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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언니 Oct 07. 2020

오페라는 어떻게 시작하였을까?

오페라 탄생에 대한 이야기

 오페라는 음악, 연극, 미술, 춤 등 여러 예술이 총체적으로 들어가는 음악극을 말하지요. 연극에 음악을 붙여 공연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인기가 많았습니다. 오페라를 보지 못한 분들도 “카르멘”이나 “피가로의 결혼 “같은 제목은 들어보셨을 거에요. 그리고 거기 나온 유명한 노래들은 광고나 영화 음악에 많이 쓰이므로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곡이 많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곡이죠!

https://youtu.be/0I_HUfxGYac


우리는 지난 시간까지 1600년경~1750년경의 유럽 음악, 즉 소위 “바로크”라 불리는 시기의 음악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독교 중심의 중세에서 벗어나 인간의 이성을 중시하고 고대 그리스 문화의 부활을 꿈꾼 “”르네상스”는 바로크 바로 이전 시기인 1400~1600년경입니다  


 두오모 성당으로 유명한 피렌체는 엄청난 부를 축적한 메디치 가문의 후원으로 르네상스 문화가 크게 발달하였습니다. 바로크가 막 시작되는 16세기 말 피렌체의 귀족 “바르디”는 자신의 집에서 인문학자, 시인, 음악가들과 함께 스터디를 했습니다.


 바로 고대 그리스 예술에 관한 스터디였죠. 이 모임에는 지난 시간 소개해드린 당대 가장 잘 나가는 음악가였던 카치니, 샛별처럼 떠오른 신예 유명 작곡가 페리,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천문학자 갈릴레이의 아버지 빈센초 갈릴레이도 속해 있었어요. 갈릴레이의 아버지 역시 음악가이자 이론가였거든요. 이모임을 “카메라타(Camerata)”라고 했습니다. “방”이라는 뜻입니다.

(카메라타의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그들은 모여서 과연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비극들은 실제로 어떻게 상연되었을까 연구하였어요. 당시에는 현재처럼 동영상이나 음원이 없었으므로 가지고 있는 것은 비극의 대본들이었죠. 연구 결과 그리스 시대에 연극은 음악을 반드시 동반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르네상스 시대 대위법으로 만든 복잡한 다성음악은 마치 돌림노래와 비슷하여(우리가 어릴 때 배운 “다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를 떠올려보세요^^) 가사를 정확히 알아듣기는 힘들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명인 팔레스트리나의 미사곡 <오라, 그리스도의 신부여>에서  ‘자비송-주님 자비를 베푸소서(kyrie)’를 들어볼게요  


4성부로 시작하는 노래는 같이 시작하지 않습니다  

https://youtu.be/rX4evD_VL1I


소프라노- 알토- 테너 - 베이스가 각자 시차를 두고 순서대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4성부가 <다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처럼 같은 선율을 부르는 것 같지 않지요 . 그 이유는 바로 아래 악보에 있습니다  

 소프라노 선율이 맨 위인데 확대해서 보시면 선율은 (레-시레 -미레시) 로 시작하죠.


한마디 있다가 알토가 레보다 5도 낮은 솔에서 시작하죠.선율는 (솔- 미솔- 라 솔미)로 시작합니다. 5도 낮지만 선율의 음형과 리듬은 같은 선율입니다. 같은 선율을 5도 낮게 부르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다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같이 동일한 선율로 들리지는 않아요. 그러나 돌림노래와 같은 성부의 모방기법을 쓰고 있어요.

이렇게 시차가 다르게 가사가 나오고 선율이 나오면 가사를 알아듣기 힘들죠


 카메라타의 멤버들은 기존의 르네상스 작법으로는 그리스 비극의 대사를 잘 전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리스 비극의 시의 운율을 잘 살려서 전달해줄 새로운 음악양식을 만들기로 했지요. 이 요구에 맞추어 당시 카메라타의 멤버였던 작곡가 카치니와 페리는 <모노디,Monody>양식을 만들게 됩니다  


즉 대사가 잘 전달되도록 독창자가 간단한 반주를 붙여 시의 운율을 잘 살려 부르는 방법이었죠. 부르는 사람도 1명, 선율도 1개이므로 이탈리아어로 하나를 뜻하는 “mono”라는 말을 붙여서 모노디라고 했습니다  


모노디 양식으로 된 노래는 바로 이런 형태였습니다  

https://youtu.be/WHMJgGE5Doc

  가사가 잘 들리기는 하지요? 그러나 여러 명이 중창으로 부르던 르네상스 마드리갈에 비하면 불협화음도 많고, 시를 낭송하듯 리듬도 딱 떨어지지 않는 것이 불규칙하다는 느낌이 들지요.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새로운 음악 양식은 기괴하다라는 뜻으로 “바로크(찌그러진 진주)”라고 부른 것입니다  


 위의 동영상은 현존하는 최초의 오페라인 페리의 <에우리디체>입니다. 카치니가 공동 작곡을 했지만 2/3이상을 페리가 작곡한 곡입니다.


 그리스 신화 중 음악을 잘 연주했던 꽃미남을 기억하시나요? 바로 “오르페우스”입니다. 그는 하프의 전신인 리라를 아주 잘 연주해서 산천 초목을 감동시킨 음악가였죠. 나무의 요정 에우리디체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아가던 중 아내 에우리디체가 뱀에 물려 죽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오르페우스는 지하세계에 아내를 찾으러 가서 지하의 신 하데스 앞에서 리라를 연주합니다  


연주에 너무 감동한 하데스는 에우리디체를 다시 지상으로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다만 지상 세계로 갈 때까지 아내가 뒤따라 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하죠.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게 되고 에우리디체는 다시 지하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결국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그리스 대표 꽃미남 음악가 오르페오의 그림입니다. 손에 든 것이 하프의 전신인 리라에요)


 오페라의 탄생 자체가 고대 그리스 비극의 부활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대본 역시 그리스 비극 중에서 고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 중 잘 생기고 음악 연주도 잘 하며 드라마틱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는 오페라로 만들기 딱 좋은 소재였죠. 페리가 <에우리디체>라는 오페라를 만든 후 같은 소재로 무려 20여편의 오페라가 만들어졌습니다  


페리가 현존하는 최초의 오페라를 만들었다면 완성도를 높여 현재 연주하는 오페라처럼 독창 이외에도 이중창, 합창, 발레등을 사용하여 볼거리 높은 오페라를 만든 사람은 이탈리아의 “몬테베르디(1567~1643)”라는 작곡가입니다.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라는 오페라는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현재에도 연주됩니다  


그럼 오늘은 마지막으로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 중 한 장면을 보겠습니다. 1막에서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가 만나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입니다. 위에 언급한대로 이중창, 합창, 발레가 들어있어 매우 화려해진 오페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wni1GVRlMtc

 다음 시간부터는 유럽의 각국-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에서 오페라가 어떻게 다르게 발전하였는지 살펴볼게요! 좋은 가을날씨 만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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