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인간은 무엇까지 할 수 있을까? 상대를 헤치겠다는 악의가 아니라 나를 지키겠다는 선의는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을까? 공교로움이란 말로 포장한 개인의 악의는 얼마나 이해받을 수 있을까 의도한 거짓말과 의도치 않은 비밀은 정말 다른 걸까? <사라진 여자들> 옮긴이의 말 中
소설의 스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소설 속 인물과 상황 설명이 어렵지만, 마지막 옮긴이가 시사한 점은(작가의 의도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꼭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옮겨와서 나의 생각을 서술해 본다.
한 동네에서 차례로 세 명이 여자가 사라진다. 소설은 몇 명의 용의자로 추려가며 독자들을 이끌고 있지만 반전에 반전을 불러 모은다. 그렇기에 '설마 제발'을 연신 되뇌며 소설을 읽었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살인 용의자의 포위망을 좁혀나갈 때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소설은 특정 주인공이 없이 모두가 주인공과 같았다.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 모두 사연이 있고, 정당성을 만들어 낸다. 각 인물의 입장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고 정당화를 호소하게 된다. 그러나 맨 마지막 옮긴이의 시사점처럼. '공교로움이라는 말로 포장한 개인의 악의'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악한 마음은 사람이라면 가질 수 있지만 그 악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가 된다. 그리고 어떤 당위성을 가지든 사회에 폐가 되고 누군가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라면 용서받기 힘들다. 특히 그 목적이 본인만을 위한 일이라면 어떠한 것으로도 포장이 될 수 없는 '악'이다. 사람이라면 물론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의도를 가지고 충분히 결과를 예측하고 잘못임을 명확히 알면서도 그것을 실천한다는 것은 실수가 아니다. 그렇다면 거짓말은 어떠한가? 선의이자 상대를 위한 거짓말이라 할지라도(스포가 될 수 있어 직접적인 소설인물과 내용은 언급을 삼가겠다) 그것이 상대를 기만하는 행위라면 그것이 과연 정당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상대를 위한 거짓말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본인의 욕심에 의한, 본인의 신변보호를 위한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대의 걱정을 살까 봐 사실을 숨기고 은폐한 것은 비밀일까, 내가 생각한 기준에서 알 필요가 없다 하여 말하지 않는 것이 후에 문제시되었을 때 '나는 그럴 줄 몰랐다. 의도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잘못이 면죄받을 수 있을까. 사실 범죄자들의 가장 흔한 변명 또한 '의도치 않았다'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의도를 했든 하지 않았든 나의 행동의 결과가 사회의 윤리적 기준에 어긋나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행동이라면 그건 분명 잘못된 행동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당방위'를 어디까지 허용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는데, 현재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정당방위의 기준과 범위는 소극적이다. 판례에 따르면 당면한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도의 소극적인 소행으로 제한하고 있고 그런 동작이 과다하다고 인정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재차 소극적인 방어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법과 사회적 통념에서 비추어봤을 때 정당성을 발휘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피해가 극소화되어야 하며 사유는 나에게 가해지는 위협이 최대가 되었을 때를 말하는 듯하다. 내가 피해자가 될 수 도 있지만, 악의와 선의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않는다면 나 또한 '의도치 않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궁극적으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시사점을 각자 본인의 개인적 신념과 더불어 사회적 기준과 통념에 따라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