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세상을 배제의 층계로 나누었을 뿐 (중략) 세상이 원치 않았던 존재로 태어난 릴리. 세계에서 배제된 릴리. 그러나 악착같이 살아남아 어떤 방식으로든 삶의 가능성을 입증한 릴리 다우드나. (중략) 그것은 가능성의 문제였다. 어떤 존재에게 살아갈 권리가 부여되는가를 결정하는 문제였다. 결국 릴리는 나에게 태어날 가치가 없다는 낙인을 찍지 못했다. 그건 릴리 자신의 문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中 -
어쩌면 광대한 우주에서 고독한 스스로의 위치를 인식하고, 타자와의 조우를 갈망하는 그 자체가 고도의 자기 인지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일까.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 스팩트럼 中 -
어쩌면 가장 중요한 특성은 인간 밖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략) 인간을 비인간동물과 구분하는 명백한 특질들이 사실은 인간 밖에서 온 것들이라면.
- 공생가설 中 -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中 -
우리가 소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오직 감정 그 자체였던가?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가 아닌가? 의미가 배제된 감정만을 소비하는 것은 인간을 단순히 물질에 속박된 동물로 전락시키는 일이 아닐까? 애초에 인간이 의미를 추구하는 행위조차도 궁극적으로 보다 고차원적인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지 않은가?
의미는 맥락 속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 감정의 물성 中 -
자신을 고유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남길 수 있었다면. 그러면 그녀는 그 깊은 바닥에서 다시 걸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를 규정할 장소와 이름이 집이라는 울타리 밖에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녀를 붙잡아줄 단 하나의 끈이라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더라면.
- 관내분실 中 -
재경은 수많은 소녀들의 삶을 바꾸었을지도 모른다. 최후에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재경이 바꾸었던 숱한 삶의 경로들이 되돌려지는 것은 아니다. 가윤이 바로 그 증거 중 하나였다. 가윤은 한때 재경을 보며 우주의 꿈을 꾸던 소녀였고, 이제 재경 다음에 온 사람이 되었다.
-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