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소설
아이의 아빠는 드디어 자신의 엄마집으로 내려와 함께 살았다. 아이는 아빠랑 다시 함께 살게 되어 마냥 좋았다. '아빠랑 같이 사니까 아빠가 치킨도 사주고 우리 집이 부자가 된 것 같다!' 일기장에도 잔뜩 기쁨을 기록했다. 아이 아빠는 돌아가는 칼에 손이 끼어 엄지가 떨어졌다고 했다. 엉덩이 살을 떼어다가 손가락을 손바닥과 이었다. 자기 몸뚱이에서 떼어낸 살도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란 사실을 아는지 검게 물들었다. 아이의 아빠는 병원에 오래 혼자 있었고 아빠의 엄마도 나중에 나중에 알고 찾아간 병원에서 누워있는 자식을 보며 엉엉 울었다고 했다. 왜 말하지 않았냐며 엉엉 울었다고 했다. 그렇게 아빠가 내려왔지만 아이는 아빠의 아픈 손가락도 할머니의 눈물도 알지 못했고 치킨을 자주 먹는다는 사실이 기뻤다. 어른들의 세계를 일찍이 알아차린 아이였지만 사실은 알지 못하는 일들이 훨씬 더 많았다. 아빠의 엄마는 다 큰 자식을 먹이고 재웠다. 장갑을 낀 손을 누구도 묻지 않았다. 아이가 자라 남자의 집에서 처음 쫓겨나 빈털터리가 되었을 때 아이의 아빠는 아이의 말보다 자신의 아이를 욕하는 남자의 말을 믿었다. 갈 곳이 없었고 돈이 없었던 아이는 치킨집에 들어갔다. 치킨만이 아이에게 위로가 되었다. 정말이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 세 번 치킨을 먹고 퇴근하고 빛도 없는 지하방에 들어와 치킨에 술을 마셨다. 그렇게 매일 취했고 매일 치킨을 먹었다. 몸이 커져 맞는 옷이 없을 때까지 아이는 치킨을 먹고 나서야 거울을 보았다. 치킨도 더 먹지 못하면 아이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평생을 무대에서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배에 보이는 흰 튼살이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커다란 바퀴벌레가 나오던 그 방에서 아이는 자주 울었다. 스스로의 몸을 못나게 만들어 더 이상의 작은 미련도 가지지 못하게 만들었다. 치킨집을 그만두고 하루 세 번 먹던 치킨을 10개월 동안 입에 대지 않았다. 아이는 치킨이 질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머지않아 다시 또 좋아진 사실이 더 놀라웠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