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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 사는 로젠 Oct 21. 2024

예일 아트 갤러리

뉴헤이븐행 기차를 타다

 '풍경을 가로질러 가는 반쯤 빈 열차 안의 분위기에 마음이 끌렸다.' _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무려 2백만 점, 세상의 모든 박물이 다 있을 것 같은 뉴욕 메트로 폴리탄 뮤지움에서도 만날 수 없는 그림이 있었으니 바로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그림이었다. 의외였다. 뉴욕에는 최소한 유명한 현대 예술은 다 있을 것 같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에드워드 호퍼인연이 깊은 휘트니 미술관에 갔었지만, 휘트니에 걸려있는 호퍼의 그림은 서울 전시회에서 본 그림이었다. 호퍼의 짙은 도시적 감성, 도시의 외로움이 느껴지는 뉴욕을 그린 그림이 뉴욕에 없었다. 사정은 모르겠으나 호퍼는 생전에 도시와 도시를 여행하더니 그의 그림도 이 도시 저 도시에 흩어져 있나 보다. 그중 몇 점이 예일 대학교 미술관에 있었다.

 

    엘리 예일의 이름인 (Elihu Yale) 예일대학교는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있었다. 맨해튼에서 기차로 2시간 정도 걸린다. 뉴헤이븐행 기차를 타러 125 할렘역으로 갔다. 125 할렘 기차역은 플랫폼이 높아서 기차역 주변 동네가 훤히 내려다 보였다. 주황색 낡은 주택들이 붙어있는 담벼락은 크고 작은 낙서로 가득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글자는 재즈(JAZZ)다. 재즈 감성의 낙서들로 뒤덮여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뉴욕의 할렘가'가 바로 이 동네구나 싶었다. 음... 그렇다면 재즈와 뉴욕 할렘은 떨레야 뗼수 없는 단어 아닌가. (나도 한 때는 재즈를 들었다.) 담벼락의 재지한(Jazzy) 낙서를 찍을까 말까 고민할 때, 멀더는 점심 먹을 곳을 검색하고 있었다. 예일대학원에 다닌 멀더는 나와 에드 워드 호퍼로 인해 겸사겸사 오랜만에 뉴헤이븐을 방문하게 되었다. 대학원 공부를 서울 은평구 갈현동 언덕배기에 있는 도서관에 했다. 그 사실이 왜 그다지도 웃음이 나오던지. 뉴욕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들이 계속 겹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125 할렘 기차역, 맨해튼

    

   기차는 좋았다. 창밖으로 흐르는 풍경을 보는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알랭 드 보통말'을 다시 빌리자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어 술술 진행되어 간다.  움직이는 기차 안에서 특히 그렇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역시 여행은 기차를 타야 어딜 가는 기분이 난다. 사라지고 나타나는 풍경을 보며 낡은 생각은 없어지고 새로운 생각이 채워지는 것을 느낀다.


뉴헤이븐행 기차 안


   그런데 인터넷으로 예매한 기차표를 다시 작은 마문지 종이 티켓으로 굳이 출력하여 구멍을 낸다. 예전에 우리도 사용했던 종이 기차표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봤다. 이미 한국에서 사라진 기차표를 미국에서 다시 보게 되다니. 나의 머릿속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국가의 크기와 이미지가 다시 섞인다. 기차역 기계에서 뽑은 종이 티켓에 구멍을 받고(?) 좌석등받이 위에 꽂아두었다가 역무원이 와서 달라고 하면 준다. 옛날 방식이 그리운 사람들은 미국에서 기차를 타면 되겠다. 맨해튼 빌딩 숲을 벗어나니 정겹다. 내 기억에는 우리는 기차에서 내려 개찰구를 나갈 때 바구니에 던진 같다. 미국에는 아직도 이런저런 아날로그적 생활 방식이 곳곳에 남아있다. 종이 티켓을 기념으로 달라고 할 수가 없어서 사진이나 남겼다.

 

 

     뉴헤이븐의 유니언 역은 일요일이라 매우 한산했다. 기차역에서 10분 정도 더 들어가는 예일대는 학교 교정의 경계가 따로 있다기보다는 한 마을 전체가 캠퍼스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예일대학교가 1700년대 목회자 양성을 위해 생긴 교육기관이다 보니 교회 건물이 많았다. 거리 이름부터가 교회다.( Church st. Chapel Street. ) 2 백 년쯤 된 옛 교회 건물이 한 마을 곳곳에 세워진 셈이다. 회가 개척자 느낌이다.  아름다운 옛 건물이 많다는 소문으로 나는 셀카봉까지 들고 갔지만 막상 돌아다니면서는 꺼내지도 않았다. 어쩌면 꺼낼 수가 없었다.


도서관 입구,

예일 아트 갤러리


   전문가는 아니지만 호퍼의 그림이야 말로 가장 강렬하게 뉴욕 같은 대도시를 연상시킨다. 반면에 처음 보면 잊을 수가 없을 정도의 빛을 그리기도 했다. 내가 처음 에드워드 호퍼 알게 된 그림도 이 갤러리에 있었다. 바다에 면한 집. 바다 옆집. 화폭의 2/3가 빛을 그린 그림다.


Roomby the sea 1951
Sunlight in a cafeteria 1958
Western Motel 1957



          

    뉴헤이븐 대학교라고도 부른 예일대학교 앞에서도 서점에 들렀다.  1975년부터 있었다고 하는  액티쿠스 서점이자 북카페다. (atticus bookstore cafe). 책과 문구가 있고 카페를 겸한다.  대학교 앞이라서 그런지 역사 사상 등 무게감 있는 책들이 전면에 보인다. 작년에 한국에서 영화로 개봉하기도 했던 <플라워 킬링 문>의 원작이 보인다. (Killer of the Flower Moon) 아메리카의 역사를 담은 이야기를 북 아메리카에서 현실감이 더 든다고나 할까.  영화 <늑대와 춤을> 다시 봐야 할 것 같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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