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지겨운 삶에 아무튼 얼마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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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가끔은 너무 억울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 주지 않는 시선에 스스로 작아지고 그런 스스로가 또 싫고 그럴 때 무슨 말이라도 하면서 해명하고 싶은 때 꾸욱 참는 거 진짜 어려운 일인데 일단 숨을 쉰다. 뭐가 문제일까. 반복되는 문제 속에서 무엇이 변하지 않아서 반복되는 걸까. 내가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만 하는 걸까? 하필 그날, 또, 반복되는 일에 너무 지겨워졌다. 일을 겪고 있는 나도 이토록 지겨운데 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은 얼마나 지겨울까. 덜컥 겁이 났다. 캔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면서 비워진 캔들을 잔뜩 구기면서 지금 누구에게나 말하지 않으면 무서운 생각만 들 텐데 밤새 그 생각들과 싸우면서 이길 자신이 없는데 지겨운 새벽이 또 지겹게 흘러가고 있었다. h언니에게 카톡을 했다. '언니 자?' 평소 언니의 취침시간을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잠이 들었을 시간이었다. 어쩌면 답이 없기를 바라면서 보냈다. 그러면 언니도 이 지겨운 일을 또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은데. 언니는 하필 그 밤에 잠에 들지 않았다. '윤서 무슨 일이야.'그렇게 오래 통화를 했다. 숨 참으며 울었다. 언니는 그 숨소리를 다 듣고 내일 맛있는 거 먹자고 했다. 맞지 우리 내일 보기로 했었다. 지겨운 삶에서 배운 건 일단 오늘 자고 나면 내일이 온다. 내일이 오면 또 살아지고 어제의 마음이 옅어지고 그 틈으로 어떤 희망이 채워진다. 오늘 자고 일어나서 언니를 만나면 웃으면서 또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몇 시간이 지나고 언니를 보자마자 밤새 울었던 일이 무색하게 또 눈물이 났다. 옅어지지 않는 상황과 마음이 그새를 못 참고 눈에 맺혀 흘렀다. 언니는 또 같은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속상해하면서 나에게 밥을 먹이고, 추억의 장소에서 내가 좋아하는 명란구이와 꼬치를 먹였다.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살아야 하는지 우리는 모르면서 서로가 아무튼 다행이라며 아무튼 고맙다며 얼마나 흔하지 않은 관계냐며 끊임없이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이야기가 언니의 이야기가 되고 언니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는 그런 말들이 서로에게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택시도 잡히지 않는 새벽에 나를 먼저 태우고 언니는 한참을 기다려 집에 갔다. 나보다 집이 멀었는데 언니는 밤을 무서워하는데 나를 먼저 태워 보냈다. 지겹도록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인내심을 시험하며 몰아치는데도 언니는 그 지겨운 이야기를 들어준다. 또 말하고 또 들어줄 텐데 해결되는 일이 없는데도 그날은 위로받은 선물의 날이 되게 만든다. 언젠가 그 속에서도 살게 하는 그날들에 모든 이름을 나열해야지.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눈물이 자꾸 흘러서 또 다짐하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