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개의 차이
고양이를 키우려고 알아봤을 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개 주인이라고 부르는데, 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집사라고 부르는 걸까? "여기 개 주인 어딨어요? 개가 짖어요."라고 말하지 "여기 개 집사 어딨어요? 개가 짖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지금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개 엄마, 개 아빠라는 호칭으로 바뀌며 가족으로 인식해 가고 있지만, 그 의미가 생기기 전에는 반려동물을 소유물로 인식했기에 '개 주인'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된 갈색 푸들, 개 주인을 찾습니다."라고 써있듯이.
개는 무리 생활을 하는 늑대로부터 그 뿌리가 시작된다. 무리 생활에는 우두머리가 있고 따르는 이들의 질서가 중요하듯, 개는 우두머리를 향한 충성심이 있다. 위에서 말한 '개 주인을 찾습니다.'의 '주인'은 대상이나 물건 따위를 소유한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개 주인을 찾는다는 의미의 '주인'은 소유자를 의미한다. 그러나 개 입장에서 생각하는 '주인'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개가 주인으로 인정한다는 말에 '주인'의 의미는 단체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어 가는 사람을 의미한다. 즉 우두머리다. 개는 자신보다 높은 권력을 가진 사람을 주인으로 인정할 때 주인의 말에 복종한다. 그래서 개를 키울 땐 긴급상황에 대비해 '앉아'. '하우스' '기다려' 정도의 기본 명령어를 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통제해야 하며, 사람의 몸에 해가 가하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시킬 수 있는 주인의 권위가 있어야 한다. 물론 주인을 자기 아래라고 생각해서 물고 짖는 개도 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는 프로에서 강형욱 님은 개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개를 통제하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를 사랑한다면 더욱더 그래야 한다.
개는 주인과 떨어지기 싫어하는 분리불안증을 갖고 있어 안심을 시켜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나 외출했다가 돌아올 거야. 그때까지 집 잘 지켜~ 잘 놀고 있어."라며 안심을 시킨 후, 돌아와서는 꼬리 치며 달려오는 개를 안아주고 공을 던져며 맛있는 간식을 주면 개는 행복해한다.
고양이는 다르다. 반대로 주인이 고양이를 향한 분리불안증이 생긴다. 내 고양이가 어딨는지 하루종일 찾는다. "후추 어딨어? 후추야~" 집에서 자주 울려 퍼지는 외침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녹음을 해서 때마다 틀어줘야 하나 싶다. 그렇게 고양이는 잠을 자고 쉬는 장소를 수시로 바꾸고, 어쩔 때는 침대 밑과 세탁기 위, 아주 작은 틈새에 들어가 자기도 한다. 찾아도 고양이가 보이지 않을 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나는 이 증상을 고양이 분리불안증이라고 부른다.
질문으로 돌아가 그럼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왜 집사라고 부를까? 그 궁금증은 고양이를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주인이 아닌 집사가 맞다. 나는 고양이를 돌보는 집사일 뿐 감히 고양이님의 주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고양이가 사람을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복종하지 않으며 충성하지 않으니 어떻게 주인이 될 수 있겠는가! 고양이에게는 충성을 바라는 것이 아닌 적당한 거리 두기를 하며 시크하고 도도하지만 무척 매력적인 연인과의 관계처럼 지내야 한다. 그게 서로 잘 공존하는 비법이다.
꽉 닫힌 사춘기 아이가 방문을 열고 나오자 마자 하는 질문이 있다. "후추 어딨어?" 하루 종일 고양이님을 찾아 헤맨다. 자신을 찾게 만드는 매력적인 고양이, 고양이처럼 살고 싶은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고양이 인문학
내 삶의 주인은 나야
누구도 주인이 될 수 없어.
이런 당당한 매력에 빠져볼래?