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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언니 Oct 10. 2023

나를 눈물짓게 만든 음악

 글을 쓰기에 앞서 미리 밝혀 두어야겠습니다. 저는 음악을 듣고 쉽게 눈물을 질질 짜는 감성 풍부한 문학 소녀 같은 사람은 아닙니다 ^^ 그러나 그동안 여러 음악을 들으며, 아주 가끔은 마음이 울컥해질 때가 있었습니다. 눈물이 살짝 맺힐 때도 있었고요. 오늘은 가을을 맞아 '스텔라 언니'를 눈물짓게 만든 음악을 들려드립니다~


첫번째 곡은 놀랍게도 동요입니다. 동요 <모두 다 꽃이야>라는 곡입니다.

둘째를 낳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제 생일을 맞았습니다. 신생아를 돌보느라 낮밤이 바뀌고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는 나날이었지요. 대학 동아리 후배가 '언니 생일 축하해요' 하며 이 곡의 링크를 보내줬습니다. 동요를 이어폰으로 들으며 유모차를 밀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어, 내가 왜 이러지? 출산 후 호르몬 변화 때문인가?


 갑작스런 눈물에 당황하며 금방 눈가를 닦았지만 '우리 모두가 꽃이야' 하는 가사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둘째를 낳고 다시 직장에 돌아가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 둘과 근처에 사시는 연로한 부모님을 두고 눈 질끈 감고 워킹맘이 되어야 하는지, 나의 꿈은 포기한 채 당분간 집에 있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지요. 그야말로 '경단녀'가 된다면 내 진로는 어떻게 되는 건지, 이렇게 집안일만 평생 하고 살아야 하는지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그 때 저에게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대로 피어도 이름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라고 말해주는 이 순수하고 예쁜 노래가 힘이 되었습니다.

https://youtu.be/P9u5wxrHUvk?si=Iltq_5tY9P32K5KQ


 두번째 음악은 숙대 대학원에서 강의를 할 때 알게된 곡입니다. 학생 중 한명이 저에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1번>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강의에서 이 곡을 다뤄보기로 했지요. 베토벤은 총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는데 '피아노의 신약성서'라고 불릴 정도로 피아니스트에게는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작품입니다.


  베토벤은 말년에 이 곡을 작곡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 대신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그는 29살 무렵부터 청천벽력같은 사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귀가 멀고 있다는 것이었죠. 30대부터 거의 안 들리기 시작했고, 이후 사람들과 교류를 끊은 채 고독하게 혼자 살았습니다.


 애정을 갖고 키웠던 조카는 베토벤에게 반항하며 자살을 시도했고요. 이렇듯 복잡한 가정사와 음악가로서 치명적인 형벌을 견뎌내고 있던 그가 말년에 우리에게 들려주는 <피아노 소나타 31번> 1악장의 멜로디는


'그래도 인생은 살만해. 아름다운 순간이 많아. 너도 살아봐'


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강의 준비를 하며 음악을 듣는데 저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했어요.


 아마도 베토벤이 청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에 상심하여  30대에 하일리겐슈타트에 가서 쓴 유서의 전문을 읽고 나서 들어서 더 그랬던 거 같아요. 그는 유서를 쓰고 자살을 하려 했지만 '다시 살아보리라! 작곡을 계속 하여 음악을 내 피난처로 삼으리라!' 하고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그리고 작곡한 음악이 유명한 <운명> 교향곡입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마치 '나는 내 운명의 목을 조르겠다'라고 절규하듯 말하지요.


반면 31번 소나타는 '베토벤의 가장 내밀한 고백'이라고 불리는 곡입니다. 리히터의 연주로 들어볼게요. 동영상 19초 쯤에 시작하는 '편지의 멜로디'라 불리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우리를 위로해줍니다.

https://youtu.be/u5O1lzZZ_0M?si=ZaffzNF6DHhsibEC


 마지막 곡은 정인이 부른 <오르막길>입니다. 윤종신이 작곡한 이 곡을 예전부터 좋아했지만, 사실 이 곡을 듣고 눈물이 맻혔던 것은 훨씬 후였습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김정은과 문재인대통령이 만나고 사람들은 통일까진 아니더라도 남북이 화해무드로 들어가는 희망 속에 평양냉면을 줄을 서서 먹던 그 시절, 한국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평양에 가서 <봄이 온다>라는 제목의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그 때, 정인이 <오르막길>을 불렀지요.

https://youtu.be/X-3Wl2eBLSQ?si=6hWq4zGrZox2l2II


한 걸음 이제 한 걸음일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마


라는 가사가 남북관계를 묘사하는 것으로 읽힐 줄은 몰랐습니다.


저의 엄마는 14살 때 피난을 온 실향민입니다. 1주일만 피난을 가면 전쟁이 끝날 줄 알고 형제들과 부산으로 피난을 갔던 엄마는 평생 부모님이 계신 고향집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엄마에게 개성의 고향집 이야기, 개성의 음식들, 거리 모습,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저는 개성에 대한 아련한 환상이 있지요. 우리도 서독과 동독처럼 남북한이 교통이나 통신이 가능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는 엄마 때문인지 더 감정이입이 됐어요. 그리고 그날 밤, JTBC 뉴스 손석희 아나운서가 <오르막길>을 틀어주며 이 곡이 통일을 향해 함께 가는 남북한의 모습으로 읽힐 줄 몰랐다고 말했는데,  '맞아! 나도 그랬는데!' 하고 크게 공감했지요. (물론 이후의 북한의 행보와 현재 남북한 관계는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ㅠㅠ)


여러분들을 눈물 짓게 한 음악은 무엇인가요? 궁금합니다~ 눈물까진 아니더라도 모두들 소중하게 여기는 자신만의 음악이 있으시죠? 피곤할 때 서러울 때 들으면 위로 되는 음악. 음악에는 그러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참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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