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지겨운 삶에 아무튼 얼마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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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사람들 있잖아. 진짜 보고만 있어도 빛나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잘 웃는 그늘이 안 보이는 사람. 개명을 할까 고민하던 밤에 불리는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느꼈던 밤에 내게도 빛나는 날이 있을까 생각했어. 상황도 이 좁은 방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텐데 이름을 바꾸는 일이 욕심일까 생각했어. 근데 그냥 그 모든 일을 뒤집고 싶었나 봐.
햇빛 윤 깃들일 서
이름을 바꾸고도 알다시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그런데도 햇빛이 깃든다는 그 이름이 좋아서 늘 말했어.
"햇빛 윤 깃들일 서! 햇빛이 깃들다 윤서에요!"
그렇게 말하면 누구든지 웃었어.
"너무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하하하하하하"
누군가의 삶에 빛이 깃들 수 있게 통로로 살고 싶었는데 어느 날부터 알았어. 그중에 가장 해사하게 웃는 사람이 지금 내 모습이더라. 개명으로 인한 변화가 아니라 스스로 소개하는 말을 수없이 뱉으면서 에너지가 변했나 싶어. 내가 애정하는 선우는 '세상에서 가장 웃기기 쉬운 사람이 매니저님이야!'라고 말했는데 언제부터 그렇게 웃음이 많아졌는지 기억나지 않아. 분명 숨을 참고, 영혼에 눈물이 차서 숨을 쉬는 법을 잊은 듯한 그러한 밤들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색하지도 않게 웃음이 많대. 다채롭다. 사람은 다채로워서 그 모든 날을 말하고 바라는 날을 또 말하고 어떤 모습으로도 살 수 있나 봐. 말간 물을 자꾸 세상이 부어줘. 그만큼의 고통을 느끼지 않아.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떠올릴 뿐이야. 어쩌면 모두에게 허락된 행운일지 몰라. 있잖아. 아직도 가끔은 깊은 곳에서 삶에 대한 열망보다 지속하기 싫은 마음이 잠식하려 달려들어. 매일이 그런 싸움의 연속이라 자신이 없는데 그런 나를 나 대신 기도해 준다고 괜찮다고 자신을 내어 보이며 함께 손잡아준 누군가 있다는 게 놀랍고 감사해. 하나님이 나를 이 땅에서 아직 데려가지 않은 이유가 있겠지 무릎 꿇고 데려가 달라고 밤새 가로등이 꺼질 때까지 매일을 눈물로 기도하던 날의 내가 해사하게 웃어. 어쩌면 살기를 너무나 잘했다고 다행이라고 여전하게도 내게는 옆에 친구들이 있고 그런 사랑을 또 세상에 전할 수도 있겠다는 그런 희망을 자꾸 품게 해. 자꾸 기대하게 돼. 우리는 이런 마음을 세상에 어떻게 전해야 할까? 지금도 땅을 치며 우는 누군가는 알지 못할 텐데 어쩌면 이런 행운이 정말 모두에게 허락된 건 아닐까? 일렁이는 허상에도 실제가 존재하는데 잡히지 않는 모든 것들에도 실제가 있지 않을까? 많이 외롭고 당혹스러운 이미 가볍지 않은 너의 삶에도 이미 와있는 빛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