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건강하시고 내가 어릴 때,
자주 오던 식당에서 남편과 점심을 먹었다.
무교동에 있는 노포인데,
아빠처럼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들이 무리지어 앉아 식사하시는 모습이 예전에 왔을 때와 비슷하다.
음식맛도 비슷하다.
예전보다 더 맛있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노포의 공기에
엄마 아빠의 자취가 남아 있는 것 같아서
20대의 나와 부모님이 앉았던 자리가 있을 것 같아서
식당의 모습을 더 눈에 담아두었다.
엄마의 사진을 거실 벽에 걸어두었다.
사진을 보면 자꾸 울 것 같아 걸어두기 겁났는데
사진 속의 엄마는 평소처럼 웃으며
“괜찮아. 남들도 다 가는 길인걸. 그만 울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아 자꾸 들여다 보게 된다.
돌아가신 모습을 보고도 믿기지 않았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맞아, 엄마가 어제 돌아가셨지’
해도 실감이 안 났다.
1달 정도 의식이 거의 없던 아빠에겐
하고 싶은 말도 원없이 할 수 있었는데
지난 주에 나와 외출까지 했던 엄마와의
이별은 너무 갑작스러워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
내가 세상에 왔을 때부터 존재한
탯줄이
끊겨버린 느낌이랄까.
끈 떨어진 연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거실의 엄마는 나에게 웃으며 말을 건다.
만약 옆에 있다면 평소처럼 팔로 툭 치며
“얘, 별거 아니야. 여기도 있을만 하다 얘.”
할 것 같다.
어제 남편과 잠자리에 누워
엄마는 뭐하고 있을까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 장모님은 호기심이 많으셔서 천당은 어떤가 여기 저기 둘러보고 계실거야. ㅋㅋ“
하긴 예수님 옆에서 얌전히 기도만 하고 있는
엄마는 상상이 잘 안 간다.
”이건 뭐에요?“ 궁금한 건 참지 못하고 물어보며
평소대로 긍정적으로 살고 있겠지.
그 생각을 하니
무교동의 노포의 공기를 마시니
그래도 가슴의 구멍이 조금은 채워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