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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일본 영화 <앙>을 보고

by 스텔라언니


“우리에게는 이 세상에서 살아갈 이유가 필요해요.”

‘앙’은 팥소를 뜻하는 말이다.

그 달콤하고 부드러운 팥소 한 숟갈에 이 영화는 말할 수 없이 깊고 조용한 삶의 진실을 담아낸다.


작은 도라야키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공 센타로는 매일 무료하게 빵을 굽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할머니가 찾아와 일자리를 달라고 말한다. 할머니가 직접 만든 팥소를 맛본 순간, 그의 인생도, 가게도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 팥소엔 장인의 정성이 담겨 있었다.

삶에 지친 주인공조차도 감탄할 정도로 따뜻하고, 진한 맛.


사람들은 그 팥소에 끌려오고, 가게는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하지만 곧 할머니의 과거가 드러난다.

그녀는 한때 한센병 환자였고, 완치되었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녀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앙>은 일본 특유의 잔잔하고 서늘한 감수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화려한 반전도, 과한 감정도 없지만

그 속엔 오래 묵은 슬픔과 작지만 선명한 희망이 살아 있다.


무엇보다 깊게 다가왔던 건, 살아있는 존재로서 인정받고 싶었던 할머니의 마음이었다.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은 단지 생계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 안에서 자신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팥을 씻고, 삶고, 으깨고, 다시 삶는 과정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며 자신을 다듬고 회복해가는 과정 같았다.

천천히, 묵묵히, 그러나 결코 허투루 살지 않았던 한 사람의 삶이, 그 팥소처럼 조용히 스며들어온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각자도 ‘살아 있을 이유’를 조용히 찾고 있는 존재들 아닐까?


ps) 일본의 대배우 키키 키린의 주연 영화. 도라야키집 단골인 소녀 와카나역을 맡은 우치다 카라가 키키 키린의 실제 손녀여서 더욱 흥미롭습니다. #넷플릭스영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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