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바람

by MONAD

바람이 세게 부는 날,

나무가 이리저리 흔들거린다.

무거운 의자도 잔디밭에 뒹군다.


나무는 키가 높아 지붕을 훨씬 넘었어도,

더구나 새 봄의 가느다란 가지가 여기저기 하늘로 뻗어 더 높아졌어도,

센 바람을 이길 수가 없다.

마치 록가수가 긴머리를 휘둘리듯,

바람이 나무를 동서로 흔들고 있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

그러나 풍경은 더없이 아름답다.

누가 그렇게 강하고 아름답게 나무를 흔들 수 있을까?

이 세상에 키 큰 나무의 봄의 새 가지까지 흔들리게 하는 건 힘센 바람뿐이지.


창을 열고 오래오래 바람이 만드는 풍경을 본다.

드문 풍경이다.


힘세고 심술사나운 바람만이 그릴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

성벽처럼 하늘로 뻗어있는 나무들이 같은 방향으로 흔들거린다.

마치 고양이가 장난감을 쫓아 고개를 돌리듯, 나무들은 바람에 흔들거린다.

그 모습은 흔하지가 않아서 구경거리이다.


새들은 모두 어디 있을 까?

하늘에 낙엽만 날아다니는 날, 모든 새는 어디있나?

두리번 거리다, 지켜보다가,

그 거센바람에

한 마리 로빈이 땅에 닿을 듯 낮게 날아서 겨우 덤불에 숨었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 창가에 붙어서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만 여러 잔 마시고

잠못드는 밤 노래만 많이 들었다.

이런 날은 따라부르기 좋은 노래가 제일 좋더라.


일기를 적으면 아프다는 말밖에 쓸수가 없어서

그냥 노트에 매일 아프다고 적어보다가,

오늘은 바람이 세게 불었다고 적어보았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

바깥의 풍경도 아름답고

내 마음도 아름답다.

얼른 기운차려서 돌아다녀야지, 웃어본다.


무료사진은 여기서...

작가의 이전글누가 더 매력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