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기쁘게 살아내는 힘

지치고 지겨운 삶에 아무튼 얼마나 고마워

by 이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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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간다고 삶대로 나이를 먹어가지도 삶대로 배워지지도 않아 체하는 날들이 있다. 그렇게 마음이 어지러운 날들은 하루 이틀이 아닌데, 시간을 보내는 법을 연습한 건 이런 어지러운 마음속에서 스스로를 온전하게 보내기 위한 연습이었다. 어제는 도돌이표처럼 돌아간 같은 상황에 놓인 스스로가 답답해서 혼자 맥주를 마셨다. 탄산음료는 잘 먹지도 않으면서 배가 금방 불러서 밥 한 공기도 잘 못 먹는 나인데 맥주는 그렇게 들어간다. 취기가 오르고 대충 정리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핸드폰을 꺼내서 연출의 sns를 구경한다. 그 사람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전한 목소리와 여전한 글과 여전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무대에 가까이 있다. 나는 이렇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혼자 맥주를 까마시는데 그녀는 나를 아프게 한 그녀는 여전히 무대에 있다. 뉴스를 찾아서 본다. 억울해하던 그녀, 아무렇지 않게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기자에게 자기는 당당하다는 듯이 소리치는 그녀를 본다. 모자이크 속 무대 위에는 어린 나도 있다. 흐릿한 화면인데 선명하다. 너무 사랑했다. 그녀를 너무 사랑해서 미워하는 마음이 불편하다. 직접 만나서 사과를 받으면 마음이 편해지려나 상상도 해본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데 자꾸 찾아본다.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운 적은 없는데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됐다.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어떤 판단도 서지 않는데 나이가 든다. 모든 상황 가운데 지나갈 걸 알면서도 쉬이 보내지지 않는 각자의 아픔이 있겠지. 나에게 그녀가 그런 아픔이다. 결국은 보내야만 하는 걸 알면서도 놓지 않으려고 또 애쓰는 그런 아픔이 그녀다. 그녀도 나를 생각할 텐데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까. 내가 그녀를 아픔으로 기억하고 놓고 싶어도 놓지 못하는 것처럼 그 사람도 그렇게 기억할까. 어쩌면 아주 오래 기다렸다. 아픔을 보여도 괜찮다고 그런 안전한 때를 기다렸다. 동요되는 마음이 잠잠해지길 조용히 기다리면서 기다렸다. 웃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왜 웃을까 속으로는 부러워했을 그 아이는 아프면서도 웃는 법을 아는 어른이 되었다. 아프지 않은 건 아닌데 많이 웃는 내가 어쩌면 삶의 기쁨도 알게 되었다고 그녀 앞에서 작아지지 않고 말할 수 있을까? 겁먹지 않고 내 삶을 기쁘게 살아가고 있다고 그런 힘이 내게도 생겼다고 그러니 나를 더 이상 함부로 대하지 말아 달라고 나의 사랑을 불편하게 만들지 말아 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기꺼이 같이 울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고 마주 보며 말할 수 있을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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