 감추려고 자기 자신조차도 속여 왔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아네스는 눈물을 흘렸다. 디모테오는 당황했다. 아네스가 갑자기 울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아네스의 속 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모테오 신부는 차마 그 마음에 대해 아는 척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네스의 울음이 멈출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어느 정도 아네스의 흐느낌이 잦아지자, 디모테오는 이렇게 말했다.


“아네스. 제가 자신의 마음을 읽는 방법 하나 알려 줄까요?”

“그런 게 있어요?”

“자기 마음이 보고 싶을 때,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줘 보세요. 그러면 그 마음에 비친 자신의 진짜 모습이 보일 테니까.”


그제야 아네스는 방금 자신이 디모테오에게 마음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진짜로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몇 달 뒤, 디모테오 신부는 아네스의 어머니를 통해 아네스가 수녀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디모테오는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디모테오는 그 마음, 아니 그 선택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자신에게 내려진 은사가 정말로 축복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끝.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노래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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