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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언니 Mar 28. 2022

우리 엄마는 수녀님

요가를 마치고 동네 파리 바게트에 앉아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는다.


요가를 하면서 가끔 친정 엄마 생각을 한다. 엄마는 올해 85세. 내가 그 나이까지 매일 요가를 한다면 엄마와 다른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엄마는 원래 수녀님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수녀원의 차기 원장감이셨다. 화학을 전공해서 샤프하고, 성격은 털털했던 엄마는 수도원에서 큰 신임과 사랑을 받았다. 당시 로마에서 유학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몸이 안 좋아서 일년 휴가를 얻어 외삼촌 집에서 쉬었고, 이후 아빠를 만나 결혼을 하였다.


엄마는 4남매를 성심껏 키웠다. 잔정이 많고 다정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늘 바르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동네 시장 상인들과도 스스럼없이 농담을 건넸다. 독서와 자연을 사랑했다. 그런 점을 나는 그대로 물려받았다.


 가족에게 가톨릭 신앙을 심어주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살도록 이끌었다. 6학년까지 사촌과 함께 엄마에게 수학을 배웠다. 방학마다 사촌들이 우리집에 와서 엄마에게 수학을 배웠다.


중학교 때 과학고 입시 학원에 가서 수학시험을 쳤는데 각 학교 전교 1등이 모인 학원에서 내가 1등을 하였다. 내 점수도 겨우 53점인가 했다. 나는 엄마에게 훈련을 잘 받은 상태였다. 그래서 전교 1등이 아니었던 내가 수학에 두각을 나타내었고, 학원에선 과학고에 진학할 것을 권유했다.


엄마는 65세까지 성당에서 모임을 왕성하게 이끌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양로원에 가서 봉사도 하였다. 그런데 65세에 급격히 몸이 안 좋아졌다.


그 때까지 의사인 오빠에게 약을 타서 드셨다. 엄마는 당뇨가 생겼다. 오빠가 지어준약이 잘 안 맞았다. 엄마는 친구의 권유로 연대 교수인 허갑범 선생님의 진료를 받았다. 지금까지 먹었던 약의 용량을 반으로 줄이라고 했다. 엄마는 약을 줄이고 몸이 많이 나아졌다.


나는 그 때 25살이었는데, 엄마는 나에게 결혼을 하라고 했다. 아마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이후 엄마는 20년째 건강하시다. 현재 경도 치매 증상이 있지맘 일상 생활은 거뜬하다. 아빠와 요양 보호사의 보살핌 속에 즐겁게 지내신다.


나는  나이가 되어서도 엄마가 전화로 “상인아, 무리하지 말고   챙겨라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엄마가 돌아가시면 누가 나에게 이런 원초적인 평화를 줄까. 오늘은 엄마에게 전화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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