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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 사는 로젠 Oct 27. 2024

뉴욕 라테와 카푸치노

뜻밖의 혼동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카푸치노를 주문하면 라테가 나왔다. 시작은 이랬다. 점심 무렵에 코리아 타운을 가기 위해 에이스 호텔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제국의 빌딩(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있는 맨해튼 중심부에 나온 첫날이었다. 멀더가 갑자기 커피를 마신단다. 커피 나오기를 기다리다 보니 호텔 커피숍도 근사하였다. (에이스 호텔의 스탬프 커피가 유명하다고 한다) 멀더가 주문한 커피는 카푸치노.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컵보다 아주 약간 큰 사이즈인데  들고 나온 것을 보니 라테였다. 그 작은 컵에 무늬도 띄워 놓았다. '이건 라테네?' 하니 '카푸치노'란다. 그래? 내가 잘못 들었나?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나는 사진으로 찍어두고 싶었으나 커피가 급했던 멀더는 훌러덩 마셔버렸다.


    이틀 후에  스트랜드 서점에 가니 서점 한편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나는 전날의 라테 같은 카푸치노가 궁금하여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메뉴판에도 당연히 카페 라테와 카푸치노가 따로 있다. 에이스 호텔 종이컵보다는 조금 더 컸다. 팁인지 세금인지 즉시 따로 달라한다. 가격의 놀라움은 둘째치고 내가 받은 건 라테였다. 전날에 멀더가 마신 것과 90% 비슷했다. 우유가 둥글려진 아트는  없었지만, 이건 누가 봐도 카페 라테다. 전날에 잘못 들었거나 혼동한 것이 아니다. 맛은 훌륭했다.




    다시 며칠이 지났다. 브루클린에 같이 가기로 미리 정해 놓은 날이었다. 이날은 멀더가 하루 종일 시간을 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20년 전에 배낭 여행자들의 천국인 태국을,  태국 음식을 열광하던 추억이 있다. 미리 말하지 않아도 멀더는 뉴욕에서도 태국 식당을 한번 가자고 했다. (좋아 좋아) 태국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가까운 카페에 들어갔다. (에브리맨 에스프레소) 뉴욕은 맨해튼에서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은 15000원쯤 한다. (팁이나 세금 뻬고) 둘이 마시면 3만 원 넘으니 한숨 나올 가격이지만, 더 파고들어 답을 얻고 싶은 부분이 있었던 나는. 또다시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나는 라테라는 카푸치노를 받아놓고 카푸 지노라고 선명히 찍힌 굳이 영수증을 달라고 해서 가지고 왔다. 

    

    아무리 봐도 내 눈엔 카페 라테다. 내가 알고 있던 라테는 이랬다. 카푸치노는 거품 위에 시나몬 뿌려주는 것 아닌가...... 이 작고 예쁜 카페에서 나의 혼란은 정점에 이르렀는데 눈치가 보여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다. 현지인 (뉴요커)을 알고 있어서 고마운 것은 여행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는 근사한 동네 카페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카페 라테와 카푸치노 사이에서의 혼란은 물어보지 않았다. 내가 기회를(?) 만들어 확인하는 편이 마음 편할 것이다.    

    여전히 추운 날에 강바람을 맞고 건너편 맨해튼 다리와 브루클린 다리를 구분하려 한참을 보고 나니 따듯하게 몸을 녹여야 했다.  나는 멀더에게 커피를 한잔 더 마시자고 했다. 나는 카페라테와 카푸치노의 혼동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모든 카페에서 주문해 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멀더는 또 카푸치노를 마시고 싶다 해서 나는 라테를 시켜 보았다. 두 가지 모두 카페 라테다. 라테든 카푸치노든 우유가 들어간다는 분명한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확인이 안 되었다.


앞에 것은 스페인 라테 뒤의 것은 카푸치노다. 무늬만 다른 것 아닌가...




   마지막 시도


   현지인 뉴욕 시민의 손님 패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구게하임 미술관은 들어가지 않았다. 구게하임 미술관보다 더 궁금한 것이 있었던 나는, 미술관 가까이 나란히 있는 작은 성당 같은 카페에 들어갔다. (블루스톤 레인 Bluestone Lane Upper East Side Café ) 뉴욕 맨해튼에서 라테와 카푸치노가 왜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지 명확하게 구분하고 싶었던 나는 마지막으로 확인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마침내 내가 알고 있는 카푸치노 형태의 카푸치노 커피가 등장했다. 이제는 정상(?)대로 나와서 약간 실망스러운 느낌마저 잠깐 들었다. 내가 무엇을 쫒고 있었나 싶었다. 혼동인 듯 혼동이 아닌듯한 인식의 혼동? 다르면 다르구나를 즉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였나. 내가 스스로 초래한 혼동이었다.


혼동과 모순이 우리 삶이다.


   내가 알고 있는 카푸치노 그 모습 대로 나오니 이번에는 다른 것이 눈에 띄었다. 비슷해 보이지만 커피 받침은 민트색이고 커피잔은 하늘색에 가깝다. 나는 멀더에게 짝을 잘못 맞췄다고 말하고 계산대를 보았다. 계산대 앞에 색이 다른 잔과 받침이 뒤섞여 쌓여있었다. 멀더는 내 말을 대수롭지 않게 듣고 역시 쌓여있는 커피잔들을 보더니, '잘못 준 것이 아니'라고 한다. 아...! 손에 잡히는 대로 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젓가락 짝 맞추듯이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라테와 카푸치노가 왜 다르고 일정하지 않은 지에 대해 이상 의아해 하지 않았다. 그저 다르다. 다르게 쓸 수도 있고 바리스타 마음대로 만들어 줘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생각한 모양과 다르다고 우겨서 다시 해달라고 하면 해줄 것 같다. 잔과 받침의 색이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면 바꿔 줄 것이다. 뉴욕은 그런 곳이었다.


    



     아메리카니까 아메리카노가 있지. 


   라테와 카푸치노 사이에서 지친 나는 예일대학교 가려고 버스를 대기하는 동안 커피를 사러 들어갔는데, 메뉴에 아메리카노가 있다. 나는 아메리카노가 있네?라고 말했다. 멀더가 나를 진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본다. '여기는 아메리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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