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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의 브런치 Feb 08. 2022

고작 고양이 이야기일 뿐

슬기로운 고양이 탐구생활

‘고양이가 편하게 살게 두지 뭐 하러 훈련을 시켜? ‘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의 냉소적인 반응에 적잖이 놀랬다. 고양이 훈련시키는 과정이 재미나고 신나서 얘기한 건데 핀잔을 들으니 괜히 말했나 싶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 대화에 문제가 있었나 생각해봤다. 상대가 불편해할 것 같은 말은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뭐가 그렇게 불쾌했을까?


고민 끝에 답을 찾았다. 

내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고양이와 집사로서의 모습을 비교했던 것이다.


우린 왜 비교하며 살까? ‘나는 못 하는데 너는 잘한다’며 상대와 나를 비교하고 나를 깔아 내리곤 한다. 그냥 단순히 고양이 이야기일 뿐인데도 비교가 시작된다. 이 말은 사실 나에 대한 반성의 외침이다. 고작 고양이 이야기일 뿐이다. 뉴스거리도 아니고, 세계 평화를 얘기한 것도 아니고, 겨우 고양이 훈련을 해봤다는 얘기를 한 것뿐이다. 고작 아이 얘기다. 그 집 아이가 성적이 잘 나왔다는 얘기뿐이다. 고작 성공 얘기다. 그 사람이 이번에 주식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뿐이다. 그 고작에 마음이 상해 끙끙 앓는 나를 보니 애처롭다.



앞으로는 고작에 마음을 쓰지 않기로 했다. 남 얘기에 나를 비교해가며 나를 깔아 내리지도, 남의 잘됨을 응원해주지 못하는 옹졸한 마음을 갖지 않기로 했다. 고양이는 고양이일 뿐이고, 상대는 상대일 뿐이다. 상대의 잘남에 위축이 되고 내가 부족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건 고양이 답지 않다. 뭐라고? 지금 뭐라 했지?



그래, 고양이 답지 않다. 

나는 이제 고양이처럼 살아보기로 했다.



고양이처럼 도도하고 냉소적이며 크게 관심이 없고 훈련되지 않으며 자기 멋대로고 물고 싶으면 물고 좋아하면 애교로 마음을 전하는 매력만점 고양이! 아무래도 고양이를 더 연구해봐야겠다. 이렇게 재밌는 고양이 탐구생활이라니 삶의 지혜가 그 안에 담겨있다.







고양이 인문학 


고작에 마음 쓰지 않기

남 얘기를 들으며 나와 비교하지 않기 

그건 그냥 남의 이야기일 뿐 

미리 짐작해서 오해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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